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 때다. 피구가 유행이었다. 싸움도, 피구도 가장 잘하는 문 OO라는 친구가 있었다. 항상 자기 마음대로였다. 폭력적이었다.

2.
나는 김OO 라는 친구와 친했다. 폭력이라는 권력에선, 둘 다 문 OO보다 아래였다. 위협하면 참아야 했다.

나와 친구는 이 상황이 불만이었다. 폭력으로 지배하는 문OO가 마음에 들 리 없다. 마음 맞는 몇몇 친구와 단합해, 문 OO를 고립시키기로 했다.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 싸움을 걸면 우리 둘이 나설 테니 도와다오.'

3.
핵심 멤버 몇몇이 단합하여 피구를 할 때 문OO를 고립시켰다.

처음에는 문OO가 화를 냈으나 나와 친구가 마음 다해 덤비니 어찌할 줄 몰랐다. 이후엔 누구도 문 OO와 같은 편이 되려 하지 않았고 결국, 누구도 그와 피구를 같이 하지 않았다. 강렬한 경험이었다.

힘을 합치면, 짱도 이길 수 있구나.

-

여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4.
어느 날이었다.

즐겁게 피구를 하다 문득 옆을 보았다. 공을 잡고 쭈그려 앉아 있는 문OO가 보인다. 눈이 슬프다. 20년이 지난 눈인데 아직 보인다.

같이 하자, 라고 말하려 했던 것은 생각난다. 내가 실제로 그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5.
그리고 다음 학년.

나는, 그대로, 돌려 받았다. 내가 친구와 함께 짱이었던 문 OO에게 한 일을.

그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

전혀 다른 친구들로부터.

 

6.

탄핵 소추 결의안 의결 당일이다. 매일 탕에 들어가 멍하니 있으면 그냥 이런저런 기억이 떠오른다.

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역시나, 의미없는 잡담이다.

 

돌고 돈다. 

 

2016.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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