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2. 27. 금요일

부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





 




1. 주진우의 특종보다 놀라운 기록


"너야? 내 재판 참고인이네."


연남동의 한 까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진우 기자가 웃으며 말한다. 


2012년 대선 직전이다. 당시 나는 나꼼수 호외 12편 관련 취재 중이었고 그 사건과 관련해 주요 제보자가 소송에 걸렸다. 해서 법원이 부르면 참고인으로 가곤 한다.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김어준이 시킨 거냐, 주진우가 뭐라 했냐 등 대한민국 검사는 궁금한 게 많다. 딱딱한 재판 분위기도 녹일 겸 '사실 주진우가 제일 나쁜 놈이예요.' 같은 농을 치고 잠적하면 꿀잼이라는 상상도 했지만 사람 찾기에 가히 신끼를 보이는 기자를 상대로 드립을 치면 남은 인생이 재미없을 듯해 진실되게 임하고 있다. 게다가 쪽말(쪽팔리게 살지 말자의 줄임말. 주진우 기자 팬클럽)이 가만 있을 리 없으니 두렵다.   


하나의 사건에 걸린 참고인조차 머리가 아프고 귀찮은 일이 많다. 말 한마디 잘못해 누가 잘못될까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헌데 한 번 시작되면 몇 년씩 끝나지 않는 소송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 괴롭히는 검찰을 상대로, 참고인도 아니고 증인도 아니고 언제 범죄자가 될지 모를 피의자로, 한 건도 아니고 두 건도 아니고 100건에 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게다가 그 소송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최상층 권력자를 비롯해 힘 꽤나 쓴다는 사람이 건 거라면 어떨까. 일찌감치 감옥에 가 있거나 인간이 망가져야 정상일 게다. 적어도 나는 그랬을 듯 하다. 





헌데 100여건의 소송을 당한 남자가 내 앞에 멀쩡히 앉아 있다. 형사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이 사실은 그가 취재한 수 많은 특종보다 대단한 기록이다. 


이번에 그 노하우 담아 책(주기자의 사법활극)도 썼겠다, 나도 엄청 재밌게 읽었겠다, 매력 있는 신간 저자를 찾는 인터파크 북디비랑 마음이 맞아 겸사 겸사 놀러갔다. 



 

2. 헛스윙 많은 1할 타자가 노리는 공 


(주진우, 이 본인이다. 평소 주진우 기자는 나에게 반말을, 삼강오륜의 현신마냥 예의바른 나는 존댓말을 쓰므로 그대로 옮긴다.)


김 : 1년 전에 스트레스 받은 거 연애소설 읽는 걸로 푼다고. 연애 소설 작가 되고 싶다 그랬잖아요. 


주 : 뭐, 연애소설은 읽는데 작가는 못 되고.  


김 : 지금은 좀 시간 되요?


주 : 이상하게 여유가 없네. 큰 소송이 하나 끝났는데 다른 파도가 계속 밀려오고 있어서. 그만큼 준비하고 있어. 또 다른 준비, 또 취재. 재판 때문에 제약이 있어서 취재를 못했는데 지금은 준비하고 있어.   


주 기자는 재판 그 자체보다 재판 때문에 취재를 못하는 게 더 괴로운 듯하다. 


김 : 그 취재는 뭔가요?


주 : 오랫동안 준비한 건데 어떤 사람 비자금 쫓는 거. 국정원이 한 일, 정부 기관이 한 일, 그러니까 나쁜 일을 굉장히 오랫동안 쫓은 게 있는데 성과를 내려고 준비 중이야. 책이 좀 팔리면 사람도 쓰고 미국 변호사도 사야 되는데 돈이 좀 필요해.


김 : 미국 변호사. 그런 사이즈면 그 어떤 사람은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이겠네요. 


주 : 그런 류지. 그런 류. 작년에 돈을 모아서 카리브에 있는 어떤 은행계좌를 알아보려고 미국 가서 변호사를 샀어. 미국 탐정도 사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김 : 조세피난처 관련?


주 : 그런 취재. 카리브에 조세피난처에 정통한 유태인 변호사랑 탐정을 사서 취재했는데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어. 이번에 취재 잘 되고 책이 잘 되면 또 가려고 생각 중이야. 


김 : 그 정도면 돈이 많이 들 텐데요.


주 : 모이면 조금씩 투자하는 거지. 도박처럼 돈 다 털고 올 때까지 하고 모이면 또 가고 해. 아직 성과를 못 내고 있으니 좀 그렇네. 성과를 내면 나한테도 그렇지만 그게 애국하는 길인데. 책 팔아서 또 가야지. 

그의 인세는 이렇게 쓰인다.  


김 : 시사인에서 따로 취재비가 나오는 건가요?


주 : 거기까지는 아니야. 내가 혼자 하고 있는 거. 


김 : 혼자요?


주 : 회사 기사를 쓰기 위한 취재가 있는 거고 이건 굉장히 확률이 낮아. 낮은데 내가 알고 있고 취재하고 있으니 포기할 수 없는 거지. 이걸 다 도와달라고는 못해. 성과가 나면 그때 좀 달라고 하는 거지. 


난 1할 타자야. 계속 기사를 써줘야 되는 기자들이 있는 거고 난 1할을 위한 탐사보도를 하는 거고. 그래서 헛방이 많아. 헛스윙도 많고 삼진도 많은데 그걸 감수하고 이건 하겠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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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제대로 하려면 책 많이 팔아야겠다고 웃으며 던졌다. 주 기자는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번에는 고전 중이란다.  


그의 첫 번째 책 <주기자>는 출판과 동시에 베스트 셀러 1위, 1주일 만에 10만부를 찍었다. 하지만 메이저 언론은 그의 책이 일으킨 파장을 외면하듯 조용했다. 몇 백만의 사람이 들은 나꼼수가 아주 오랜 기간, 메이저 언론의 지면에선 존재하지 않은 방송이었듯이.  


그가 징역 3년을 구형 받았다는 기사는 엄청나게 쏟아 졌지만 무죄를 받았다는 기사는 매우 적다. 해서 책은 물론, 주진우 기자가 구속돼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3. 난 하는 만큼 하고 가려고


김 : 총수님이랑 주 기자님 재판 계속 가서 본 탓에 김용민 교수님이 방송하면서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전 어디까지나 제 3자 입장이라... 본인은 어떻게 보세요? 검찰이 상고했는데.


지난 1월 16일,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 보도와 관련해 주진우, 김어준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6일 뒤인 1월 22일, 검사 고병민이 상고장을 제출했다. 


주 : 어떻게 될지 모르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위해 있어야 되는 법인데 사실은 권력의 기본권과 권한을 맡기 위해 일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잖아. 이명박, 박근혜 시대에 선량한 사람들, 특히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법의 잣대로 괴로워하고 있어. 


그 사람들은 법이 되게 두려워. 근데 권력자들은 법이 우스워. 똑같은 죄를 져도 묻질 않잖아. 김무성은 뭘 해도 괜찮아. 근데 비슷한 일을 누가하면 그 사람은 감옥에 가야 되고 벌금을 내야 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다음 재판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 


나는 피고인이니 검사와 판사한테 법대로만 해주세요, 이 얘기를 계속 하고 있는 거고, 근데 이게 또 우습고. 슬픈 일이야. 지금껏 운 좋게 다 이겼어. 


죄 없는 거, 무죄 받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게 되게 힘들더라. 그런데도 무죄를 못 받을 수 있어. 그냥 하는 만큼 하고 가려고...


하는 만큼 하고 가려고. 이 말, 턱 오더라.  




4. 주진우의 첫 소송과 저 새끼 


김 : 직장이 일요신문, 시사저널, 시사인 순인데 제일 처음 소송 당했던 게 언젭니까?


주 : 사이비 집단이었어. 1999년 그때쯤. 종말론도 많았고 휴거 한다 그러고. (휴거 : 예수가 세상을 심판하기 위하여 재림할 때 구원받는 사람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것)사이비 종교가 되게 득세했었지. 옛날에 신앙촌, 아가동산, 그 다음에 JMS. 막 그런 거 있잖아. 


기자 생활 시작했을 때 사이비 종교집단들이 너무 많은데 기자들이 사이비 집단 기사를 안 쓰는 거야. 소송 걸리고 신도들이 막 몰려와서 데모하니까. 쟤들이 돈과 권력으로 뭉개는구나. 그래서 검찰 경찰도 안 하고 정치인들도 말을 못하더라고. 내가 저거 해야지 하고 그러다가 싸그리 소송 걸렸지. 싸그리 걸리면서 시작됐어. 


김 : 크. 초짜 기자가. 


주 : 어려웠어. 처음에 사이비 종교집단들하고 거의 붙었으니. 그때 탁명환 소장이 있었던 종교문제 연구소랑 해서 종교 공부하고 사이비 집단, 사이비 교회 다니고. 교회 다니면서 녹음하고 끌려 나오고. 그랬어.  


김 : 그 정도 사이즈에 초짜 기자가 달려든다고 데스크가 그냥 고하진 않았을 거 아닙니까. 주진우란 기자를 믿어준 건가요?  


주 : 믿어주진 않았는데 처음에는 순한 기사 쓴다 하고 마감 때 그 기사를 가지고 갔지. 


데스크가 싫어할 상황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기사, 무리 없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기사 위해 

적당히 비워 논 칸에 예상 밖의 이상한 놈이 들어 오면, 그것도 마감 직전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김 : 으아. 데스크가 걸텐데. 


주 : 확실하냐 그래서 확실하다 했는데 확실해도 사이비집단은 데스크에서 한번 걸었어. 감당하겠다고 했지. 저 새끼들이랑.  


새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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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종교의 악영향에 대해, 폐해에 대해 한 번 헤쳐보겠다고 했어. 그때는 더 씩씩했으니까 그런 식이었지. 데스크가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싫어했지. 


김 : 그냥 이상한 기사야 마감 직전이니 에이, 하고 올린다 쳐도 그 기사는 회사에서 소송비 계산까지 나올 수 밖에 없잖아요. 아무리 동료들 사이라지만 당시엔 쟤 왜 저러냐 이런 말도 분명 나왔을 텐데.   


주 : 처음엔 되게 미안하더라고. 작은 소송이라도 500만원 정도 줘야 되잖아. 변호사비만. 그때는 내가 크게 한 방해서 회사에 기여하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어. 선배들이랑 동료가 쟤 때문에 회사가 망하든 흥하든 할 거라고. 망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어. 


주진우의 소송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이비 종교와의 싸움. 


김 : 독자 입장에선 좋은데 같은 동료 입장, 데스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위험한 게 사실이죠. 사실 확인에 대해선 촉박한 시간 안에, 그것도 당시 초짜였던 기자만 믿고 고해야 된다는 말인데. 


주 : 다른 건 몰라도 팩트를 확인하는 거에 대해선 자신있어. 기자들 중에 여러 부류의 기자가 있잖아. 글을 잘 쓰는 기자, 말을 잘하는 기자, 정리를 잘 하는 기자, 자료를 잘 찾는 기자, 외신에서 뭘 잘 가져오는 기자.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나는 팩트를 찾는데 충실한 기자거든. 다른 건 몰라도 팩트를 찾는 게 기자의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기자들보다는 팩트 파인딩에 굉장히 철저했어. 데스크도 내가 기사를 가져가서 그 증거를 들이밀면 적어도 쓰지 말라고 막았던 사람은 없었어.


김 : 데스크에서도 확실히 그런 믿음은 있었다. 


주 : 내가 잘 들고 왔어. 증인을 잘 찾고. 증인은 내가 기사를 쓰면 감옥에 가거나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 근데 이상하게 내 말을 듣고 따랐어. 그래서 증인이 감옥에도 가고. 




5. 사람 잃으면서 까지 기사를 얻진 않아    


김 : 노하우가 뭡니까?


주 : 모르겠어. 운이 좋은 거지. 그냥 운이 좋았어. 내가 다른 사람보다 큰 기사를 조금 썼잖아. 


김 : 하하. 엄청 많이 썼죠. 구원파 양회정(전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의 운전기사로 알려졌던 인물)인터뷰도 그렇고. 자수 하루 전날에, 국내에 있는 구원파 마지막 수배자가,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자님 앞에서 다 털어 놨나 사람들도 궁금해 했죠. (당시 시사인 단독 이너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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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배 중이었던 양회정

 

주 : 모르겠어.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면서도 얘기를 하는 게. 운이 좋은 거지. 나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고 앞에서나 뒤에서나 똑같은 말을 할 뿐이야. 그 사람한테 불리하다고 해서 내가 뭐 말을 이렇게 하자 그런 건 없어. 정확하게 이 사안에 대해서 똑같은 심정으로 같이 생각해주고 그 다음에는 이렇게 진행될 거라는 얘기를 그냥 그 사람 입장에서 해줘.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그런 식으로 유병언도 되게 고민했지. 그래서 나를 만나려고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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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그럼 유병언 쪽에서 먼저 만나려고 했던 건가요?


주 : 아니야.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지. 세월호가 터지자마자 유병언 회장의 가장 측근한테, 운전기사 말고 진짜 오른팔 같은 사람한테 말했어. 사안이 이렇게 됐고 유병언이 어떻게 책임져야 되고 당신이 지도자라면 어떻게 해야된다, 뭐 그런 얘기를 했었어. 


그러니까 안성에 있는 금수원에서 나를 불렀어. 철문이 열리고 드럼통에서 불을 피우면서 수 십 명이 도끼눈으로 쳐다보고 갔는데, 그때 유병언이 나를 만나려고 고민을 하던 찰나에 틀어진 거지. 만나려고 했었는데. 


결국 그 사람이 글을 써서 나한테 준 게 그냥 메모가 아니잖아.


김 : 유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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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기사 링크 - '음모에 빠졌다' 유병언 자필 문서 입수


주 : 나를 만나려고 했었는데 아무튼 내가 그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얘기를 들어줘서 그런 운은 있었지. 기자로선 운이 있는 거지. 


김 : 참 썼다하면 나라가 시끄러운 기자에요.(웃음) 삼성 특검에, BBK 특검에.  


주 : 기사를 써서 청문회가, 특검이 네 번 열렸으니... 삼성 김용철, BBK도 쓰니까 특검에, 청문회 열리고. 나는 꼼수다에서 디도스도 난리 났었고. 내곡동 땅도 그렇고. 그래, 운은 좋은데, 운이 좋았지.


노하우 말해달랬더니 계속 운만 좋단다. 로또 사달라고 해야 되나.   


김 : 초반에 기자님이 딴지일보에 자주 올 때 ‘뭐지, 이 사람 되게 무뚝뚝한데’ 생각했거든요.


주 : 무뚝뚝하잖아. 


김 : 인사할 때도 그냥 인사 안 하고 주먹으로 툭 치고.  


주 : 툭 치고 가야지. 그럼 우리끼리..


김 : 이런 무뚝뚝하고 인사도 주먹으로 하는 이상한 기자 앞에서 사람들이 술술술 턴다는 말인데. 기사 이후에 결과를 보면 제보자와 증인들이 정말 진실되게 다 말했단 말이에요. 아니, 뭘 믿고? 정말 경우의 수를 다 말하는 건가요? 기자들이 결정적 증거를 얻어내려면 보통 그 반대로 하는데. 


주 : 당신이 구속될 수 있다. 하지만 명예는 지킬 수 있다. 구속 되더라도 이렇게 이렇게 될 것이다. 그냥 그렇게 얘길 해. 유병언 운전기사에 대해서는 '나하고 얘기를 하면 당신은 1년 정도 구속되어야 한다. 1년까진 아니지만 아마 10개월 정도는 구속이 되야 할 것이다', 그랬어. 


김 : 그렇게까지. 


주 : 검사가 당신을 구속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하고 얘기하면 굉장히 기분 나빠할 것이다. 지금껏 다른 사람들 다 구속됐는데 혼자만 안 갈 수 없다. 하지만 얘기는 하고 가야 되지 않느냐. 당신 주변, 당신 가족들, 그리고 사람들에겐 떳떳할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한 거야. 들어가기 전날 만나자고 말할 때. 난 그냥 얘기를 해주고 판단하게 한 게 전부야. 


김 : 그러면 기사를 잃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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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나는 기사 하나 쓰겠다고 사람 잃는 짓은 안 해. 나한테는 큰 기사가 됐더라도 이 사람이 굉장히 피해를 입는다? 난 그렇게 안 해. 윤창중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걔가 뭘 했고 어디에 있고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었어. 가서 만날 수도 있었는데 그 사람 개인이 너무 큰 피해를 입었잖아. 


잊고 싶은 기억인데, 분명 힘있는 사람이 성추행 해도 처벌 안 받는 세상이 되면 안 되는데. 그래,  사회적 가치도 있어, 그걸 보도하면. 하지만 그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아문 상처를 풀면서 감당하라고 말하기에는 그렇더라고. 그래서 안 썼어. 조금 더 악하게 마음 먹고 썼으면 많이 죽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사람을 잃으면서까지 기사를 얻겠다, 그런 생각은 안 해.


수배자까지도 그의 앞에서 술술 말하게 하는 노하우는 이랬다. 




6. 개차반 기자가 택했던 취재 방법과 첫 기사 


김 : 보통 기자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막 취재를 하고 특종이 터지다 보면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렇게 들어가고 또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간이 안 보이고. 


주 : 그렇지. 다들 그렇지.  


김 : 특히 많았을 거 아니에요? 


주 : 많이 그랬지. 나도 처음엔 이번 주에 기사 하나 쓰려고, 남들보다 좋은 기사, 남들보다 튀는 기사 더 쓰려고 했고. 


김 : 정말 기자는 다 그런 욕심이 있죠.


주 : 기자들은 욕심이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지. 나도 그랬으니까. 언젠가 큰 기사를 몇 번 쓰다 보면 작은 건 버리고 진짜 가치 있는 큰 거를 보게 돼. 헛스윙을 많이 하다 보면 공이 보이기 시작해서 공을 정확하게 정타를 때릴 수 있게 되고. 나도 헛스윙을 많이 해서 그렇게 됐어.


김 : 많은 사람들이 주 기자는 썼다 하면 특종이고 기자로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주 : 말도 안돼. 아오, 나는 개차반이었어. 난 사실… 기자가 됐는데 컴맹이잖아. 워드를 제대로 못 치는 기자였어. 처음에 기자 친구들끼리 취재하러 가잖아. 나는 워드를 못 치니까 앞에 애가 쳐가지고 나한테 메일로 보내주고 그랬어. 


지금 독수리 타법으로 인터뷰를 정리하고 있는 나는 이 부분에서 막 위안이 되고 있다. 


주 : 근데 가보면 정치인이 얘기하는 거를 다 같이 적고 있어. 기자들이. 나는 그때 질문을 하려고 했었어. 남들이 쓰는 건 안 쓰고 하나만 하겠다, 이런 건 있었지. 근데 내가 기자로 뛰어나서 그런 게 아니라 부족해서 그랬던 거야. 남들하고 똑같이 경쟁할 수 없어서. 난 못하니까. 다 놓치고 하나를 잡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사실 기자로서 시작은 진짜 개판이야. 


데스크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일 게다. 초짜 기자를 현장으로 보내 현장 분위기와 상황을 캐취해 오랬더니 이상한 질문만 잔뜩 해서 가져 온다면 화딱지 날 게다.     


김 : 개판.(웃음) 생애 첫 기사가 뭡니까? 


주 : 나는 첫 기사엔 크게 관심 없는데… 음. 옛날에 해결사들 있었잖아. 사채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해결사들이 신체포기각서 받고.  


김 : 그게 첫 기사였어요? 처음부터 너무 센데요. 


주 : 왜냐면 내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거칠었거든. 친구들 중에 학교를 제대로 나온 애는 없어도 어두운 길로 간 사람들은 있는데 걔네들 뭐하고 사나 봤더니 나쁜 짓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쉽게 취재를 해서 갔지. 


김 : 으허. 


주 : 처음에는 데스크가 놀라서 이런 게 어딨냐고 하던데 단서를 보여주니까 그때서야 놀랐었지. 공중파에서 그런 류의 기사들을 받아쓰기 시작했고. 다음엔 러시아 신부들이 몰려온다 하면서 우즈베키스탄 그런데서 신부들이 오는 것도 있었고. 처음에 쓸 땐 아니 말도 안돼, 무슨 러시아 미녀가 몰려와 하고 손가락질 했어. 그런데 6개월 있다가 그런 게 보였지.


김 : 무슨 말인가요? 러시아 신부가 몰려온다?


주 : 러시아 신부가 한참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결혼하기 시작했을 때 있었잖아.


김 : 아, 국제 결혼..


주 : 그 전에 내가 기사를 썼는데 몇 개월 있다가 그 기사가 알려졌어.


김 : 그럼 처음부터 큰 기사를 쓴 게 주위에 나쁜 사람들이 많아서. (웃음)


주 : 그랬던 것 같애. 나는 뭘 하다 막히면 어두운 쪽으로 가서 썼어. 그때만 해도 조폭이 많았거든. 지금처럼 조폭이 어디 숨고 그런 게 아니라 정치인들하고 어울렸으니까. 


기자 주진우의 포텐 터지는 능력치엔 거꾸로 기자로서의 무능함 뿌라스 후루꾸적 요소가 있었다, 

는 사실 확인하면서 계속 고.  




7. 조폭한테 째째하다 말하는 남자 


김 : 이 얘기 나오면 조용기 목사 건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엄청 썼잖아요.  


주 : 그때 비리를 열아홉 페이지 써가지고 수 만 명이 와서 데모하고 그랬지.


김 : 조용기 목사가 기자 한 명 때문에 은퇴를 한다 그러고. 그 사람은 내 앞에 있고.(웃음)   


주 : 그때 어두운 취재도 안 되고 하니 더 어두운 부분만 계속 들어가게 된 거야. 사람들이 그런 거에 신기해하고 그러니까. 


김 : 본인한테는 주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주 : 그래서 그땐 이런 거 해야 되겠구나 하고. 그때만 해도 조폭들이 좀 있었어. 아, 이 새끼들을 내가 한 번.


이 새끼,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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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주로 뭔가 시작할 땐 아, 이 새끼들을 그냥, 으로 시작하네요.(웃음).


주 : 사실 조폭들이 바깥에선 사업가지만 뒤에 가면 양아치고 뒤통수치고 사람들 압박하고 약한 사람들 협박하고 강한 사람들한테 기는 그런 나쁜 놈이잖아. 이 새끼들 한 번 내가 잡아야지 이렇게 했는데.


김 : 그때도 기자로서 초년병이었잖아요.


주 : 초년병이었지. 어두운 쪽 사람들을 쭉 보다 어느 날 조양은 씨랑 얘기하는데 샌드위치를 주는 거야. 먹을 만 하냐고. 맛있다고 했더니 순복음교회 매점을 하고 있다 그래. 깜짝 놀랐지. 김태촌씨 형 집행 정지 기간에 김태촌 병원에 갔었는데 거기선 조용기 목사가 옥바라지도 해주고 자기를 굉장히 예뻐하고 뭐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김 : 으아. 서로 술술 말하네요. 


주 : 가서 얘기하다가 에이, 못 믿겠다, 더 얘기해봐, 그랬더니 마구 하는 거야. 사진이나 한 번 내놔봐 그러니 사진을 내놨어. 그 사진을 받고 조용기 목사와 깡패 얘긴 꼭 한 번 쓰겠다 다짐했지. 


그리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거야. 순복음 교회를 넉 달 정도 다니고 열아홉 페이지 기사를 쓰고 '순복음 큰 목사님 큰 주먹 사랑하다' 해서 조용기, 김태촌 사진 딱 해서 기사를 냈지. 그래서 김태촌 애들이 나 잡으러 오고.


김 : 그러니까. (웃음) 근데 김태촌, 조양은도 자신과 얘기하는 사람이 기자인 걸 알고 있었고 친하고 친분도 있어서 말을 편하게 한 걸 텐데, 그렇게 친해진 사람 엿먹이는 기사를 쓰면 아무리 초년병 기자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었을 거 아니에요. 


주 : 엿먹이는 기사지만 욕먹을 짓을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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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유가 심플하다. 아깐 기사는 잃어도 사람은 안 잃는다 그랬는데 욕먹을 짓 하는 건 예외다. 


김 : 조용기 목사를 위해서 김태촌 하고 조양은이 한 일은 성직자라고 볼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그걸 빌미로 계속 돈을 뜯어내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인데. 그거 누군가는 해야될 거 아냐. 예상은 했지. 나를 죽이네 살리네 많이 했었지.


김 : 대한민국 뒷세계를 삼분했던 조직 보스들인데.


주 : 그랬지 뭐. 근데 그러고 잘 지냈어. 


김 : 으허허. 그게 진짜 노하우인데요. 이제 보니 기사를 쓰는 거 보다 기사를 쓰고도 안 죽는 게 더 궁금하네요. 


주 : 그때 김태촌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그래서 처음엔 뭐라 그랬다가 기사 나간 걸 가지고 남자가 째째하게 그러냐 그랬어. 


물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허나 상대방은 조직의 보스였다. 


주 : 아니,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그러니까 이 사람 약간 다르게 생각한 거야. 조양은도 그렇고. 나중에 만나서는 악수하고 그리고 또 잘 지냈어.


김 : 설마. 


주 : 김태촌하곤 좀 서먹했지. 


김 : 서먹한 게 아니라 죽이고 싶었겠죠.


주 : 뭐, 자기 부하들 데리고 오고 그랬지. 상가집에서 만났어. 딱 만났는데 부하들이 눈 부라리고.  


김 : 그게 죽이고 싶어하는 거죠. 둔하다. (웃음)


주 : 그래도 잘 지냈어. 김태촌이 뇌사 상태로 서울대 병원에 있었잖아. 김태촌 부하들이 의료사고라고 취재해달라고 왔었어. 바쁘다고 그랬지. 그래도 사이가 나쁘진 않았어. 조양은도 마찬가지고. 조양은은 감옥 갔지만. 갔다 와서 얘기도 하고. 기사 쓰는 거는 쓰는 거고 사는 건 살아야 될 거 아냐. 


김 : 보통은 관계가 틀어져서 안 만날 텐데 대부분 그런 식인가 보네요. 이렇게 기사를 써도 계속 관계가 유지되는 뭔가가 분명 있네요. 검찰만 빼고. 


주 : BBK 때 검사들이 조사하고 발표했는데 내가 이거 다 조작됐다고 메모를 발표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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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주진우 기자가 입수해 세상에 공개된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메모


김 : 컸죠. 


주 : 김경준 메모. 그래서 횃불처럼 분노가 일고 이명박이 특검을 받았잖아. 그리고 최재경, 김후곤을 비롯한 검사들이 나를 고소했는데 그 10명 검사들하고도 잘 지냈어. 


김경준 씨의 입에 차기 대권의 방향이 달려 있던 당시, BBK 수사를 지휘하던 최재경 서울지검 특수 1부장 등 수사 검사 10명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해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시사IN과 주진우 기자를 상대로 6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 : 최재경 그 양반하고는 밥도 잘 먹고 문학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그랬어. 인천지검장으로 세월호 수사 지휘하다가 책임지고 물러났잖아. 내가 도움도 주고 둘이서 얘기도 하고 그 양반 물러날 땐 고생한다고 얘기도 하고.


김 : 그런 사람들이 주 기자님을 싫어하면서도 취재에 관한 신뢰는 확실히 있어서 가능한 관계 유지 같은데요.


주 : 그런 거 같애. 내가 뭐, 나쁜 놈인데 '기자답다' 그런 건 좀 있는 것 같애. 


그런 것 같애, 가 아니라 그렇다.  




8. 눈 찢어진 아이에 대한 오해와 재벌가의 여인들 


김 : 오랜만에 BBK 나온 김에 이것도 한번 짚고 가죠. 아직도 오해가 많아서. 나꼼수 첫 공연할 때 에리카 김, 주진우 기자님 목소리 나오면서 눈 찢어진 아이 이야기 나왔잖아요. 그런데 아쉽게도 에리카 김이랑은 사이가 틀어졌고.   


주 : 틀어졌지. 사이는 계속 좋았는데 BBK 사건이 있고 에리카 김이 나하고만 얘기하면서 지냈었는데 동생을 위해서 검찰에 편지를 썼잖아. 주진우 나쁜 놈이라고.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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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에리카 김. 오른쪽은 최근 신간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


김 : 그럴 수 있다. 


주 : 동생을 살려야 될 거 아냐. 그렇게 된 이후엔 소원해졌어. 인간적으로 편지를 쓰고 그랬으니 더 얘기하고 싶지 않겠지. 


김 : 그건 그냥 뒤통수 맞은 건데요. 


주 : 뒤통수 맞았지.


김 : 그때는 한창 별명이 누나 전문기자라고 해서, 주기자가 유일한 통로로 취재를 이어나가는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돼버리고. 혼자 나쁜 놈 된 거잖아요. 


주 : 그래서 소송이 굉장히 어려웠지. 뒤통수 잡혀서. 그래도 이겼으니 뭐. 이해해줘야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나중에 에리카 김하고 다시 얘기하면, 심금을 터놓고 다시 얘기할 거야. 그럴 거야. 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김 : 이해를 한다?


주 :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이해해야지. 나도 이해하고 에리카 김도 이해하고.


김 : 아직 연락은 안 하나요?


주 : 어디 있는지 뭐 하는지는 아직도 잘 파악하고 있어.


김 : 또 하나 정리할 거. 눈 찢어진 아이는 정확히 누굽니까?  


주 : 눈 찢어진 아이는 에리카 김하고는 관련이 없고 이명박 정부 재임 시절에 XXX라는 사람이 이명박한테 친자확인 소송을 했어. 그래서 합의를 봐서 정리됐지. XX(지역)에 있는 애가 그 눈 찢어진 애 1이야. 눈 찢어진 애 1이라고 파악하고 있어.


김 : 혹시 그 아이를 직접 찾으러 가 봤나요?


주 : 알지. 


김 : 봤다는 말인가요?


주 : 봤지. 


김 : 확신 한다?


주 : 친자확인 소송 할 필요가 없어. 


김 : 그런데 거기에 대해선 쓰지 않았잖아요. 


주 : 쓰진 않았지. 


김 : 이유가 있나요. 그때 가장 들끓었던 사안이고 누구나 주진우 기자가 그 아이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언론에서 받아쓰기 하고 그걸로 주 기자 공격도 많이 했잖아요. 그런 말이 나왔는데 책임도 지지 않고 기사도 쓰지 않는다고. 명확히 하는 게 없다고. 


주 : 아니, 그건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무책임이라니, 말도 안돼. 


주 기자는 몇 번이나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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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다들 알면서 언론이 무슨 무책임이라고. 채동욱 검찰총장 얘기를 그렇게 때리면서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나. 언론이 좀 자기 업무를 봐야지. 그런 건 언론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아무튼 이명박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좋은 정치인도 아니었어. 좋은 대통령은 더더욱 아니었지. 하지만 좋든 싫든 우리 대통령이었잖아. 그래서 그런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크게 부각되는 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쓰지 않았어. 


김 : 그때 그거 알고 느낀 게 주진우 기자님이 정말 심성이 나쁜 사람이다(웃음), 뭐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랬으면 그거 가지고 끝까지 계속 파고 들었을 거란 말이에요. 기사를 계속 써내고. 마치 언론이 채동욱 검찰총장 건 거처럼.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건 그거대로 욕 먹고 다른 굵직굵직한 거 취재하시더라구요. 그거 버려두고. 


주 : 사생활은 사생활이었다고 생각해. 더 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잘못을 안 했으면 했는데. 


김 : 근데 했죠. 


주 : 했지. 정권 초였고 너무 큰 상처가 나면 지도자의 판단 능력이 흐트러졌을 거야. 그런 부분은, 그걸 쓰는 건 아닌 것 같아. 


김 : 혹시 이렇게 못 쓴 기사가 많나요?


주 : 나는 대기업 애인들이 많이 찾아와. 


김 : 애인이요?


주 : 애인들. 옛날에는 YS 대통령의 숨겨진 분도 찾아왔었고.


김 : 아, 직접 찾아오는구나. 


주 : 정주영, 현대 정씨 집안, 한화 김씨도 여러 곳에서 찾아 왔어. 조선일보 방 회장 집안 여자들은 정말 많이 찾아와서 사진과 모든 자료를 다 가지고 있어. 그런 부분은 굉장히 궁금해서 취재는 열심히 해놨는데 굳이 쓰고 싶지는 않아.


김 : 삼성은?


주 : 삼성 이건희 회장 쪽도 마찬가지고.


김 : 대한민국 큰 기업 애인은 다 찾아온 거네요.


주 : 다는 아닌데 몇 명 만났지.


김 : 왜 안 쓰나요? 충분히 공익과 연관된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주 : 난 남의 사랑 얘기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 사랑이 공적인 영역을 침해하면, 그때는 쓰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때는 쓰겠다고 생각해서 시사저널 때 하나 썼지. 써놨더니 시사저널이 망했지. 


기사로 내지도 못했지만 시사저널 사태에 엄청나게 기여한 주진우의 기사가 있다. 그 기사의 제목은 '이건희 여자의 엘리베이터 승진'이었고 주인공은 당시 삼성전자 박명경 상무다. 주진우 기자의 취재와 관련된 디테일한 이야기는 인터뷰로 풀면 몇 권이 나올 테니 걍 주진우 기자의 첫 책 <주기자>를 참고하시라. 


여튼 이 남자가 항상 강조하는 거, '공적 영역으로 가기 전의 로맨스는 존중한다' 되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 운영에 굉장한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연애는 마음 놓고 실컷 했으면 한다. 적어도 주진우 기자는 그 연애가 공적 영역을 침범하기 전까진 쓰지 않을 게다.     



9. 검사, 판사, 변호사, 셋 다 믿지마라.


이 인터뷰의 목적은 신간을 낸 저자와의 대화인데 어쩌다 보니 책 이야기는 사라지고 또 인터뷰가 이렇게 되버렸다. 유시민 때도 그랬고 유홍준 때도 그랬으니 이제 적응하셨으리라 믿는다.  인터파크 북디비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인터파크 북디비 직원도 아니고 책 광고하는 사람도 아닌데 뭐. 좋은 책은 걍 읽으면 되는 거다. 허나 너무 책 얘기를 안 해 마지막으로 주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 : 책 엄청 자세히 읽었어요.  


주 : 엄청 자세히?


김 : 이 책은 기자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잖아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주 : 줄치고 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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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뷰 준비 겸 <주기자의 사법활극>을 몇 장 읽고 자려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나는 괜찮은 책을 보면 그 책이 너덜너덜해지는데 마음에 드는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줄을 긋다가 생각이 나면 바로 메모를 해서 그리 된다. 주 기자의 책도 그렇게 봤다. 


김 : 비법은 책 보면서 정리가 됐지만 독자들을 위해서 검사, 변호사, 판사, 각각 만났을 때 노하우 딱 하나씩만 알려주세요. 제일 중요한 거. 


주 : 노하우라. 


김 : 검사부터. 가장 친한 검사(웃음)


주 : 검사는 당신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가능한 말을 안 하는 게 좋다. 말을 줄여라.  


김 : 말을 줄여라.


주 : 그리고 검사는 너를 잡기 위해 공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든 말이 덫이 된다. 그러니까 말을 줄이고 여유를 가져라. 


김 : 오케이. 판사는요?


주 : 판사한테는 자기가 유리한 부분은 자세하게 설명해라. 그리고 판사를 존중하고 판사랑 정들기에 힘써라. 


김 : 변호사. 


주 : 거짓말을 하지 마라. 그리고 변호사들도 도둑이니 믿지 마라. 


김 : 변호사, 믿지 마라. 


주 : 변호사에겐 변호사의 입장이 있는 거야. 


변호사가 재판부에 서면을 낼 때도 꼭 확인하라는 말이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을 귀찮게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변호사에게 모든 걸 맡기고 대충대충 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 기자는 자신의 일이고 권리니 그건 자기가 찾아야 한다고 두, 세 번 강조한다. 


주 : 일단 세 명 다 믿지 마라.(웃음)


김 : 아 맞다, 경찰. 


주 : 근데 경찰하고 검찰하고 비슷하니까. 


김 : 예전에 경찰서에서 조서 쓰고 그냥 지장 찍었다가 당했잖아요. 경찰서에서 조서는 꼼꼼히 보고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게 꼭 필요할 것 같은데. 


주 : 그래, 나도 그랬어야 했지. 우리나라가 이상한 게 나도 마찬가지지만 계약서 제대로 보는 사람 없잖아. 가장 중요한 건 뭐야. 계약서는 돈과 관련됐고 돈을 가져가는 건데 잘 안 봐. 우리나라는 그냥 사인하지. 사인하는 게 그냥 멋이야. 그땐 안 보고 사인했잖아. 그 중요한 거를 그냥 했다가 진짜 당했지.


김 : 경찰한테 조사 받을 때 괜히 짜증내잖아요, 특히 빨리 안하고 이러면. 그때는 끝까지 버텨야 되는 건가요?


주 : 버텨야 돼. 몇 분 빨리 나오려다가 몇 년 늦게 나올 수도 있어. 진짜로.


김 : 책 핵심은 그거더라구요. 결국 자기 자신이 가장 열심히 해야 된다.


주 : 그렇지. 내 일이야. 나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나보다 더 중요하게 해 줄 사람은 없어, 세상에, 아무도. 그래서 자기 일이라고 생각해야 되는데 중요한 자기 일을 대충 처리하는 사람이 많아. 자기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복잡하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이유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도망가려고 하잖아. 그러지마. 자기 숙제는 자기가 푼다고 생각해. 그 누구도 자기 일을 자기처럼 중요하게 풀어주진 못해.


이후, 잡담을 하며 약간 시간을 보냈고 그는 다음 일정을 때문에 까페를 떠났다. 요즘 몸이 좀 좋지 않다 했다.     



10. 가장 무능했기에 가장 유능했다


주 기자는 괴상하다. 말이 쉬워 100여 건이다. 이 정도 소송을 당한 남자가 밖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게, 그렇게 들쑤시고 다녔는데 살아있는 게, 그 모든 스트레스와 짐을 올곧이 받아내며 인간으로서 망가지지 않은 게, 참으로 괴상하다.  


취재 탓에 생긴 부담과 압박에 이상 행동 몇 개 쯤 해야 인간이구나 할 텐데, 되려 신간을 팔아 외국 변호사와 탐정을 고용하고 빨리 취재를 이어가고 싶다 한다.  


워드를 못 해 현장 브리핑도 제대로 카피 못했던 무능한 기자는 자신을 기자로서 개차반이라 회고한다. 남들이 매일같이 기사를 써낼 때 10번 취재해 겨우 1번 기사를 써내는 자신을 헛스윙 많은 1할 타자라 말한다. 


아직 진행 중인 10건의 소송,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 보도와 관련해 몇 년 만에 항소심 무죄 얻었으나 검찰은 다시 상고했다. 다음은 대법원이다.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그냥 하는 만큼 하고 가려고..."라고 답한다.   


주진우, 평범한 10할 기자로 무능했기에 특별한 1할 기자로 유능하다. 그 유능함은 정의구현과 진실보도가 가능하다는 이상 현상을 선사하기에 더 없이 소중했고 여전히 그러하다.


더 이상 이 남자에게 뭘 요구하는 건 반칙이리라.  


당신은 누구보다 할 만큼 했다. 


다만 그냥 간다 말하지 마라. 


당신이 그리 말하면 그게 팩트가 되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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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추신 : 아 참. 까먹었는데 주진우 기자 대법 가는 거면 총수도 대법원 가는 거니까 겸사 겸사 소식 전한다. 일단 <주기자의 사법활극> 인세는 취재비로 쓰이는 거니 그거야 관여할 바 아니지만 딴지그룹 사보로 <벙커깊수키>도 팔고 있으니 인터파크 독자들은 딴지마켓(링크)에서 구입하자. 총수는 아주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언젠가는 감옥에 갈 거니까 열심히 팔아 양질의 사식을 드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민족정론지 딴지일보는 명랑사회는 물론, 어디까지나 정의구현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을 뿐, 뭐 다른 거 없다.     





편집부 주



본 이너뷰는 

인터파크 북디비(링크) 작가 이너뷰어

본지 부편집장이 용병으로 뛰게 된 겸사겸사 

인터파크 북디비 측과 협의하에

본지 동시 게재한다.


최근 신간을 낸 저자라면

다짜고짜 찾아가니 

딴지스도 추천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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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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