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허상수 선생(안상수가 아니다. 전혀 걸은 길이 다르다.)의 '참여냐 연합이냐'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어떻게 알고 오셨냐고 해서 오늘은 취재가 아니라 아버지의 개인적인 부탁으로 들렀다고 전했다. 정동영, 이종걸 의원등 많은 인사들이 축하를 하러 왔고 한명숙 전 총리도 동영상으로 축사를 보냈다. 전국유족회 대표님들 및 반가운 얼굴도 눈에 띄었다.


2.

기념회에서 노정렬이 사회를 봤는데 개인적으로 한국 개그계의 보물이라 생각한다. 서울대와 행시를 단박에 합격한 전력 때문이 아니라 개그에 담근 깊이와 뼈가 남다르다. 한국에서 '머리가 좋다'라는 보편적인 관념과는 좀 다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 개그맨들에게 더욱 많은 천재적 기질을 본다. 더욱이 노정렬만큼 뼈있는 개그를 하기 위해선 공감대 형성은 물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틈을 잡아내는 개그의 기본적 요소 외에 상황을 정확히 보는 판단력과 공부가 병행되야 하는데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때문에 내가 보는 방송이 다큐와 개그에 한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번 썰을 풀겠지만 한국 교육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글쓰기'를 소홀히 하는데 있다고 본다. 나 또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글쓰기가 인간의 생각을 정교히하고 사고를 단련시키는 탁월한 방법임을 잘 아는 분들이 이 점에 너무 소홀했다. 모순이 반복되어 누적된 바람에 이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허나 지금이라도 전력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이 가진 문제의 근원점에서 한치도 움직일 수 없다. 

시험에서도 '다음 중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이라고 묻기보다 '본인의 징병제에 관한 견해를 쓰라'고 바껴야 한다. 역사도 '다음 세종대왕의 주요 업적이 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만약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현대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자신의 견해를 쓰라'가 아니라 단순히 업적만 외우다 보니 역사라는 훌륭한 과목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비교하기에는 미안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중학생 쯤 되면 하는 기본 시험 문제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대학에나 가서야 흉내 쯤 내는데.  

암기가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됨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점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제대로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때때로 괴물이 되는 모습이 안타깝다. 나같은 범재와는 그 싹이 다른, 그토록 우수한 인재들을, 게다가 애써서 개인적, 사회적 비용까지 들여가며 사회악으로 만드는 구조를 가진 한국도 참 흔치 않아 보인다.  


3. 
     
잡담이라 이야기가 잠시 샜다. 뭐, 기사도 아니니까.

여튼 노정렬의 성대 모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현정권을 뼈 있는 웃음으로 비판하는 부분이다. 전부 기억나진 않지만 기본 골격은 이랬다.

'국민과 소통을 하랬더니 국민을 소탕하고 상생을 하랬더니 살생을 하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했더니 행동하는 앙심이 되고...'

이보다 훨씬 길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너부리 편집장님이 개편을 준비하면서 좋은 필진을 찾아 보라고 했는데 그러고 보면 노정렬의 코드가 딴지일보와 상당 부분 맞는 거 같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대 모사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는데 만약 살아있었다면 현 상황을 어떻게 봤을까라는 전제하에 개그를 했다. 짧고 간단하며 명쾌하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얼마 전에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점과 통합신당의 흐름에 관한 기사를 썼는데(http://www.ddanzi.com/news/39633.html - 2012년, 이래가지고 이길 수 있을까 - 문성근, 박지원, 통합신당 난장 관람기)공천권, 당직임명권, 정당정치 문제점을 이래저래 길게 쓰는 것보다 노정렬이 단 3분간 웃음으로 승화시킨 개그가 훨씬 와닿는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고수는 많고 배울 점도 산더미 같다. 




201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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