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경여행이
지칠대로 지쳐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아사쿠사의 센소지를 찾아보자.
뜬금없이 왠 센소지냐고.
아사쿠사의 센소지가
동경여행하면 가장 먼저 찾는,
신물나도록 지겨운 코스라는건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밤의 아사쿠사는 다르다.
그러니까
한밤의 센소지는 다르다.
한밤중의 센소지는
그야말로
고요속에 존재한다.
카미나리몬에서 센소지로 뻗어있는,
300m에 달하는 나까미세 거리.
반나절 동안
떠들석했던 그 거리는
지금,
개미 한마리 찾아 볼 수 없다.
발 디딜틈 없는 참배객들과
줄지어 음식을 팔고 있는 상인들로 정신 없었던 센소지 앞에는
오직 당신만이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도시 동경.
그 동경 안에서도
1300년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지금도
세계각국에서 연간 삼천만명이 모여 드는,
일본 전국의 관광지 중에서도
가장 혼잡한 이곳.
당신은 그런 곳에서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을 기준으로
동서남북 어느쪽으로든
전후좌우 어느쪽으로든
몇백미터에 달하는 공간 안에
당신은 홀로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곳중의 하나에서.
그것도
천년이 넘는 세월의 한 가운데서.
나는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사치'이며
'사치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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