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말마다 알라딘은 회원의 당해를 정리한다. 알라딘을 포함해 1년에 2천 권의 책을 사고 1천 권 정도를 읽는다.

한국어나 일어, 영어로 쓰여진 책(300페이지 안쪽)은 퇴근 후에 3권, 주말에는 10권 정도의 속도로 읽는다. 독어나 스페인어 원서는 어휘가 모자란 편이라 조금 더 걸린다.

2.
빨리 읽고 외운다고 할까,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이 남들과 다르다고 느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모두들 교과서를 외우는 줄 알았다.

시험이 다 끝나고 답안지를 맞출 때 일이다. 시험 범위가 맞냐 아니냐를 선생님이 망설이자

"8월 4일(당시 기준 약 3달 전)3교시에 흰색 난방, 베이지색 면바지 입고 있을 때 말했던 건데요"

라고 하니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선생님은 황당해 했고 친구들은 조용해졌다. 물론 지금도 날짜를 기억한다.

그때부터 이런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알아도 몰라야 했다. 6, 7년 전의 말이나 글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해도. 1년 전 만난 사람의 옷과 헤어스타일이 그대로 기억나도.

조금 재수가 없을 수 있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도 원어민 수준의 독해까지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회화나 발음도 그 후 6달 정도면 충분했다.

3.
친구들 사이에선 사진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한 번 본 것은 사진같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2, 3년차 딴지일보 기자들은 입사부터 지금까지, 몇 월 며칠 무슨 옷을 입었는지 바로 말할 수 있다.

보통 이런 능력이 있으면 아이큐를 궁금해 한다. 공식적인 아이큐는 183인데 사실 이 검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일반적인 사람도 몇 개월 정도 훈련을 받으면 쉽게 150을 넘을 수 있다.

IQ검사와 별도로 EQ 검사란 것도 있다. 사실 기억력 테스트다. 보통 몇 시간 동안 검사하며 그 사람의 '성격'을 잰다. 내용이 다르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4, 5번 반복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요점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질문자가 원하는 방향을 파악해 누구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고 1때 방황을 시작한 후로 점점 기억력이 흐릿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지금도 주위 사람들은 이런 능력을 신기해 하지만 의외로 나 같은 사람은 한국에 채일 정도로 많다.

대부분 평범한 직장에서 평범하게 살아간다.

4.
......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까지의 글은 기자들을 퇴근시킨 후, 원고를 기다리다 갑자기 거짓말이 하고 싶어져 써보았다. 2천 권의 책을 사고 1천 권을 읽으면 그게 미친놈이지 뭐야... 알라딘에서 산 책의 반 이상은 만화책이라 엄청난 속도감으로 읽은 것만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인 책은 일주일에 1권 읽는 것도 벅차다.

역시나, 오늘도 의미 없는 잡담이다. 사람은 때때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싶은 법이다.

 

청문회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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