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상치 못한 고된 일도, 예상치 못한 기쁜 일도 많았다. 살아간다는 건 그런 모양이다. 고된 일은 물에 흘려버리면 될 일이니 기쁜 일을 쓰고 싶다.

2.

매일 일어나는 일 중, 나를 지탱케 하는 시간은 첫째가 아내와의 잡담이고 둘째가 편집부와의 잡담이다. 아내도 개성이 뚜렷하고 편집부도 개성이 뚜렷하다. 외적, 내적으로 크게 개성이랄 것이 보이지 않는 인간은(저입니다) 이런 류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재미가 크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의미 있게 만든다.

3.

최근 기뻤던 일 하나를 꼽으라면 편집부 회의 도중 깜짝 선물이다. 편집부 기자들이 손편지와 출산 준비 선물을 주었다(참고로 눈곱만큼도 이런 일을 벌일 인간들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친구들입니다. 때때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낙원에 홀로 있는 느낌을 받지요).

놀랐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첫째,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 둘째, 아내의 선물이 있다는 것이 셋째다. 지금껏 출산하는 친구에게 선물할 때, 부모는 생각지 못했다. 대부분 인간이 그렇듯 나 또한 내 마음이 의외로 깊지 않을까 이따금 착각하나 이 선물로 부서졌다.

4.

아내는 매사 으으으으음, 하는 나와 달리 인간과의 공명에 제법 능하다. 편지와 선물을 보고 눈물 흘렸다(악필인 친구가 있어 암호해독에 시간이 걸렸지만 말입니다). 인간을 기쁘게 하거나 감동시키는 능력은 노력해도 좀처럼 얻기 힘들다. 그 마음과 재능에 감탄할 뿐이다.

5.

다만 왜 내 선물은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계속 그 존재 의미가 없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빠도 나름 의미는 있는 존재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2018.02.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