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기사 분의 말투와 억양은 고지식하지만 자상한 신사의 느낌이다. 백발에 금테 안경, 2:8 가르마, 60대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몇 마디를 나누다 휴대폰으로 게임에 접속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뒷좌석 오른쪽 문이 열린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다. 눈이 마주친다. 몇 초가 흐른다. 서로 말이 없다. 남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라 나는, 사람 있습니다, 하고 문을 닫았다. 택시 기사 분께, 여기 술 취한 사람이 많은 가봐요, 하고 말하는 순간, 방금 문을 연 그가 뒤에서 고함 친다. 꽤 오래 큰 소리로 말한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다.


택시 기사 분은 예의 그 점잖은 말투와 억양으로 "여기에 인간쓰레기걸레가 많습니다"라 말했다. 그 정도로 침착하게 "인간쓰레기걸레" 라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착각했다.


앞 좌석의 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 33분이다. 창문 밖은 이태원이다. 새벽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거리에 주저 앉아 있고 어떤 사람은 과자를 입에 물고 있다가 이내 키스한다. 꽤 많은 이가 도로에 나와 택시를 잡는 중이다.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사이로 멋을 낸 느낌의 사람이 많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네요, 하였더니 택시 기사 분은 새벽 4시가 되면 더 많다 한다. 술 취한 사람을 태우면 고생이 많겠습니다, 했더니 이 시간에 이곳을 지나기 싫다 한다.


기사 분은 예의 그 점잖은 말투와 억양으로 새벽에 이태원에 존재하는 외국인과 젊은 사람을 향해 본인이 의견을 담담히 말한다.


그 담담함에 인간에 대한 혐오보다 경멸이 있다.


방금 전의 일이 나로선 묘하게 다가와 집에 도착해 글로 남겨본다.




2015.04.18. AM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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