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인 일정으로 뒤늦게 이 중대한 뉴스를 듣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의 외교력이 아쉽다.



2. 

한 사람이 초점이 되는 기사를 볼 때,

또는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가 만약 이 사람이라면...'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꽤 도움이 된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면 좋고 

정세나 흐름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할 수록 정확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작년에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내가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라면'이다. 



3.
 
한국이 가지는 이념적 특수성 때문에 지도자를 향한

칭찬과 비난에는 반드시 필요 이상의 거품이 낀다.

허나 이 거품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의를 가지지 않은 이상, 하등 득될 게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를 이용하고 지도자도 이를 이용한다. 

아쉽지만 국민도 이에 부응한다.

이렇게 가다보니 모두의 판단력이 흐려진다.

제 꾀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4.

다만 적어도 위기의 상황에서 

지도자의 판단력은 신속, 정확해야 한다.

지식이 모자라도 좋다.

욕심이 많아도 좋다.

하지만 이것이 없으면 지도자 감이 아니다.

대부분의 리더들이 무수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신속, 정확한 판단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신속하기만 한 것도

정확하기만 한 것도

판단하기만 하는 것도

개별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이 세개를 동시에 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5.

한국에서 거품을 걷어낼 줄 아는 지도자,

즉, 중대한 상황에서만큼은

이념을 초월할 줄 아는 지도자였다면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조의를 표했을 것이다.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건 신속이다.

조의의 내용은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국내상황을 시끄럽지 않게

미묘한 뉘앙스로 조정가능하다.



미국같이 모순이 가득한 나라가

세계를 주무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냉전시대를 거치며 

한국보다 더한 이념 대립의 격전장이었던 그 곳에서 

또한

거의 유일하게 전 세계에서 대통령제로 성과를 걷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익에 관한 신속 정확한 판단력을 요하는 상황에서

민주, 공화에 이견이 없다. 

싱크탱크들의 조언 또한 철저히 국익에 우선한다.

FTA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과 북한이 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항상 조의를 표했다. 

말 한마디로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이득이
 
하지 않는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김영삼 정부가 보인 어설픈 판단력에  

북한은 뿌리 깊은 분노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손에 쥐었던 밥그릇을 날리는 꼴이었다.



극히 최근의 역사에서 가르쳐준 교훈조차

습득하지 못한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 옆의 전략가들조차 자격이 없다.



오바마는 반드시 조의를 표할 것이다.

만에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제는 어떠한 위협에도 완전히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는 의사표명이 숨어있다고 봐야한다.

허나 뒤에 버티고 있는 중국이 최근에 위안화, 영토분쟁등으로

더욱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이런 가능성은 극히 적다.

국제정세에 관한 기초지식만 있어도 할 수 있는 판단이다.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그제서야 조의를 표할 것이다.

그 속도차는 외교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청와대의 외교력이,

이명박의 외교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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