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또 라핫 시농알린! 이또 라핫 시나리오!


2011. 06. 17. 금요일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김규열 선장 사건은 큰 인내심을 요하는 듯하다. 오늘까지 몇 번이나 방송결정이 번복되고 몇 번이나 좋은 기회가 눈 앞에서 사라졌는지 모른다. 한국에서 기사를 내는 본지도 이렇게 답답할진데 필리핀 마닐라시 교도소에 있는 김규열 선장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김선장이 불법 감금된 것은 2009 12 17, 본지가 국내최초로 이 사건을 보도한 것은 2010 12 24일이다. 한국이 그의 존재를 아는데 까지 걸린 시간만 꼬박 1년, 그로부터 또 반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마닐라시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병마와 차별에 신음하고 있다.

 

 


 

본격적인 기사에 앞서 김규열 선장의 최근 사진을 공개한다. 아래는 김규열 선장 사건에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구정서씨가 면회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지난 4 28일에 찍은 것으로 사진에 보이는 닭고기 등, 구정서씨가 싸간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당시 김규열 선장의 몸 상태는 약간 괜찮아진 듯했으나 현재는 악화일로다.

 

 


 

이 와중에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일단 4차 재판이었던 5 24(오전 08 30분, 마닐라 시티홀 31호 재판실), 마약반에서 검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출석했고 증거품 관리에 의심스러운 점이 드러났다.

 

김선장을 잡은 후, 경찰은 마약을 운반했다는 증거로 엑스터시(암페타민 계열의 유기화합물로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의약품)와 샤뷰(필로폰 등의 각성제)를 마약반 검사실에 넘겼는데 거쳤어야 할 절차가 상당부분 생략된 것이다. 증거품을 전달할 때 하는 싸인도 없거니와 누가 전달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검사실 직원은 주는 대로 받았다는 사실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재판 대기 중인 김선장/사진 : 구정서>

 

그리고 지난 67, 오전 8 30분부터 시작된(총 재판인원이 8명이라 김규열 선장 재판은 11시 시작)마닐라 시티홀 31호 재판실에서 조금 더 결정적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증인으로 김선장을 잡은 경찰 로렌조 애드빈쿨라 주니어(Lorenzo Advincula Jr)가 출두했다. 김규열 선장 편에는 남부한인회에서 선임한 리디오 제이 카타루냐(LYDIO J. CATALUNA)라는 필리핀 현지 변호사가 심리를 펼쳤다.

 

재판은 검사가 사건개요를 설명한 후, 변호사가 서류에 나와있는 내용을 확인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증인으로 나온 경찰은 서류에 나온 내용이 틀림 없음을 강조했다.

 

경찰이 김규열 선장을 잡은 것은 2009 12 3, 장소는 파사이시의 하리손 프라자다. 이상한 점은 김선장을 잡은 경찰이 그 지역의 경찰이 아니라 퀘존 본청에서 나온 경찰이라는 것이다.

 

퀘존 소속 경찰이 파사이 시티까지 약 40분 넘게 차를 몰고 와서 용의자를 잡는 것은 특이한 일이다. 더욱이 자신의 지역을 벗어나 용의자를 잡을 때는 파사이 경찰과 협력하거나 공문으로 미리 언질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변호사는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굳이 김규열 선장을 단독으로 잡은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김선장을 잡은 경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변호사는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경찰은 김규열 선장이 필리핀인에게 마약을 팔아 왔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는 필리핀 사람이 굳이 영어나 따갈로그어(필리핀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약을 사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데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해서 시간을 정하고 가격을 협상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규열 선장이 재판을 받은 마닐라 시티홀 31호 재판실/사진 : 구정서>

 

경찰은 김규열 선장이 영어와 따갈로그어에 능통하고 그 전부터 마약을 사려는 사람들과 연락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구정서씨의 말에 의하면 김규열 선장의 영어와 따갈로그어 실력은 제대로 된 문장 하나 조차 말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하며 그나마 마닐라시 교도소에서 1 6개월간 몇 마디 배운 게 고작이라고 한다.

  

이때, 김규열 선장이 벌떡 일어서더니 엉성한 따갈로그어로 소리쳤다.

 

'리스펙트 저지. 이또 라핫 시농알린! 이또 라핫 시나리오!'

(존경하는 판사님. 이건 전부 거짓말 입니다! 이건 전부 시나리오입니다!)

 

타이밍치고는 너무나 절묘했다. 하필 변호사가 영어와 따갈로그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하고 있을 때였다.

 

 


 

김규열 선장은 오래 전부터 자신을 잡은 경찰과 마주친다면 도저히 참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영문 없이 구타를 당하고 1년 넘게 교도소에 갇힌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당연한 분노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므로 구정서씨는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고 그를 타일러 왔다.

 

안타깝게도 김선장은 참지 못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배운 그 말을, 아마도 수 천번 머릿 속에서 반복했을 그 말을, 재판장에서 터뜨리고 만 것이다

 

교도관은 김선장에게 다가와 그를 잡아 앉히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재판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현재 김규열 선장의 양쪽 다리는 원인을 알 수 없이 심하게 부어 있는 상태다. 손가락으로 다리를 누르면 살이 다시 올라오는데 메모리폼처럼 시간이 걸린다. 방광이 안 좋은지 소변을 자주 보며 얼마 전에는 혈압이 3일 연속으로 220까지 올라갔다.

 

다음 재판은 6 21일이다.

 

 

 <관련 기사>

 

필리핀에서 김규열 선장이 죽어가고 있다

 

김규열 선장 사건의 진실은?

 

김규열 선장 모금 청원 및 사건 경과 

 

김규열 선장, 정식재판 날짜 확정!

 

 

 

트위터 : kimchangkyu

 


 

기획취재부팀장 죽지않는돌고래 (tokyo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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