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담은 멋있다. 내게는 그렇다.


2.

영화를 보다 아부나이 니홍고에서 호흡을 맞춘 마사오님이 생각났다.


마사오님은 운전할 때 욕도 잘하고 야동 얘기만 하는 데다 술 먹으면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해서 엄청 성가신 스타일이다. 내가 술을 못 먹는 걸 알면서도 한 잔 하자고 졸라 귀찮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틈을 타 몇 잔 마시다가 취할 때쯤 되면 버리고 온다. 사람들이 잘 발견할 수 있는 장소에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주제에 순수한 마음 같은 게 조금, 아니 - 조금은 좀 많은 거 같고 - 아주 조금 남아 있어서 싫진 않다. 이것저것 욕심도 굉장한 데다 하루의 대부분을 섹스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숨기지 않는다고 할까, 놀라울 정도로 순수하게 섹스 이야기만 좋아해도... 밉지는 않다(실제로 거의 못하고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살면서 만난 저질스러운 사람을 모아 순도 100%로 증류시켜 놓았다 해도 좋을 정도로 저질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3.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쓰려 했는데 잡담이 되었다. 일본 만담에서 츳코미와 보케의 개념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 된다. 타이거 앤 드래곤보다 재미없는데 마사오님이 이게 더 재미있다고 떼를 써 조금 성가셨다. 사람이 너무 얕다고 할까, 정신연령이 거의 없다고 할까, 인간적 깊이가 없어 작품의 순서를 매기는 일에도 재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냥 무식해서 그럴 수도 있다.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는데 조금 길게 대화를 하면 놀라울 정도로 무식하다. 농담으로 화성은 네모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살짝 당황하면서 무시하지 말라고, 자기도 고등학교 때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 정도는 안다고 했다. 해서 형은 지금도 화성이 네모난 줄 알고 있다. 그러니까 지구같이 둥근 별도 있고 화성같이 네모난 별도 있고 그런 줄 안다.


4.

그런 엉망진창이랄까, 번드르르한 점이 이 남자의 매력이기도 하다. 같이 있으면 도덕성 같은 게 거의 없어서 나도 모르게 멀리 떨어져 걷거나 모르는 사람인 척할 때도 있지만. 여튼 위 영화는 타이거 앤 드래곤 보다는 아니지만 이쪽 코드의 사람들에겐 좋은 영화다. 쓰고 보니 마사오님에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랄까, 약간 단점을 쓴 것 같지만 장점도 있는 사람이다. 


가끔 회사에 놀러와 화장실에 갈 때, 변을 빨리 보는 걸 보면 장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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