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닛뽀리 도서관.

예상보다 빨리 찾아냈다.

니시 닛뽀리 역에서 출발하여 45분.






[05:15]


지금 나는 닛뽀리 도서관 35번 좌석에 앉아 있다.

오오츠카의 볼일을 끝내고 도서관을 찾는 연습겸 해서

니시닛뽀리로 온 것이다.

역시나

도서관을 찾아내는 데는 45분이나 걸렸지만 무언가 대견하다.

(3명에게 물어보았지만 어쨌든 혼자서 해낸일이기 때문.)





태어날때 부터 목표한 지점을 단번에 찾아내는 능력을 가진,

그야말로 선택받은 자들(나의 관점으로는)은 이러한 일이

별것 아닌듯 느껴질 것이다.

몇번이나 몇십번이나 간 곳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보일테지.

하지만

나는 이러한 자그마한 일이 매우 대견하다.
 
 (닛뽀리 도서관 간판을 보는 순간 정말로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전철을 잘못타서 이케부쿠로 까지 간 나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심각한 길치이다.

어느정도의 길치냐면 '장전동'에서 '부산대학'까지를

매번 헷갈리는 남자이다.

'장전동'에서 '부산대학'까지는 전철을 갈아탈 필요도 없고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매우 가까운 거리라 헷갈릴 구석은

찾아볼래야 찾아 볼수도 없다.

더 확실히 말하자면 단 1구간이다.

걸어서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

표를 사서 부산대학이 어딘지 확인하고는 전철을 타고

1분만 기다리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

어떤 어려움도 없다. 그야말로 유치원생도 할수 있는 일.

하지만

이 남자는 몇년을 그곳에서 살았음에도 4번중에 1번은

반대쪽인 구서동으로 간다.....





도대체 몇번이나 그랬는지 모르겠다.

만전에 만전을 기해서 '오늘은 제대로 간다'라고 결심을 하고

타도 다음역은 구서동....

때때로 나조차 놀랍다.

잘못 탈래야 잘못 탈 건덕지도 없는 단 1구간인데 어떻게 나는

수십번이나 그런일을 반복할 수 있는 건지.





하지만 나쁘진 않다.

어디로든가 길을 잘못들면

그 김에 그 동네의 친구들도 만나고

거리를 걸으면 무언가 새로운 생각들이 생겨나니까...

(나는 길을 잃어서 수년만에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내가 시간을 다투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그렇게 모든 뻘짓거리를 마친 후에 약속시간에 나가도

나보다 빨리 오는 친구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나로서는

별 조급함도 없다.

(가끔 너무 자신 있게 마음대로 걷다가

'너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가는거냐?'하고 물으면 조금 미안하다.

생각 없이 따라온 친구들도 문제지만

나는 당연히도 친구들이 나를 따라온다는건 생각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싶으면 종종 나를 멈춰

세우는 녀석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십년을 넘게 같이 했음에도 여전히 생각없이 따라오는 녀석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가끔씩 나는 길을 잃어버리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길치라면 나 정도는 되야한다'는 자부심 비슷한 것이

있기 때문에 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 길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며

방향감각 또한 우수한건 아닐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어느 순간

잘못된 경험 하나로 이렇게 틀어져 버린 것은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꿈 속에서 바닥에 먼지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내가 걸었던 거리의 간판에 어떤 글씨가 쓰여있는지 조차

기억하는 내가 길 따위를 찾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

나는 스스로를 속박했던 것이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처럼.

그래....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나는 오리가 아니라 원래 독수리 였다고.

생각난 김에

오늘은 닛뽀리에서 우에노까지 걸어보아야 겠다.

... ...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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