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홍석동 납치사건 12 – 엇갈리는 주장과 의문의 남자

2013. 02. 07. 목요일

취재팀장 죽지않는돌고래

 

 

 

1. 홍석동 부친, 홍봉의 씨의 자살

 



<홍봉의 씨>

 

홍석동 납치사건과 관련해 11번째 기사를 쓴 후 2달이 지났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홍석동 아버님의 죽음이다.

 

2013 년 1월 1일. 전날 취재자료를 정리하느라 아침이 되서야 집에 도착해 잠 들었다. 몇 시쯤이었을까. 계속 걸려오는 전화들을 애써 무시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다. 홍석동 어머님이다.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한다. 아버님의 부고 소식. 사인은 자살.

 

전 날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확인했다. 경찰의 사망 추정 시간으로부터 2시간 전, 홍석동 아버님이 두 번 전화했다. 업무 탓에 두 번 다 받지 못했다. 아니, 한 번은 편집장님과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대화 중이라 일부러 받지 않았다. 으레 하는 전화라 생각했다. 오늘은 바쁘니 새해 인사 겸 내일 전화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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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신을 차리고 표를 검색했다. 다행히 기차표가 남아 있다. 서울에서 오송, 오송에서 청주. 저녁 7시 40분을 넘어 도착했고 택시가 잡히지 않아 다른 사람과 합승해 병원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들어가려는데 홍석동 아버님이 벤치에 앉아 있다.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피고 있다. 다시 보고 또 봐도 아버님이다. 같이 소주를 마시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같이 울던, 특히 국물있는 요리를 좋아하던 홍석동 아버님이다.

 

그가 담배를 다 태우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들어갈 때,

 

‘혹시 아버님…’

 

이라며 작은 소리로 불러보았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못한 듯 한껏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채 점점 멀어져 갔다. 그가 들어간 곳은 홍석동 아버님의 빈소 옆 식당이다.

 

아버님의 빈소로 들어가 향을 피우고 절을 올렸다. 어머님이 유서를 꺼낸다. 겉봉투에 나의 이름이 보인다. 유서를 꺼낸다.

 



 

돌 아가시기 전 한 달간, 아버님과 2, 3일에 한 번 꼴로 전화를 주고 받았다. 그 전에는 하루에 두, 세 번, 약주를 많이 하신 날은 대 여섯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따금 업무가 바쁠 때 너무 많이 전화를 하면 차갑게 대했다. 그런 날은 마음이 좋지 않아 퇴근길에 배팅 연습장에 들러 수 백 번 씩 공을 때렸다.

 

아버님은 때때로 나와 전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석동아! 석동아! 우리 석동아!’ 하면서 목놓아 울었다. 전화기 너머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울기만 했다.

 

꿈을 꾸면 자주 석동이가 보인다고 했다. 똑 같은 장면이라 했다. 깊은 바다 속, 바위에 몸이 묶인 채,

 

‘아빠, 어딨어요. 나 여기있는데 아빠 나 안 구해주고 어딨어요’

 

라고 자신을 애타게 찾는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아들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빈소 옆 식당으로 안내해 준 홍석동 씨 동생에게 물었다. 이 앞에서 아버님과 정말로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다고. 그녀가 대답했다.

 

'아버님이 쌍둥이예요…'

 

이 마음을 무어라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2. 엇갈리는 주장들

 

아 버님의 유서내용은 <그것은 알기 싫다> 진행자인 UMC에게 전달했고 1월 3일, <홍석동氏 아버지가 남긴 말>을 통해 방송됐다. 홍석동 아버님의 자살 이후, SBS<그것이 알고 싶다>팀을 포함해 지난 두 달간 많은 언론사가 찾아왔고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협조했다. 그로 인해 납치단의 측근이나 제보자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다행히 현재는 잘 해결된 상태다.

 

납치사건과 관련된 주요인물의 현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세용

 

최 세용. 66년생. 납치단 리더이자 안양환전소 살인사건의 용의자. 태국 치앙라이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여권법 위반으로 현지에서 8년 4개월을 받았다. 검거 직후 측근을 통해 나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왔고 현재 서신 교환 중이다. 첫 번째 편지는 A4 두 장 분량으로 종이사전 글자 크기다. 매우 빽빽하게 적혀있다. 두 번째 보내온 편지는 A4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5장 분량이다.

 

최 세용은 나에게 아직은 편지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그에 응했다. 서로가 제시한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세 번째 편지부터 공개할 생각이다. 윤철완, 홍석동 씨 실종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혐의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2007년 안양환전소 살인사건은 측근을 통해 김성곤이 살인범이라 주장했다.

 

최근 입수한 필리핀 납치범 김종서사진(1)

 

김 종석. 69년생. 납치단 행동대장이자 안양환전소 살인사건의 용의자. 2012년 10월 8일,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 수사단 내 건물 유치장에서 자살했다. 2012년 6월 21일, 윤철완, 홍석동 씨의 행방을 걸고 나에게 교섭을 시도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이종두 팀장은 내가 직접 필리핀 현지로 건너 가 돈을 건네는 척 연기하고 준비된 경찰이 김종석을 잡을 것을 제안했다.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틀에 걸쳐 전화 통화로 교섭했고 처음에 천 만원이었던 액수는 7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터폴에 전화번호를 넘긴 상태였지만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은행원의 실수 등 뜻하지 않은 악재가 겹쳤고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김종석은 당시 계속해서 자살을 암시했다. 나는 그가 진짜로 자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당시 기사(홍석동 납치사건 6 – 살인범과의 협상)의 일부다.

 

 

김종석 : 앞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마지막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저도 서서히 숨통이 조여오고 제 앞이 보입니다. 미래가.

 

김종석은 계속해서 자살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

 

나 : 기사를 쓰고, 피해자 부모님들 만나고 그러니까, 저는 솔직히 선생님이 밉습니다. 미운데, 그건(김종석의 자살)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김종석의)가족 관계를 아는데, 그래도 한 집안의 가장인데, 그런 선택을 하기 위해 저 보고 도와 달라 하시면, 그거는 못할 것 같습니다.

 

김종석 : (한숨) 누군가 총대를 메야 되고.

 

나: 최세용이 있지 않습니까? 최세용이 제일 리더 아닙니까?

 

김종석 : 그쪽으로 같이 일했던 사람들 중에 그렇게 독하게 자기 스스로 그거(납치 피해자들이 사라진 이유로 추정) 할 사람들 아무도 없습니다. 저 빼놓고.

 

나 는 통화 도중, 홍석동씨의 생사를 우회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나가는 말투로 ‘저는 홍석동 씨가 죽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종석의 말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들렸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회피하려는 듯, 계속해서 ‘그거’라는 표현을 썼다.

 

나 : 네.

 

김종석 : 제가 없어지면 지금 최세용이나 김성곤이가, 그걸(납치 피해자들이 사라진 이유로 추정) 이야기 하지 싶습니까? 절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도 모른다 할 겁니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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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곤. 72년생. 납치단 서열 3위이자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의 용의자. 2011년 12월 14일,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내 PC방에서 검거되었다가 12월 26일 탈옥. 탈옥 이후 그에게 납치된 피해자 한 명과 인터뷰한 결과, ‘경찰을 매수해 탈옥했다’며 피해자에게 자랑했다고 한다. 2012년 5월에 현지에서 재검거되었고 세부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최근 바쿠탄 이민국 수용소로 이송됐다. 피 해자 몇 명이 김성곤을 한국 송환해 달라고 대사관에 서류를 제출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그가 현지법의 적용을 받아 송환이 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지에서 건 소송을 취하했다. 대사관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다. 현재 외교통상부와 경찰은 김성곤을 한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성곤의 주장에 의하면 2007년 안양환전소 살인사건에서 여자를 죽인 것은 김종석이다. 김종석이 여자를 죽였다고 말한 것을 김원빈이 들었다고 했다. 즉, 최세용은 김성곤이 죽였다고 주장하고 김성곤은 김종석이 죽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된다. 김종석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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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빈. 93년생. 납치단의 막내로 뚱이라고 불렸으며 납치피해자의 감시 및 감금, 금품 수수책 역할을 맡았다. 홍석동 씨의 카드로 돈을 빼낸 인물이다. 2011년 12월 14일,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내 PC방에서 김성곤과 함께 검거되었고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았으며 항소심 중이다. 현재까지 총 9건의 납치관련 혐의가 밝혀졌으며 그 중 5명의 피해자와 합의했다.

 

김 원빈의 진술에 의하면 2011년 8월 초경, 최세용, 김성곤과 함께 마닐라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가기로 했으나 김성곤이 여권을 잃어버려 최세용만 출국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김성곤과 자신은 필리핀에 남았고 최세용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때라고 한다.

 

김성곤은 2011년 12월 26일 마닐라의 유치장에서 탈옥한 뒤로 연락이 되지 않았고 김종석은 2011년 9월, 홍석동 명의의 돈을 인출해 준 이후로 만난 사실이 없다고 한다.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그가 사법경찰에 밝힌 견해는 다음과 같다.

 

경찰 : 최세용, 김종석, 김성곤이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여행객을 상대로 살인행위를 할만큼 잔인한 인물들인가요?

 

김원빈 : 제 앞에서 사람을 죽인다고 한 사실은 없으나

제가 알기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종석의 부인 마델은 1건의 납치관련 혐의가 걸려 있으나 행방이 묘연하다. 본지가 마델의 번호를 입수해 추적을 시도했으나 이미 심카드를 교체한 상태다. 납치단으로 활약한 또다른 인물들, 김성곤의 부인 한순진은 부산지법에서 5년, 김원근은 부산 지법에서 7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김성곤의 부인 한순진은 김종석이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 이외에 피해자에게 얻은 금품을 세탁하기 위해 동원된 강OO, 조OO, 송OO, 김OO 등이 있다.

 

윤철완, 홍석동 씨와 관련해서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서로를 서로가 살인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3. 김원빈의 부친이 말하는 최세용 그리고 김성곤의 편지

 

2 월 5일, 서울고등법원 앞의 커피숍에서 김원빈 부친과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 김원빈은 경찰과의 심문에서 최세용과 인왕산 호텔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진술했다. 김원빈은 그의 부친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나는 그의 부친에게 물었다.

 

아들이 최세용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부 친은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세용이 그런 인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부친의 말에 따르면 아들로부터 들은 최세용은 누구보다 멘토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부친이 아들에게서 전해들은 최세용은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총리실에 소속되어 일하다 한국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필리핀으로 건너간 인물이다. 그리고 필리핀과 태국을 오가며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최세용은 김원빈을 마음에 들어 했고 나중에 모텔업과 관련해 지분을 주고 일을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최 세용이 김원빈에게 추천하는 책들은 필리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그의 모친도 놀랄만큼 수준 높은 책이었다. 최세용은 김원빈에게 매일 환율을 체크하는 일을 맡겼다고 한다. 사업가로 살아온 김원빈의 부친은 생각했다. 환율을 체크하라고 시킬 정도면 국제적 경제 흐름을 항상 염두에 두는 뛰어난 사업가일 거라고.  

 

부친은 아들에게 최세용을 꼭 만나 대접을 하고 싶다고 전했지만 최세용은

 

'원빈이가 나이도 어리고 대학도 졸업해야 되니

정말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성공 시키면 그때 만나겠다'

 

고 전했다고 한다.

 

이 후, 부친과 모친 모두 김원빈이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돌이켜 봤을 때 이상한 점이 없었냐고 물었다. 어딘가 다쳐서 들어온 듯한 흔적이 몇 번 보였고 그의 어머니에게 이유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고 한다.

 

부 친은 그의 아들을 자주 구타하고 협박한 김종석보다 최세용을 더 악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원빈이 검거된 이후에도 자신의 아들이 최세용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말에 격노했다고 한다. 아이를 이렇게까지 홀린 놈은 정말 나쁜 놈이라며 눈 앞에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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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원빈은 정말로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를 위협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항상 피해자 옆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납치단은 피해자가 있을 때 자기들끼리 잡담을 하며

과거의 사실들로 협박을 하거나 자랑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게 거짓이든 사실이든

그들과 동행했던 김원빈이

정말로 윤철완, 홍석동 씨를 보지 못했다 해도

분명 실마리가 될 만한 말은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철완, 홍석동 씨의 행방에 대해서 아버지도 몇 번이나 물었지만 역시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본지가 밝혀낸 새로운 피해자 백XX 씨에 대해서도 아들에게 물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부친은 자기가 애비 노릇을 잘못하여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자신의 아들이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죄를 지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언론이 명확하게 밝혀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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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오후 2시는 김원빈의 선고기일이었다. 김원빈의 재판은 정말로 어이없는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수원구치소의 행정실수로 김원빈을 재판부로 데려오지 못했다고 한다.

 

재판 예정인 2시가 넘어서도 공판 안내 표지문에는 여전히 김원빈의 재판이 열릴 것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대법원 사건 검색에서도 김원빈의 재판이 2시라고 적혀있었다. 김원빈의 부친도 아들의 재판이 갑자기 연기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지 방에서 몇 시간이 걸려 서울로 올라온 홍석동 어머님과 윤철완 아버님은 크게 화를 내며 항의했고 나는 두 분과 함께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했다. 어머님은 김원빈을 면회할 때의 이야기와 변호사를 통해 들었을 때의 이야기가 다르다며, 어떻게 모든 피해자들을 감시했으면서 자신의 아들만 못 볼 수 있냐고 분을 터뜨렸다. 검거된 납치단 모두가 서로에게 죄를 미루기만 하고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하니 더 미칠지경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래의 편지는 어머님이 필리핀 현지에서 김성곤을 면회할 때 받은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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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철완 아버님은 범인들이 멀쩡히 다 잡혀 있음에도 기소조차 되지 않은 자신의 아들 사건이 불쌍하다며 분을 터뜨렸다. 경찰과 검찰이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길래 사건이 중간에서 붕 떠버렸나며 가슴을 쳤다. 아버님은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입구에서 계속 나를 붙잡고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0분을 그렇게 서서 이야기했다. 

 

윤철완의 아버님도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다.

 

4. 의문의 남자

 

1달 전, 나는 어떤 한 남자와 만났다. 1월 11일, <한수진의 SBS전망대:링크>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한 남자다.

 

현 재로서는 이름도 밝힐 수 없고 직업도 밝힐 수 없다. 자신과 만난 사실을 철저히 보안에 붙여달라고 했다. 양지를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이며 납치단의 핵심 인물과도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국가기관 소속은 아니다. 한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한국의 공권력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단체의 일원이었다.

 

다 만 이 남자의 존재는 다른 루트를 통해 알고 있었고 언젠가 한번은 만나고 싶었다. 다만 정확한 정체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메일로 연락해온 그와 조심스레 약속장소를 잡았고 한 커피숍 구석자리에서 만났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따라가자는 곳으로 향했다.

 

큰 몸집, 만날 때부터 끊임 없이 사주경계를 하는 매서운 눈, 그는 계속해서 나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 를 만나기 전, 회사의 다른 기자에게 저녁 9시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 특정 단어가 언급되면 안전한 것이고 아니면 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10분 이상 연락이 되지 않으면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 납치단과 관련된 사람을 만날 때는 항상 그래왔다. 겁이 많은 모양이다. 속으로 일이 있다며 돌아갈까 몇 번이나 망설였다.

 

얼 마나 걸었을까. 사람이 드문 으슥한 골목을 한참 걸어가다 그가 안내하는 건물의 O층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타면 꽉 차는 좁은 엘리베이터. 문자로 주위의 지형과 건물 이름을 보내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계속 뒤따라갔다. 문을 열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 안에서 갑자기 나를 위협하면 어떻게 할까, 수많은 생각이 뒤따른다. 그런데 여기서 돌아가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문 을 열었을 때 다행히 아무 인기척이 없었고 침대와 약간의 가전기구, 컴퓨터에 연결된 모니터 두 개가 전부였다. 그가 컴퓨터를 켠다. 일회용 커피를 탄다. 내게 건넨다. 먼저 먹을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안돼겠다 싶어 먼저 마셨다.

 

그는 조용히 모니터를 보다가 메일함으로 들어갔다. 내게 여러가지 메일들을 보여 주었다. 주소나 이름은 기억하지 말라고 했다.

 

메일에는 하나같이 go.kr이라는 도메인이 붙어 있었고 몇몇 유명한 해외범죄 관련 인물의 정보가 보인다. 이윽고 익숙했던 얼굴들. 최세용, 김종석, 김성곤. 내가 보지 못한 사진도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납치를 할 때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계획이었다고 하더군요.

필리핀에는 악어가 많아요.

악어가 많은 강에 사람을 묶어서 던져 놓으면 절대 찾지 못합니다.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기사

[범죄]홍석동 납치 사건 – 내 아들을 납치한 것은 강도살인범입니다

[단독]홍석동 납치사건2 – 살인강도 납치단에 대한 열한가지 사실들

[단독]홍석동 납치사건3 – 살인강도 납치단, 총상. 그리고 마지막 기회

[범죄]홍석동 납치사건4 – 강도살인납치단 리더 최세용의 주장, “나는 국가로부터 버림받았다”

[범죄]홍석동 납치사건5 – 살인범 김종석, 기자에게 접근하다

[범죄]홍석동 납치사건6 – 살인범과의 협상

[범죄]홍석동 납치사건7 – 살인범과 딴지일보 기자, 교섭 시작

[단독] 홍석동 납치사건8 – 범행의 기승전결(1) : 수배자에게 납치된 수배자

[단독]홍석동 납치사건9–범행의 기승전결(2):김종석의 자살, 실종자의 타살 가능성

[단독]홍석동 납치사건10 – 리더 최세용, 입을 열다

[단독]홍석동 납치사건 11 – 최세용, ‘여자를 죽인 것은 김성곤이다’

 

 

추신 : 방금 서울고등법원에 다녀왔습니다. 2013년 2월 7일 14:00, 서울고등법원 404호(제 5형사부, 사건번호 2012노2025)에서 열린 김원빈의 항소심은 기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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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에 계속

 

취재팀장 죽지 않는 돌고래(@kimchang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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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홍석동 납치사건 12 – 엇갈리는 주장과 의문의 남자" 기사에 20개 의견

  1. 빅엿바까먹자

    엇 1빠

  2. gimmereason

    이 세상에 정말 남의 일은 없는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떠들어댔는데 그 친구 아버님의 친구가 유서를 남기고 먼저가신 기사 속의 그 분 이셨다.

  3. 반쪽

    헛 소설같다.
    그나저나 속상해요.
    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4. 칼든꼬마

    세상 참…

  5. 아 놔

    악어라니.. 세상에… 진짜 인간도 아니다 저놈들.. 산체로 그 악어 있는데 던지고 싶네.

  6. 불쌍한나라

    악어…..

  7. 영국이

    하아.. 대단하다. 대단해. 무섭다.

  8. 미소년꽃돌이

    저 스무살 딴지 뉴비인데요,
    .
    죽돌기자형님, 그 장지갑 조희팔 설은 언제쯤,,,,,
    ^^;;;

  9. 헤븐스

    무서운게..
    홍석동 아버님 꿈이 맞았네요…
    깊은 물속에 바위 묶어서 던져버린 거라면..

    얼마나 한이 서렸으면..저승도 못가고 꿈에 나왔을까요..
    그 가족들 마음이 도대체 어떨까..상상도 할 수가 없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10. 아 괴로워 오용

    홍석동씨 정말 건실한 청년같아 보이는데 꼭 살아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11. letitbe

    범인들이 실종자들을 모른다고 잡아떼는 이유는
    그들이 범행을 완벽하게 처리했다 생각하기때문.
    쥐도,새도 모르게 처리했으니, 잡아떼면 된다는 확신이 있기때문인듯.
    기자와의연락도 자신의죄를 희석시켜
    자신들은 정당하다는 위안얻기위한 범죄인 얕은수작.
    김원빈이란작자 부모하는꼬라지는 범죄인을 만들고도 남을 위인들.
    김원빈이란 작자는 최세용뒤를 이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 싹수가 보이는데
    형이 넘 적은데도 불구 항소까지 ..미친것들.
    저런것들이 인간이란 탈을 쓰고 다닌다니, 소름끼칠뿐.

  12. 헤라르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아버님이…

    에휴 나도 훗날 자식을 낳았는데 이지경까지 가면 나도 자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남의 일이 아닌것 같다.

    최세용이, 김종석이, 김성곤이.

    필자는 이 새끼들이랑 시원하게 현피함 떠보고 싶다. 규칙없이 완벽하고 철저하게 자유로운 현피 말이다.

    뭔 의미냐 하면 이 새끼들을 목숨이 붙어있는 채로 몸뚱이만 하나하나 해체해버리고 싶다 이거지.

    좀 잔인한 소리같지만 저3인방의 눈깔을 죄다 뽑아서 그걸로 당구를 쳐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쳐

    돈만 뜯어쳐먹으면 됐지 왜 남의 목숨은 건드리냐?

    하기사 그러니 환전소 여직원을 그냥 돈만 털면 되는데 궂이 죽이고 자빠졌지.

    쟤네들은 살인이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놈들이야. 그러니 돈만 뜯으면 되는 상황에서 궂이 살해하지.

    최세용이 이 새끼야, 인터넷이라는게 생긴 이상 니들은 아무리 입막으려고 살인하고 지랄하고 발버둥쳐도 무조건 들키고야 만다. 왜 그걸 모르는거냐? 병신이냐?

    김원빈이에게는 안됐지만 김원빈이를 사형에 처해서 일벌백계를 해야 마땅하다. 김원빈이 사형을 당하면 더 3인방은 그보다 더 큰 형벌을 내려야 하니까 아마 사지를 뜯어죽이는 형벌이 되겠지.

    사람이라는 게 말이다. 쓰레기가 되려면 한없이 쓰레기가 되는 족속들이라서 다른 동물들은 죄다 배부르면 가만히 있는데 인간은 그냥 살인이 재미있어서 하는 종자들이 가끔 발견된다. 최세용이새끼처럼.

    그냥 김원빈이는 원래 받은 형량보다 더 무거운 벌을 받게 하고 저 3인방은 죄다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방금 장난아니게 악랄한 형벌을 생각해냈다.

    최세용이와 그 아내에게 아기를 갖게 하고 그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최세용이가 보는 그 바로앞에서 난도질해서 죽이는 형벌.

    이런짓은 절대 해서는 안되지만 상대가 최세용이니까 생각해낸거다. 사람에게는 하면 안되는 짓이지만 최세용은 사람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 New York

      최세용 그 새끼 아들을 바로 앞에서 왜 난도질해!
      손가락 하나 자르고 붕대 붙이고,
      고추 자르고 붕대 붙이고,
      1년 동안 나눠서 죽여.
      최세용이는 그 앞에 개 끈 묶어놓고 쳐다보게 하고.
      혀 깨물지 모르니까 수술로 혀 잘라놓고.
      최세용 이 개새끼는 그것도 모자라.

  13. New York

    아직 다 안 읽고 쓴다.
    야 이 개 씨발 썅 개놈의 섀끼들아,
    뒤져버려라, 이 씨벌놈들.

    에이씨빨,
    나도 아들 있는데,
    나도 내 아들 저렇게 죽으면
    나도 자살 할 거다. 내 와이프도 죽을 거고.
    이 씨발 놈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죽여 개한테 먹이로 줘 버릴 놈들…

  14. New York

    씨발 ..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이 씨발새끼들아…

  15. soursweet

    소설이면 좋겠다,

    슬프다. 이 가족들…

    기자님 고생 많으십니다..

  16. New York

    자식 낳지 않아본 사람들은 모른다.
    자식이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 자식이 영문도 없이 사라져
    어디서 헤메고 있을지
    아파하고 있을지
    고통받고 있을지
    부르짖고 있을지
    죽었을지
    어떻게 죽었을지
    전혀 모르게 되면,
    사람은 그 때부터 사는 게 아니다.
    급속도로 미쳐가며
    급속도로 죽어간다.
    낮에도 벌벌 떨리고
    밤에도 벌벌 떨리며
    분초마다 자식이 눈 앞에 나타나 울며
    시간마다 꿈 속을 헤메듯 산다.
    자살하지 않는 것이 기적이고
    말라비틀어져 정신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기적인 삶이다.
    거기다가 전화까지해서 이 씨발 개새끼가,
    부모에게 돈 요구하고,
    부모는 이 씨발 암캐가 싸질러 놓은 똥깨병신한테
    존댓말도 해야 한다. 내 아들 혹시나 어떻게 할까봐.
    근데 결국은 죽였어.
    눈깔을 파내고 혀를 뽑을 놈들.
    사지 묶어놓고 칼로 내장 하나씩 뜯어내도 시원찮을 놈들,
    씨발 개새끼들..
    니들 죽으면 사람 새끼로 다시 태어나서
    니들 자식들 유괴당하는 꼴 당해라, 이 뒈질 놈들.

  17. johncage

    외교통상부, 경찰은 뭐했냐?
    니들도 댓글 달고 있었냐?
    국가에서 녹을 먹는 자들은 뭐든 덮으려고 하고…
    기자들이 수사해서 범이 잡는 골때리는 나라…

  18. jovianim

    홍석동씨 아버님 돌아가셨다고 들었을 땐 남은 가족 어쩌라고 그리 허무하게 가셨나 싶었는데, 오늘 기사 읽고 나니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되고 마음이 정말 아프네요. 얼마나 괴롭고 힘드셨을까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19. 유리

    정직원들은 뭐하나…?
    댓글 달시간에 자국민이나 보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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