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타인을 위해 죽는다.

묘한 이야기인데 어릴 적부터 이런 결말이야말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물론 실제로 그렇게 죽지 않아서 이 글을 적고 있다).

때때로 지하철 역에서 타인을 구하려다 숨지는 사람의 뉴스를 본다. 역사 속에는 굉장한 일을 해내는, 또는 무언가 불가능한 일을 달성해 귀감이 되는 사람이 있지만 내게는, 그런 삶이 완벽에 가까운 정점으로 온다(그렇다고 변태는 아니다).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반응하는 인간이 되면 스스로 완성되었다, 라는 느낌이다. 인간에게 각자 불가능한 꿈이 있듯, 불가능할 것 같으니 내게는 정점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
결혼하니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결혼하니까 어떻냐'

질문을 받으면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마다 꽤나 다를 테지만 확실하게 바뀐 게 있다. 위의 생각이 바뀌었다(서론을 저렇게 써버렸는데 죄송합니다).

상상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라 현실의 나와는 꽤나 다르지만 요즘은 기회가 와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가급적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나의 아내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의 부모와 나의 할머니와 나의 친구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무척 묘하다. 어쨌든 이제는 당장 으엑하고 죽어선 곤란한 남자가 되었다. 에헴. 아, 에헴까진 아니지만 뭐.

기회가 오면 반드시 그래야겠다, 라고 노리며 사는 삶에서, 기회가 와도 가급적 죽기까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기분이 삶의 토대로 바뀌는 과정.

적어도 내게는 결혼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 라고, 집 앞 꼬치집에서 아내, 그리고 꼬치를 기다리며 적어 보았다. 어쩌면 조금은 책임감 있는 사내가 된 것 아닐까, 라고 혼자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그럴 리는 없겠지.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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