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중에는

굉장하다고 할 정도로 주위를 신경쓰지 않는 녀석이 한명있다.

(의식하려는 노력마저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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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요코하마를 찍은다음->

 

 

예를 들어

동경의 조용한 어느 전철 플랫폼에서

내가 반대쪽에 서 있는 걸 눈치채면

플랫폼의 인원 모두가 나를 쳐다볼 정도로

한국어로 크게 나를 부르는 녀석이다.

(일본사람들. 얼마나 조용조용한가.

태어나서 걸음마 할때쯤 되면

가장 먼저 부모님께 받는 교육이 

 '남들에게 폐 끼치지 말라'로 정해져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요즘의 젊은 사람들 중에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전철안이든 플랫폼이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훨-씬 조용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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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갈아타서 신코야스에 도착->

 

 

어쨌든

그런식으로 이 동경땅에서

거리 한복판이든 어디든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녀석이 있다.

이것은 불림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심하다고 할 정도로 '쪽'팔리는 일이다.)

하여튼 

녀석이 뜬금없이

국가대표를 보러가자는 말 한마디에

나는 생전처음 일본의 축구경기장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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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닛산 스타디움까지 550미터. 
 
까짓거 걸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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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굉장히 한가한 것이 산책코스로는 제격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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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바로 닛산스타디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곳이다.
 
축구를 조금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곳일 듯하다.
 
힌트는
 
2002년 6월 30일.
 
조금만 더 자세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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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스타디움의 정면.
 
 
 
여기까지 보고 눈치채지 못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단호하게 말하는데
 
위 사진을 보고도
 
이 경기장이 어떤 경기장인지 모른다면
 
당신은 축구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사실 축구를 사랑하는 것과 경기장을 알아보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또한 친구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이곳이 2002년의 그 한 맺힌 경기장인지 몰랐다.)
 
자.
 
그럼 여기가 어디냐.
 
바로 이곳이
 
2002 한일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이다.
 
2002년 6월 30일 오후 8시.
 
브라질과 독일의 한판승부가 벌어진 곳이며
 
호나우두가
 
67분과 79분에 두골을 뽑아내며
 
다시금 브라질의 영웅으로 등극한 그 곳이다.
 
그리고
 
 
 
 
 
-
 
 
 
 
 
대한민국이
 
 
 단.한.번.만.
 
 
단.
 
한.
 
번.
 
만.
 
 
더 이겼더라면
 
올 수 있었던
 
바로 그 경기장이다.
 
어쩌면
 
단.
 
한.
 
골.
 
만.
 
더 넣었더라면
 
올 수 있었던
 
바로 그 경기장이다.
 
 
 
... ...
 
 
 
 
2002년
 
아.
 
2002년
 
 
 
 
 
... ...
 
 
 
 
 
 
축구경기를 챙겨볼 만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축구경기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정말 대단했다.
 
포르투갈을 꺾고,
 
이탈리아를 꺾고,
 
스페인을 꺾고,
 
수십년간 
 
응어리지고 응어리져온 
 
축구에 대한 열등감마저 꺾어 주었으니.
 
다시한번
 
당시 꿈을 갖게 해준 대표선수들과 코치님들
 
그리고
 
히딩크형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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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스타디움의 옆모습>

 

 

자.

그럼 추억은 여기서 접고-.

2002년에는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이었던 곳이

생뚱맞게

지금은 '닛산스타디움'이 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닛산(일본의 유명한 자동차 제조회사)이 경기장을 산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코하마시가 

자기들의 경기장을 '닛산'에 판 것이다.

아니,

경기장 '이름'만을 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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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주변의 모습>
 
 
이것은 '명명권 비지니스'란 것으로
 
서양에서는 이미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정착된 것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괜찮은 사업인가.
 
세금은 세금대로 받고
 
건물은 건물대로 짓고
 
이름은 이름대로 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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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경기장 주변을 산책하는 커플>
 
 
참고로
 
닛산스타디움은
 
부지면적 14만 2000㎡에 수용인원 7만336명으로
 
일본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5년간 이름을 바꾸는 대신에
 
요코하마시가
 
23억5천만엔(이것이 이름값이다!)을 받았다지만
 
세계에 '닛산'이 알려짐으로
 
얻는 효과는 그 수십배 이상은 될 듯 하다.
 
(재밌는 것은 이 닛산이 1933년 요코하마에서 출발한 제조회사였다는 것이다.
 
명명권 판매에 이것도 관련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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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스타디움의 주변 풍경>

 

어쨌든 

현재는 일본정부도 명명권 비지니스에

적극 참여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으니

언젠가는

레인보우 브릿지를  

 '소니 브릿지'  

'니콘 브릿지'
 
로 부를 날이 올지도 모른다.
 
혹시
 
빌게이츠쯤 되면
 
'이거 내꺼, 마이크로 소프트 만세, 파란 화면 불평불만 하지마 브릿지'
 
정도 되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편 -> 눈물의 축구팀, 요코하마FC의 역사 
 
 
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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