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촌형은 나보다 7살 많다. 5살 정도까지의 사진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

 

2.
형은 장난이 제법 센 편이다. 나에겐 특히 그랬다. 내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잡은 후, 창문 밖으로 몸을 끄집어내 잡고 있던 적도 있다. 그럼 몸이 허공에 뜬다. 9층이었다.

어릴 때지만 허공에 발을 띄운 채 본 온천장의 야경이 기억에 남는다.

3.
꽤나 오래 전이다. 형이 새벽에 오토바이를 몰고 찾아와 뒤에 타라 했다. 술 냄새가 심해 말렸는데 듣질 않았다(일단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다. 나만큼이나. 으음.)

막무가내였다. 지금이면 끝까지 말렸겠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대신 사람과 차가 없는 곳에 가기로 했다. 운전 실력이 좋은 탓인지 한 번만 넘어지고 잘 달렸다. 나뭇가지가 얼굴에 계속 부딪쳐 잔 상처가 조금 났다.

어디서 개가 짖길래 오토바이를 멈추고 한참 그 소리를 듣다, 별을 좀 보았다. 그러고 다시 돌아와 헤어졌다.

4.
만담에는 츳코미와 보케가 있다. 표면적으로 츳코미는 공격하고 보케는 방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공수에서 제법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믿음에서 나온다.

츳코미는 보케가 어떻게든 받아낼 것을 믿어야 하고 보케는 츳코미가 어떻게든 던져낼 것을 믿어야 한다. 보케가 받아내지 않으면 츳코미는 못된 사람이 되고 츳코미가 던져내지 않으면 보케는 바보가 된다.

5.
형은 웬만해선 마음을 읽기 힘든 스타일이다. 그 마음을 읽어내려면 평소와 다른 던짐에서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형은 만담으로 치면 츳코미로 어떤 짓을 해도 이 녀석이면 다 받아낼 수 있다, 는 생각 정도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만담으로 치면 보케로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내겠다, 정도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6.
형이 죽기 전에 부탁을 받아 가방 안에 콜라와 맥콜을 챙겨 간 적이 있다. 말기 암환자라 숨겨서 갔다.

형은 그 순간에도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 정치적 성향이나 역사를 보는 관점은 완전히 반대였지만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 일단 던지지 않으면 받아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추신: 형수님 페북을 보다가 어릴 적 형과 나의 사진이 있어 훔쳐왔다. 

 

2016.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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