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사면이 막혀 있다면
제 속으로 들어갈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17.
한 인간을 아는 데는 때때로 긴 시간과 삼자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사랑받는다 기뻐 말 일이며
미움받는다 슬퍼 말 일이다.
18.
사랑할 줄 아는 이는
사랑 받지 못할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사랑의 전제 조건에 용기가 있다.
19.
인간이 나약해지면
자신이 가장 빛났던 시간과 장소로 돌아가
지나간 스스로를 끄집어낸다.
그대로 두었어야 할 것인데 잘 참지 못한다.
과거의 빛을 끌어와 지금의 어두운 자신을 밝히려 한다.
20.
썩은 밀가루로 맛있는 쿠키를 만들 수 없듯
증오는 행복을 만들 수 없다.
21.
우리는 다들 무언가를 위해 조금씩 희생하고 있다.
나의 장래를, 나의 미래를, 나의 재능을.
마치 너의 장래와 너의 미래와 너의 재능을 희생시켜
나의 무언가를 지탱하는 것처럼.
22.
스스로 더 아껴진다는 것을 눈치채고
스스로 더 생각되어지는 것을 눈치챈다.
인간은 사랑의 약자가 누군지 재빨리 파악한다.
이를 이용하면
언젠가 찾아올 부끄러움은
여간해선 참을 수 없다.
약자를 대하는 자세에서 인간의 본질이 결정된다.
사랑에서도 그렇다.
23.
누군가의 선한 마음을 좋아한다면 더 선한 마음으로 대체될 수 있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몸을 좋아한다면 더 아름다운 몸으로 대체될 수 있다.
누군가의 격렬한 사랑을 좋아한다면 더 격렬한 사랑으로 대체될 수 있다.
대체될 수 없는 것은 보통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24.
내가 사랑을 안다면 사랑해서 아는 것이고
내가 아픔을 안다면 아파서 아는 것이다.
타고난 척한다면 세상은 속아도 나는 알 것이다.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5.
지나간 관계는 후회를 입는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좀 더 던질 수 있었을 텐데.
많이 해보지 않은 일이라 서투름이 당연하고
지나간 일이라 아쉬움이 당연하다.
다만 사람은 땅과 같아서
후회가 잘 썩으면 성찰이 되고
이 비료가 땅을 가꾼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후회를 남기며
또 다른 서로를 맞이할 땅을 만든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낌없이 고마워하고
아낌없이 미안해하고
아낌없이 아낌없었을 것이다.
허나 그럴 수 없다.
그럴 수 없음의 한가운데서 다시 묵묵하다.
묻는다.
꼭꼭 묻는다.
우리는 홀로 살아가는 동시에 함께 살아간다.
2015. 07. 24 AM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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