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묘진 안의 어느 조용한 상점.

 

역시나 우연히, 계속해서, 아무런 계획없이,

 

나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쩌면 깊은 곳에서 관여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또다른 의지와 함께)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듯.

 




 

 

창 밖으로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네 다섯명의 사람들이

 

느긋하게 신사 안의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는 것이 보인다.

 

오른편에 앉아 있는 정아는(이 곳까지 오게 된 계지를 마련해준.)

 

멍하니 작년 축제의 모습을 보다가

  

가방 안을 이리저리 뒤적 거리 더니

 

전자 사전을 꺼내어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이곳 신사의 안내서를 유심히 본다.

 

(한자가 매우 많아 대부분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번의 일본은 계획없이 끌려가는 대로 맡기는 편이 좋을 듯 하다.

 

(녀석이 갑자기 소리를 내서 안내서를 읽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군가가 계속해서 나를 어딘가로 이끈다.

 

오늘은 당신이.

 

어제는 당신이 아닌 누군가가.

 

이것은 상당히 피곤하면서도 상당히 즐거운 일.

 

이런 피곤함이라면 당분간 즐기고 싶다.

 

이런식으로 나는 요즘,
 
나의 의지를 멀리하고 있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