1.
사치(꼬마 여자아이)가 야키소바를 엎는 장면에서 울었다. 야키소바가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고.

2.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답답하리만치 엄격하게 살아왔으며 사회적 존경을 받아 온, 하지만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한 한국의 늙은 가장들에게 와닿을 듯하다. 

교장인 야스다의 과거는 짤막하게 나온다. 왜곡된 유교문화권에 사는 남자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살아온 듯하다.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고 바르게 살아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좋지 않았다. 아내가 왜 술을 먹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딸이 왜 도둑질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오직 분노했다. 그렇게 살아 온 자신을, 사실은 모두를 위해 살아 온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이기적이었던 자신을, 부인의 죽음으로 깨닫는다.

야스다는 말년에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다짐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좀 더 느슨해지려는 듯하다. 마침내 술집에 나가는 엄마와 기둥서방 사이에서 학대받는 사치라는 꼬마 여자아이(옆집에 산다)를 데리고 사회에서는 '유괴'라 불리우는, 둘에게는 '긴 산책'을 떠난다. 
 
3.
꼬마의 앵앵 거리는 연기가 일품이다. 진심으로 쥐어박고 싶게 만든다.

4.
감독인 오쿠다 에이지는 신 설국에서 유민의 상대역이었던 남자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이력이 특이하다. 라이어 게임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준 마츠다 쇼타(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아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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