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홍석동 납치사건6 – 살인범과의 협상

2012. 8. 3. 금요일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2012년 6월 21일, 홍석동 납치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제보’가 있다며 박병준(필명 : 게으른 수다쟁이)기자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나를 찾았던 남자.

 

그리고 그가 남긴 전화번호.

 

 

 

 

박 기자의 감,

‘좋지 않다. 평범한 제보자는 아닌 것 같다’

 

오전 10시 46분, 나는 전달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첫 음성.

 

‘혹시 죽지 않는 돌고래 기자님이세요?’

 

살인강도 납치단 행동대장 김종석이 확실했다.

 

 

 

김종석은 자신과 전화를 하는 사람이 기사를 쓴 당사자가 맞는 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 대화를 이어 나갔다.

 

돌이 본인, 김이 김종석이다.

 

돌 : 제보인가요?

 

김 : 네?

 

돌 : 제보(전화)하신 분이신가요?

 

모른 척 했다.

 

김 : 그렇지요.

 

돌 : 예, 말씀하십시오.

 

김 : 저기 뭐, 기자님 기사 잘 읽어보고 있는데…

 

돌 : 예.

 

김 : 김성곤이 아시죠?

 

김성곤은 납치된 현지 교민과의 몸싸움 중 총상을 입었고 현재, 검거되어 현지 교도소에 갇혀있다. 최세용, 김종석과 함께 2007년 안양환전소 살인사건의 용의자이며 납치단 내 서열 3위로 알려져 있다.

김성곤은 범죄행위의 대부분 책임을 최세용과 김종석에게 돌리고 있다.

 

돌 : 예. 알고 있습니다.

 

김 : 그 친구가 잡혀 가지고 있는데.

 

돌 : 예.

 

김 : 저….(한숨)

 

김종석이 1초 동안 뜸을 들인다.

 

김 : 저 누군지 알겠습니까?

 

 

김종석이 먼저 말을 꺼낸다. 모를 리 없다. 수백 번 반복해서 들은 목소리다.

 

돌 : 예. 알겠습니다.

 

김 : 그렇죠.

 

돌 : 예.

 

김 : 예(헛웃음)

 

돌 : (헛웃음)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김 : 제가 연락을 드린 거는 협조라기 보다, 기자님이 xxxxxx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통화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김 : 이제 저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돌 : 예.

 

김 :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저를 압니다, 제 스타일을.

 

돌 : 저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김 : 제가 한국 소환되고 이러진 않을 겁니다.

 

 

필리핀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필사적으로 현지에 남으려고 한다. 돈과 인맥이 있다면 현지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활로’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김성곤과 마찬가지로 김종석도 검거된 적이 있지만 다시 나온 전례가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거짓 진술을 통해 현지에서 몇몇 경범죄를 만들어 내면서 까지 필리핀에 남으려 한다고 한다.현지에 수감 중인 김성곤을 한국으로 이송할 수 있는지의 여부, 이송한다면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 지는 외교통상부와 검찰의 노력에 달려있다.

 

돌 : 예.

 

김 : 서로 목숨 걸었지 만은. 내가 했든 안 했든 (잡힌)사람들은 나한테 뒤집어 씌울 것이고, 그러니까 나는 총대를 메야 돼요. 그래서 말씀을 드립니다.

 

김종석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것이 연기인지 진짜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돌 : 네.

 

김 : 제가 지금 풀지 못하는 두 개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돌 : 예.

 

김 : 깨놓고 말씀 드리는데 저도 사실 지금 마지막 준비를 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 상황입니다.

 

돌 : 마지막을 준비하신다고 그러면 안 되죠. 제가 알기로는 자제 분도 계신데.

 

김 : 뭐 내가 있어야 가족이 있고 그런 거지, 내가 죽고 나면 뭐, 다 그거잖아요. 다 덮어질 거니까.

 

돌 : … …

 

김 : 하아…(한숨) 그래서 뭐, 기자님이 한 번 저 좀 도와주실랍니까?

 

돌 : 어떤 거를 말씀입니까?

 

김 : 풀지 못하는 것을 제가… 선생님한테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돌 : 예.

 

김 : 저도 선생님한테, 뭐 좀 그거 하지만,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돌 : 예.

 

김 : 얄팍한 사기도 싫고. 뭐 그래서 깨 놓고 말씀드릴게요. 머슴아니까.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김종석은 ‘남자 대 남자’, ‘머슴아’라는 표현을 좋아하고 자신과 동향인 사람에게는 마음을 여는 경향이 있다. 납치 피해자 중에서도 ‘남자다운’ 이들에게는 덜 잔혹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의 고향은 부산으로 알려져 있다. 사투리는 억센 편이다.

 

돌 : 예.

 

김 : 예. 저 한 번 도와주세요. 그러면 저 역시 한 번 도와드리겠습니다, 전부 다를. 지금 풀지 못하는 그거 말고도 한국에 있습니다, 많이.

 

 

풀지 못한 것. 돌아오지 않은 피해자인 홍석동, 윤철완 씨의 이야기다. 그 외에도 풀지 못한 많은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돌 : 네.

 

김 : 예.

 

돌 : 선생님도 기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항상 (홍석동 씨)부모님과 통화하고… … 마음이 그렇습니다. 서로(김종석과 본인)지금 처해있는 입장은 다르지만.

 

김 : 예.

 

돌 :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그 부모님이 (홍석동 씨)생사라도 아셔야지 않겠습니까?

 

김 : … …(한번 혀 차는 소리),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지금은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돌 : 알겠습니다.

 

김 : 하…, 그래 뭐, 거 지금 뭐 뭡니까, 공군 중령(예비역 공군 소령 윤철완씨)이랑 홍석동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뭐, 좀 그렇게만 알아두시고.

 

돌 : 예.

 

김 : 제가 쭉 보니까 그래도 필리핀에 대해서 관심을 좀 가지고, 그때 김규열 선장이나 이런 거 봤을 적에, 조금 많이 이래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서 제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락을 드린 겁니다.

 

돌 : 예

 

김 : 제가 다른 말씀은 안 드리겠고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시원하게 머슴아 답게 알려드릴 테니 기자님도 제가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돌 : 어떤 준비 말씀입니까?

 

김 : 앞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마지막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저도 서서히 숨통이 조여오고 제 앞이 보입니다. 미래가.

 

김종석은 계속해서 자살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

 

돌 : 기사를 쓰고, 피해자 부모님들 만나고 그러니까, 저는 솔직히 선생님이 밉습니다. 미운데, 그건(김종석의 자살)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김종석의)가족 관계를 아는데, 그래도 한 집안의 가장인데, 그런 선택을 하기 위해 저 보고 도와 달라 하시면, 그거는 못할 것 같습니다.

 

김 : (한숨) 누군가 총대를 메야 되고.

 

돌 : 최세용이 있지 않습니까? 최세용이 제일 리더 아닙니까?

 

김 : 그쪽으로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에 그렇게 독하게 자기 스스로 그거(납치 피해자들이 사라진 이유로 추정) 할 사람들 아무도 없습니다. 저 빼놓고.

 

나는 통화 도중, 홍석동씨의 생사를 우회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나가는 말투로 ‘저는 홍석동 씨가 죽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종석의 말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들렸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회피하려는 듯, 계속해서 ‘그거’라는 표현을 썼다.

 

돌 : 네.

 

김 : 제가 없어지면 지금 최세용이나 김성곤이가, 그걸(납치 피해자들이 사라진 이유로 추정) 이야기 하지 싶습니까? 절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도 모른다 할 겁니다, 아마.

 

검거된 납치단(김성곤, 김원빈 등)은 윤철완, 홍석동 씨의 생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재판장에서 홍석동 부모님은 매번 통곡했다. 김원빈에게 화를 내기도, 애원하기도 했지만 김원빈은 묵묵부답이었다. 보다 못한 재판장이 두 번, 세 번 물어도 김원빈은 모른다고 할 뿐이었다.

본인이 만난 피해자들은 납치단 막내인 김원빈이 자신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했기에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곤도 김원빈도,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끝내 돌아오지 않은 납치 피해자들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증거가 나오지 않은 범행에 대해 그들 스스로 말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

김원빈의 경우, 범행을 부정하다 실제 피해자와 대면하는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자 죄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전화기 너머로 닭 울음 소리가 들린다.

 

김 : 선생님이 저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셨겠지요? 예?

 

돌 : 그렇죠.

 

김 : 예. 뭐, 저도 선생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기사만 계속 보고 있는 그런 입장이고. 그런, 뭐 부모님들, 부모님들한테, 참, 인간적으로, 참, 어떻게 사죄를 해야 될지 그거는 모르겠습니다.

 

돌 : 말씀 중에 끊어서 죄송한데, 제가 매일 (홍석동씨)아버님께 전화를 세 통 받습니다. 술 마시고 울면서 전화하시고 이러면, 저도 참 마음이 안 좋습니다.

 

김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저도 인간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마, 그렇게 된 일이고, (한숨) 기자님이 좀 도와주시면,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거짓 없이, 소재파악이라 든가, 제가 주소를 다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에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고.

 

돌 : 네.

 

김 : 홍석동 아버님한테도 제가 그런 무례를 범한 것도 정말 죄송하고.

 

 

김종석은 홍석동 부친과 전화 도중, 자신의 요구사항이 통하지 않자 욕지거리를 하며 싸운 적이 있다. 요구사항은 위와 같다. 

 

김 : 그렇지만 그게 그렇다 보니까… 뭐, 그렇게 됐습니다. 뭐 나중에 가서 (홍석동 부친에게)어떻게 사죄를 드릴지, 그건 나중에 문제고.

 

돌 : 예.

 

김 : 지금 풀지 못한 그 사건 두 개(윤철완, 홍석동 씨)를 제가 다 드릴게요.

 

돌 : 예.

 

김 : 다 드릴 테니까… 저 뭡니까, 한 천 만원만 보내주세요.

 

나왔다.

 

돌 : 선생님.

 

김 : 그리고 나면 제가 깔끔하게 말씀 드릴 테니까. 저 사기꾼 아닙니다.

 

돌 : 이런 문제는,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외교통상부와 상의를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 말씀을 하세요. 하시고. 지금에 와서 제가 겁을 먹고 이랬으면 전화도 안 합니다.

 

돌 :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전화하신 것만 봐도. 전화해 주신 거는 고맙습니다. 답답했는데.

 

정말 그랬다. 김종석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김 : 아, 별 말씀을. 저도 통화를 한 번 하고 싶었습니다.

 

돌 : 예.

 

김 : 그러면 내일 아홉 시, 한국 시간으로 아홉 시입니다.

 

돌 : 한국 시간으로 아홉 시요?

 

김 : 예. 여기는 여덟 시니까. 한국 시간으로 아홉 시 돼서, 제가 오 분 동안 기다리겠습니다, 이 번호로.

 

돌 : 열 시는 안 됩니까? 제가 열시에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김 : 예. 열 시에서 오 분 동안 기다리겠습니다.

 

돌 : 예.

 

김 : 이거 참, 통화를 해서 기분은 시원합니다. 마음은.

 

돌 : 저도 뭐, 통화를 하니까… 그렇습니다.

 

김 : 어쨌든 죄송합니다.

 

돌 : 저한테 죄송할 건 없죠.

 

김 : 그럼 내일 통화 기다리겠습니다.

 

전화 도중 간간히 어린 아이 목소리, 그리고 그 보다 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김종석의 가족관계와 통화 도중 주변에서 들린 음성으로 추정할 때, 가족들이 거주하는 집에 들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석과 전화를 끊고 네 명과 통화했다.

 

인터폴 담당자 정병호, 주 필리핀 대사관 영사 정순철, 경찰에서 본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팀장 이종두, 그리고 본 건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 김원태.

 

24시간 안에 김종석과 협상을 해야한다. 그가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요구한 돈은 천 만원.

 

정부기관에서는 내부 회의를 거친 후, 답변이 왔다.

 

‘경찰이 아닌 사람이 납치단과 협상을 한 전례가 없다.
이에 대한 메뉴얼도 없다.
또한 필리핀 현지는 한국과 달리 전화 추적이 매우 힘들다.
기자가 직접 필리핀 현지로 가서
김종석과 만나 돈을 전달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

 

인터폴, 대사관, 경찰, 모두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다. SBS 김원태 PD는 가능한 한 전화통화를 길게하면서 현지에서 추적이 가능하도록 시간을 버는 방향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날 밤, 필리핀 현지 제보자와 피해자들과 통화하며 김종석의 세부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음날, 오전 10시 3분. 편집부 직원 모두가 숨죽인 채 대기한 상황에서 사무실 입구를 잠근 채, 녹음기를 켜고 김종석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스피커 폰으로 연결했다.

 

돌 : 여보세요.

 

여전히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칭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집에 들른 것이 맞다면, 김종석의 둘째 아이일지도 모른다.

 

김 : 예. 여보세요.

 

돌 : 김종석 선생님 전화 맞습니까?

 

김 : 예.

 

돌 : 딴지일보 김창규 기자입니다.

 

김 : 아, 예.

 

돌 : 어제 이 시간에 약속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김 : 예

 

주변이 조용해 진다. 조용히 하라고 주변에 손짓이라도 한 걸까.

 

돌 : 어제 의논을 해봤거든요.

 

김 : 네

 

돌 : 정부기관 측에서는…

 

김 : 가능하지 않다고 이야기 했습니까?

 

먼저 말을 꺼낸다.

 

돌 : 정부기관 측에서는 충분히 그 정도 돈이면 제공할 용의가 있는데.

 

김 : 예.

 

돌 : 선생님께서 홍석동 씨나 윤철완 씨의 소재지, 그걸 알 수 있는 사진이나 증거만 하나 주시면 충분히 응할 수 있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화 통화나 아니면 메일, 그 정도면 돈은 충분히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김 : 아, 예, 그렇습니까?

 

돌 : 예.

 

김 : 그렇다고 해서 그거를 제가 사진을 찍어 갖고, 보낼 수는 없는 거고. 믿지 않는다면은, 저도 더 이상, 뭐 어떻게 이야기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없고, 남들은 매듭을 풀려고 하는데 나는 왜 매듭을 묶으려고 할까요?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돌 : 예.

 

김종석이 살아남기 위해서, 즉, 딜을 하기 위해서는 김종석만이 밝힐 수 있는 정보를 끝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 : 남들은 풀려고 하는데, 저는 자꾸 묶잖아요, 매듭을?

 

돌 : 예.

 

김 : 나는 기자시라면 그 정도는 한 번 정도 생각해 보실 줄 알았는데. 뭐, 알겠습니다.

 

김종석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으며(특히 ‘갑’의 입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김 : 그렇다면 제가 뭐, 굳이 뭐 사진을 찍어갖고 보내고 뭐, 어드레스를 갖다가, 제가 사실,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

 

돌 : 예.

 

김 : 줘버리면 저도 뭐, 더 이상 그게 없으니까.

 

돌 : 예.

 

김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겁니다.

 

돌 : 예.

 

김 :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도 사기꾼이 아니고.

 

돌 : 예.

 

김 : 매듭을 풀려고 하는 게 아니고 매듭을 자꾸 묶으려고 합니다.

 

돌 : 예.

 

김 : 그래야 나도 나중에… 무슨, 그게 있으니까. 그래서 그랬던 것인데. 먼저 그런 정보를 제시해 달라고 그러면 저 역시도 줄 수가 없습니다.

 

납치단이 한 명 한 명 검거되고 있고 모든 책임을 최세용과 김종석에게 돌리고 있는 상황, 리더인 최세용은 노련하게 수사망을 피해 상대적으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있다. 김종석에게 점점 수사망이 좁혀져 오는 지금, 그는 자신의 활로를 검거된 납치단이 비밀로 묻고 있는 ‘홍석동, 윤철완 씨의 정보’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대화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돌 :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라진 피해자 부모님 측은 선생님이 잡히고 말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김 : 예.

 

돌 : 그리고 그쪽에서는, 최세용이를 잡으려고 하거든요. 최세용이를 안 잡으면 사건이 안 풀리니까. 그래서 선생님을 잡고 안 잡고는 아무 상관 없이 최세용을 잡으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그거에 대해서 협조해 주시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뭐 생사나, 그 정도라도 확인이 안 되겠습니까?

 

멀리서 다시 어린 아이 목소리가 들린다.

 

김 : 아, 그거는 제가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어떻게 되었다, 어떻게 되었다, 이거는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없고. 제가 약속할 수 있는 부분은 이겁니다. 정확하게.

 

돌 : 예.

 

김 : 막말로 큰 돈도 아니고.

 

     환전소를 털고 마약을 거래하고 카지노를 들락거리며 납치 한 건에, 수 천 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범죄자들에게 ‘천 만원’은 큰 돈이 아닐 수도 있겠다.

 

돌 : 예.

 

김 : 그렇잖아요?

 

돌 : 예.

 

김 : 그거를 갖다가, 믿고, 서로 믿고 해주면은, 저 역시 소재지를, 주소가 두 군 뎁니다. 두 군데를 내가, 선생님 편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돌 : 예?

 

김 : 먼저 송금을 해 주시면. 두 군데입니다, 따로 따로 흩어져 있는데.

 

돌 : 예.

 

김 : 송금을 해 주시면 내가 정확하게 그걸, 인출을, 이 나라 애들이 했다라고 나한테 연락이 오면 내가 선생님한테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돈 심부름을 했던 김원빈이 현지 교도소에 잡혀 있는 상황, 그가 말한 ‘이 나라 애들’은 누구일까. 아직도 필리핀 조직과 연결된 상태일까. 아니면 암묵적으로 그의 범죄를 돕는 가족일까. 사진은 홍석동씨 납치 당시, 돈 심부름을 하던 당시의 김원빈이다.  

 

돌 : 알겠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말씀 그대로 (정부기관에)전해드리고. 그러면 어디로 돈을 부쳐야 됩니까?

 

김 : 그거는 제가 따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만약에 그 부분이 확실해진다면.

 

돌 : 예.

 

김 : 제가 앞 전에도, 뭐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다시피, 단돈 이 백만원 때문에, 저 사기꾼 아닙니다.

 

정보(윤철완, 홍석동씨의 거처)를 대가로 천만 원을 요구했던 김종석은 어느샌가 이백만 원으로 말을 바꾸었다. 지난 기사에서 밝힌대로 현재 김종석의 자금 사정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의 입을 통해 바뀐 요구 액수는 그의 상황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소재지'란 표현이 자꾸 걸린다.

 

돌 : 선생님 성격은 제가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납치단 중에서 가장 대담하며 잔인한 인물로 김종석을 지목했다.

 

김 : 그러면은 내가 한 번 더, 그 뭐꼬, 트라이를 함 해보시고. 지금 열 시지 않습니까?

 

돌 : 예.

 

김 : 그럼 몇 시 쯤에 가능하시겠습니까? 통화가?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 김종석은 한시라도 빨리 돈을 받아 상황을 끝내고 싶어 했고 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김종석과 조금이라도 길게 통화를 해야한다.

다시 방향을 틀었다.

 

돌 : 그거(김종석과 통화한 내용과 요구사항)를 (정부기관에)말씀드리니까, 그쪽에서도 뭐, 비상이 걸려서 회의를 막 하더라고요.

 

김 : 허허 뭐. 그래, 뭐, 내 때문에 그래 비상을 해야 되고 뭐, 그런 상황인가 봬? 내가, 뭐, 그래 그 정도 사람입니까? 참, 허허.

 

전화 도중, 처음으로 김종석이 기분 좋은 목소리를 냈다.

 

돌 : 제가 메뉴얼을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선생님 같은 분하고 통화를 해본 것도 아니고, 일개 기자인데, 전 현장을 겪는 게 아니고 보는 사람 아닙니까?

 

김 : 예예.

 

돌 : 저도 뭐 전화로는 침착하게 전화 받는 거 같지만, 아니예요. 그래서 메뉴얼을 요구하니까, 그쪽에서 회의하고 전화를 주더니,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협상이나 교섭을 한 사례가 없다고, 여기에 대한 메뉴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 : 아아-.

 

돌 : 처음에는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 : 예.

 

돌 : 저도 뭐 (지금까지)정부기관의 행동에 화가 나고. 돈을 보낸다고 그냥 거짓말을 하자고.

 

김 :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안 그렇습니까?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저를 먼저 잡으려고 하지 말고, 소재지부터 파악을 하고 나면, 나머지는 내가 나타나든, 스스로 대사관 앞에 가서 뭐를 하든, 그건 제가 할 겁니다.

 

돌 : 예.

 

김 : 그리고 최세용 부분은, 제가 모르겠습니다.

 

모를 리가 없다.

 

김 : 뭐, 통상부 쪽이나 이쪽으로 내가 정보를 흘리고 내가 그라지는 않을 겁니다.

 

돌 : 예.

 

김 : 그러나 만약에 이 일, 깔끔하게 잘 끝내주시면, 제가 최세용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무슨 말이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돌 : 알겠습니다.

 

김 : 그러면 제가 지금 10시니까, 11시 반에 통화를 하죠.

 

돌 : 11시 반이요.

 

김 : 네네.

 

 

 

한 시간 남짓 흘렀다. 한 시간 동안 정부기관, 홍석동 부모님 등과 통화했고 편집장님과 대처방안을 논의했다.

 

편집부 기자들이 모두 대기한 상태에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에어콘을 끄고 환풍기를 정지시켰다. 마지막으로 편집부 문을 다시 봉쇄한 채,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돌 : 여보세요.

 

주위에서는 계속해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하는 곳이 알려진 김종석 가족의 거주지라면, 그리고 현지 경찰들이 그 주위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다면, 김종석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사를 쓰면서 접한 현지 경찰들의 수사력으로 그것을 기대하긴 힘들다.

 

김 : 네.

 

돌 : 김종석 선생님 맞습니까?

 

김 : 네.

 

돌 : 딴지일보 김창규 기자입니다.

 

김 : 네.

 

돌 : 많이 기다리셨죠.

 

김 : 아, 뭐, 별말씀을.

 

돌 : 저 쪽에서 회의를 하고 저한테 결과를 줬습니다.

 

김 : 네.

 

돌 : 그쪽에서는 충분히, 돈을, 선생님이 요구하신 돈을 제공할 용의가 있고요.

 

김 : 예.

 

돌 : 그리고 그쪽에서, 대사관을 통해서 사람을 선생님께 보내겠답니다.

 

김 : 아, 그거는, 그거는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왜냐? 내가 사람을 보냈는데, 내가 그 사람을 보호를 해줘야 하는데. 내 말은.

 

김종석은 약간 목소리를 높였다.

 

김 : 그게 돈을 가지러, 받으러 갈 사람이 잡혔을 적에, 저 역시도 그 사람을 보호를 해야 되기 때문에, 돈을 가지고 온 사람을 억지로 어떻게, 액션을 취해야 되는 그런 부분입니다. 제 말 이해하시겠습니까?

 

현재 납치단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 만약 누군가 돈을 찾는다면 그와 굉장히 밀접한 지인, 그리고 그가 보호해야 할 유일한 몇 사람, 즉, 가족이 될 확률이 높다.

 

돌 : 예. 이해합니다.

 

주변에서 오토바이 소음과 필리핀 여자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그의 아내일지도 모른다.

 

김 : 예예. 그런 입장이기 때문에, 별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응하고 싶지 않습니다.

 

머리가 아프다. 머리 속에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날뛴다. 1분 1초가 간절하다.

 

돌 : 그러면 이런 방법은 안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서, 그쪽에서 사람을 보내서 만나는 방법은 지금 힘든 상황이잖아요?

 

김 : 예.

 

돌 : 제가 외교통상부 쪽에 그렇게 설득을 해보겠습니다. 그쪽에서 원하는 장소에 돈을 놔두라고 요구를 하면, 제가 외교통상부 측에 요구해서 그쪽에 돈을 놓든지. 아니면…

 

정부기관이 본지로 전해온 입장은 ‘살인범과의 협상은 없다’이다. 하지만 1%, 아니, 0.1% 때문에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그 0.1%에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김종석도 그 부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와의 통화에서 그는 절대적인 ‘갑’이다.

 

김 : 그거는, 기자님, 제가 말씀드릴게요.

 

돌 : 예.

 

김 : 그 부분은 누구나 다, 뭐, 일학년 이반도 아니고.

 

돌 : 네.

 

김 : 무슨 뭐, 돈을 받으러 간 사람이 잡히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뭐, 뭐가 됐든, 어떤 식으로든, 나를 잡으려고 하지 그 사람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돌 : 네.

 

김 : 그래서 어쨌든 그 사람을 잡으면, 어느 정도 나에 대한 실마리를 기대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인데.

 

김종석은 수 많은 범죄를 저질렀고 수 많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살인, 폭행, 납치, 마약 등 이미 다분야에 걸쳐 범죄지능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인터폴 최상급 수배자다. 정부기관의 대처 방안이나 수사진행 과정 쯤은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김 : 명확하게 말씀드릴게요.

 

돌 : 네.

 

김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언론사 개인기자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아내 직접 전화를 거는 대담함을 보이는 동시에 상당히 주도면밀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 하다. 납치 피해자들을 ‘굴복’시키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잔인함과 리더인 최세용이라는 인물이 이런 점을 가리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인 최세용이 잠적한 뒤, 김종석이 실질적인 납치단 리더 역할을 하며 범죄지능 또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돌 : 예. 선생님. 저도 정부기관에서 회의한 결과를 이렇게 말씀드리는데, 저도 기잔 데, 선생님이 그렇게 응할 거라고 생각 안 했습니다. 저도 이런 거 전하는 게 답답하고. 그러면 원하시는 방법은 어떤 방법입니까?

 

김 : 제가 원하는 은행에다가 그냥 입금만 시켜주고 제가 확인하고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돈만 챙기겠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협상 결렬이다. 전화 통화 도중, 최세용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그는 자신보다 최세용이 더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최세용을 꺼내보기로 했다.

 

돌 : 그쪽에서 홍석동씨와 윤철완씨에 대해서 소재지를 말씀 해주시기로 하셨지 않습니까?

 

김 : 네.

 

돌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외교통상부나 경찰청에서는, 안 중요해요. 지금 (김종석)잡든지 말든지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그쪽 리더인 최세용을 잡으려고 합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는데.

 

김 : 아, 뭐 상관없습니다. 저는.

 

물론 김종석을 잡는 것은 수사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 최세용 이야기가 나오자 약간 기분이 상한 투로 대답한다. 

 

돌 : 그래서 홍석동씨나 윤철완씨에 대해서, 선생님이 안전한 방법으로, 뭐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저한테 어떤 정보를 보내주시기 힘들면, 제 쪽에서 메일을 개설하고 선생님이 제가 개설한 메일에 들어와서 남겨주시는 방법. 그래서 그 분들이 어떻게 되어 있고 어디에 있는지, 한 줄이라도, 하나라도 보내 주신다면, 그쪽(정부기관)에서는 충분히 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액수는 뭐…

 

김 : 제가 처음에 기자님한테 연락드린 부분도, 이쪽 부분에 대해서 조금 관심을 가지는 거 같고.

 

돌 : 예.

 

김 : 특히 제가 그거했던 부분은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제가 연락을 드린 겁니다, 사실은.

 

돌 : 네.

 

김 : 그렇고. 제 신변보호는 말씀드렸고.

 

돌 : 예.

 

김 : 지금 내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해 주시는 부분도 있고.

 

돌 : 예.

 

김 : 그래 전화 드렸던 부분인데… 어… 그냥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최세용 거로 이야기를 하지 말고.

 

김종석은 계속 최세용 이야기를 꺼내는 데 자존심이 상한 듯 하다. 의도한 바다. 

 

돌 : 예.

 

김 : 기자님 단독으로 한 번 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돌 : 제 단독으로요?

 

김 : 예. 인간적으로. 내가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피, 그러면 제가 그 부분하고 중요한 최사장님 메일이 있습니다.

 

     납치단은 리더인 최세용을 사장이라고 칭한다.

 

돌 : 예?

 

김 : 최세용이 저한테 보내는 메일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본지는 이미 정보를 입수한 상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할 이유는 없다. 나는 놀라는 척 말을 이었다.

 

돌 : 예?

 

김 : 최근에.

 

돌 : 예.

 

김 : 그거를 제가 메일 주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주소 확인 하면 뭐 어디에 있는지 대충은 알 것이고.

 

돌 : 예.

 

김 : 예.

 

0.5초. 일순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김사장’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김종석을 부르는 듯하다. 짧은 순간 지나간 말이기에 한국인인지 필리피노인지 확인은 불가능하다.

 

김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말을 끊었다.

 

돌 : 깨놓고 말해서, 선생님 부산 사람이지 않습니까?

 

김 : 네.

 

돌 : 저도 부산 사람인데.

 

나는 부산 사투리로 말을 이어갔다.

 

김 : 네.

 

돌 : 뭐, 홍석동 부모님하고 윤철완 부모님하고 생각하면은, 제가 하나라도 전해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 아니, 뭐 제가 그 부분은 자꾸 저를 못 믿고 그라시는데, 그러면 더 이상 대화가 안 되는 겁니다.

 

돌 : 그러면 제가 돈의 일부분을 보내드리면 선생님이 최세용 메일을 보내주신다는 말씀이시죠?

 

김 : (침묵) 아니… 일부분이란 것은 얼마… 정도입니까? 인간적으로 저랑 기자님하고 인간적으로 대화를 하입시다.

 

돌 : 예.

 

김 : 예.

 

돌 : 일부분이면 뭐…

 

김 : 아니, 기자님이 먼저 말씀을 해보십시오.

 

돌 : 일부분 말씀입니까?

 

김 : 솔직하게, 솔직하게.

 

돌 : (헛웃음) 일부분이면 오십 정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김 : 하아… (헛웃음)

 

돌 : 기자 월급 뻔한 거 알지 않습니까? 저희 딴지일보 보시고 있으면 아실 텐데.

 

김 : 예에…

 

실망, 또는 실망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돌 : 저희가 뭐 SBS, MBC도 아니고, 솔직히 저도 당장에 돈 다 해드리고 싶죠. 선생님도 남자고 저도 남잔데.

 

남자 대 남자, 피해자들에게 들은, 김종석이 좋아하는 표현이다.

 

김 : 네. 그러면은, 일단은 선생님 사비로 70만원만 보내주십쇼. 그라면은 내, 저 뭡니까, 최세용이하고 홍석동 거를 주겠습니다.

 

돌 : 최세용이하고 홍석동 거요.

 

김 : 네.

 

돌 : 그럼 홍석동씨 소재지를 말씀해 주신다는 말씀이십니까? 70만원을 제가 선생님 편으로 보내면은?

 

김 : 예.

 

돌 : 아…

 

김 : 이거는 그냥 머슴아 답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

 

돌 : 네.

 

김 : 나도 처음부터 외교통상부에서 그렇게 뭐, 쉽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고.

 

돌 : 저도 솔직히 생각 안 했습니다.

 

김 : 그러면 이거 뭐, 지금 녹음합니까?

 

돌 : 예.

 

김 : 깨 놓고 말씀해주세요.

 

돌 : 예. 녹음하고 있습니다. 녹음 안하겠습니까? 그런데 (약속을 지키면)공개는 안 할 겁니다. 제가 돈 보내고 (공개할지 안할지)판단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김 : 예예.

 

돌 : 남자 대 남자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김 : 지금 녹음하신 부분은 그라면 선생님만 갖고 계세요. 기자님만. 공개하지 말고. 공개해도 저 역시 크게 걱정 안 합니다. 겁먹고 그런 거는 없지만은… 나중에 가서, 나중에 가서 이거 또 녹음 부분을 갖다가 공개, 뭐, 하고 최세용이가 어떻고 어떻고, 최세용에 대한 부분을 내가 어느 정도의 인포메이션을 줬다고 이라고 하면은, 조금, 저 역시도 뭐, 마음이 조금은 편치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갑자기 말투가 빨라졌다. 조금 흥분한 듯 하다.

 

돌 : 예, 선생님. 최세용에 대한 부분은 저도 뭐 어지간히 조사해봤지 않겠습니까? 최세용에 대해서 저도 알고 있는 부분이 있고. 최세용이 뭐 어디로 갔고, 메일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뭐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솔직히 뭐…

 

김 : 저는 이틀 전에 저한테 온 메일이 있습니다.

 

협상이 되지 않을 것 같자 김종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메일을 최근 것이라고 강조한다.

 

돌 : 이틀 전에 말씀입니까?

 

김 : 네. 그 온 내용하고 내가 다 보내드릴게. 선생님 메일로.

 

돌 : 알다시피, 저희 기자 월급에 70만원이 큰 돈이거든요. 그러면 제가 편집장님하고 상의를 해보고, 한 시간 뒤 쯤에 전화를 하겠습니다.

 

김 : 그러면 12시 반입니까?

 

돌 : 12시, 지금이 12시… 40분이니까, 제가 의논하고 12시 40분에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김 : 네.

 

다음 통화까지 남은 시간 40분.

 

 

<다음 기사에서 계속>

 

 

추신1 : 만화가 강풀님이 남겨주신 소중한 메시지 입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추신2 : 8월 5일 저녁 8시 40분, 채널 A <잠금해제 2020>에서 홍석동 납치사건을 심도 깊게 다룹니다(관련 링크). <잠금해제 2020>팀은 홍석동 어머님과 함께 현지에서 정말 열심히 본 건을 취재했습니다. 진보, 보수 언론에 관계 없이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

 

녹취
이동현(@Leetreeart)

 

기사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
트위터 : @kimchang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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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홍석동 납치사건6 – 살인범과의 협상" 기사에 18개 의견

  1. sabal님의

    호러영화 보는 기분이네. 부디 두분 살아있어야 할텐데. 약속을 안지켜서 전화내용을 공개한건가?

  2. 빵빠레님의

    이게 기사화 되었다는 것은 어쨋든 사건이 일단락되었다는 건데… 김종석은 체포되었을 듯… 죽돌님 아직 삼실 못들러서 무선 주전자 못가져갔슴다… 이넘의 게으름이란…

  3. orange90a님의

    숨을 쉬고있는지 모르게끔 빠져들어 기사를 읽네요..
    피해가족분들 마음이 어떤실지 기사로 느껴져 어떤말을 남겨야할지….감히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가슴아프네요…힘내세요…

  4. kool1103님의

    사람보다 돈이 먼저라니…. 너무너무 무서운 사람들이네요

    돌고래님, 이제까지 재밌는 기사만 쓰시는줄 알았는데… 머찌네욤

  5. watkers님의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 보면서 이 사건 많이 궁금했었는데
    딴지일보 기자님이 취재를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항상 기사읽으면서 조마조마 하면서 읽었는데
    이번 기사는 긴장이 심하게됐네요

  6. mahatmamauri님의

    그저 ,수고가 많다는 격려 밖에 !

    ‘범죄자로 살 지언정 사나이 답게’라는 심정을 ,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

  7. 광선총님의

    대화내용을 여기서 공개했다는 건.
    뭔가 진행이 있었다는 것.
    모아니면 도… 뭘까.
    졸라 궁금.
    잡았을까 다 깨지고 나가리 되었을까?
    0_0

  8. 임꺽정님의

    홍석동, 윤철완 양씨 납치사건을 그 동안 쭈욱 읽어 왔습니다만, 피해자 가족 분들께서 충격 받고 절망하실까 봐, 의견을 남기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기사를 읽고는 참을 수가 없군요. 그 동안의 기사들뿐만 아니라, 이번 기사도 전적으로 사실 그대로를 담은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리고 본 사건이 아직 결말에 이른 것 같지 않지만, 제 생각 몇 가지를 적어 볼까 합니다.
    .
    김종석 씨와의 통화 내용을 보건대,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질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문장 전체가 그러합니다만, 그가 사용하는 용어들 가운데, ‘이것, 그것’이나 ‘이렇게, 그렇게’등은, 발언자의 책임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심지어, 가족이나 경찰, 그리고 우리 독자들까지 가장 우려하는 홍석동, 윤철완 양씨의 안위문제에 관해서, 언급은커녕,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저 혼자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불길한 느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범인들에겐 지금, 그들이 납치한 피해자들의 식사나 주거, 강제적 감금에 필요한 규모의 금액조차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남자 대 남자’끼리의 의리와 같은 것으로 자신의 발언에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신뢰성을 보완 내지 복구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자신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주어졌을 때 자신들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에서조차 불분명하고 무책임한 언어로 일관하고 있군요. 정상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방식의 요구는 ‘약속’이라고 불릴 수 없습니다. 물에 사람을 빠뜨려 놓고 그를 구해주려 하기보다, 가방부터 자기 쪽으로 던지라며, 그 속에든 지갑마저 훔쳐, 자신들의 도주에 사용하고 나아가 추격의지를 꺾으려고까지 하는 것이니, ‘속임수’가 더 적당한 용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
    어쨌거나, 이런 경우를 볼 때마다, 저는, 대한민국 정부(북한보다는 좀 낫다고들 하지요)에서는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들을 선거를 통해 뽑아주었거나, 세금으로 자신들의 직장생활과 가족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준, 한국인 일반의 재산과 생명의 보호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물론, 필리핀 경찰이나 필리핀 정부당국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어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피해자 가족 분들께서는 용기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9. 흐린날님의

    이거 글 남겨도 되나요? 벌써 상황 끝난거 아니면 이런 글은 위험한거 아닌가요?
    소식을 많이 기다리고는 있지만 죽돌도 불안할테고.. 납치된 분들 가족도 불안할 테고..
    무엇보다 정보란건 공개되기 전이 가장 가치가 높은 거잖아요.

    뭐 죽돌이 충분히 사려깊게 행동하니까 괜찮겠지만..
    글이 이렇게 끝나니 너무 일찍 통화를 공개한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휴…

    참…
    세상살기 참 무서워요.

  10. 흐린날님의

    아 이거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요.. 왠지 걱정되네요.
    뭐 죽돌이 충분히 사려깊게 행동하니 괜찮겠지만서도

    세상살기 참 무섭다고 느낍니다.

  11. 긴조토시님의

    한낱 범죄자 버러지 새끼가 남자대 남자? 웃기는 새낄세 ㅋㅋㅋ

  12. xksql님의

    너무 무섭네요. 죽돌님 고생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일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정의와 선이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 두 분께서도 무사히 돌아오셨으면 좋겠구요..
    답답하네요 ㅡ 아무쪼록 죽돌님과 피해자 분들 가족의 안전을 빕니다.

  13. KENNY님의

    최세용을 이용해 협상에 성공한 걸 읽고
    와 돌고래님 대단하네
    느꼈슴돠

    계속 응원하겠슴돠

  14. longhairs님의

    아…일이 잘 안풀린거 같군요….ㅠㅠ

  15. dudrnwkd님의

    이런게 세상인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겠지….

    하.. 어둡고 칙칙하다..

    두분다 건강하게 돌아 오시길 간잘히 기도합니다.

  16. capsule님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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