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이시카와 다쿠보쿠라는 시인을 좋아했다. 할아버지가 종종 읆던 그 시는 '나를 사랑하는 노래'로 이렇게 시작된다.


'동해 바다 자그만 갯바위 섬 하얀 백사장
나 울고 울어  
게와 노닐었네'


이따금 할아버지가 생각나면 혼자 밥을 먹다 아홉 살 아이처럼 운다. 

삶을 얕보다 실수를 반복하는 작은 자신이 새벽 2시의 빗소리에 떠밀려 간다. 
이 빗소리에 눈물을 감춘 수많은 이들이 내일도 나처럼 강한척하며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서로 모른척하는 것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2011. 11. 30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나를 사랑하는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친구가 모두 나보다 훌륭해 보이는 날은

꽃 사 들고 돌아와

아내와 즐겼노라'



할아버지는 자기와 닮은 시를 좋아했다.



자리에 몸을 뉘어 이 시를 다시 읽다, 

나는, 

오늘 새벽에 그 사실을 알았다.

 


2015. 05. 01 AM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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