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라 부산에 들렀다. 이사를 했는데 어머니가 숨겨둔 박스를 찾아냈다. 10년도 더 된 것이다.

수 백장의 사진, 오래된 물건 그리고 20대 초반에 주식으로 제법 큰돈을 만졌는데 당시 번 돈으로 산 금괴가 2개 있다.

물론 금괴가 있을 리는 없고 노트가 제법 있다. 이래저래 새해부터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시국의 영향이랄까).

사진은 군시절 작성한 노트들이다. 부사수들 돌려보라고 만든 매뉴얼이다.

10년도 더 된 물건과 노트를 보고 있자니 추억이 교차한다. 

편지를 세어보니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받은 편지가 약 300 통이다. 300 통이라면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양보다 질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받은 "군대에 갔으면 친구도 잊어라"는 편지의 임팩트는 당시엔 굉장했다. 이등병 때라 더욱 그렇다.

고독한 일본 유학 시절 초기, "니가 짱구? 즐"이라는 편지의 임팩트 역시 굉장했다.

20살 넘게 먹은 이들이 군대 혹은 일본까지 국제 우편을 보낼 정도의 성의는 놀랍다. 다만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 정도 성의라면 내용도 그랬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친구란 한 번 사귀면 끝이다. 정말로 끝이다.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바꿀 수 없다.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부모님의 말을 들어야 한다.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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