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 김훈 작가가 나오길래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말하는 방식이나 표정이 닮아 김훈을 보면 종종 떠오른다. 그는 외할머니 장례식 때 영정 앞에 앉더니 한동안 사진을 보았다. 눈시울을 붉히려는 찰나에 에이, 하고 휙 가버렸는데 인상 깊었다.



한 번은 내가 없을 때(고등학생 때로 기억한다)집에 찾아와 봉투를 하나 주고 갔다. 봉투를 열어보니 10만 원과 '훌륭한 사람 되라' 는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산에 야외 수영장(깨끗한 타일 마감은 아니었다)과 오두막을 만들어 두곤 이따금 집을 나와 거기서 시간을 보냈는데 나도 친구나 가족과 그곳에 자주 갔다. 물싸움(서로 물 먹이기)을 할 땐 내가 나이도 어리고, 무엇보다 손잔데, 진지하게 나를 이기곤 해맑게 좋아했다.



어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산 중턱에 땅을 파 야외 수영장을 만든다는 발상(꽤 길었다)은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다. 돈이나 땅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들은 아파트에 살게 하고 본인은 허름한 집에 살며 취미생활을 즐기다 돌아가셨다. 조금 괴짜였던 거 같다. 위악적인 면은 있었으나 허영심이나 허세는 없었다.



중학생 때였다. 손자, 외손자들이 모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는데 창규야, 하고 부르더니 내 눈을 노려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노려보다 외할아버지가 "됐다" 해서 나는, 말 없이 목례하고 나왔다.



외할아버지는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술을 너무 좋아했던 게 흠이라면 흠으로 기억된다.








2015. 10. 11 AM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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