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기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치기도 하고 치이기도 한다.

2.
한 번은 바구니에 있는 오렌지에이드를 바로잡으려다 균형을 잃고 신호 대기 중인 차로 몸이 쏠렸다.

박으면 안되겠다 싶어 한껏 핸들을 꺽었는데 가드레일을 박고 요란하게 넘어졌다. 주위에선 큰 사고인 줄 알고 소리를 지른다. 100% 나의 잘못이다.

다행히 차는 박지 않았으나 넘어지고 보니 하얀 차 문에 고무 패킹 자국이 선명하다. 자전거의 고무 손잡이가 스친 게다. 흰머리가 희끗한 40대 중후반 차주가 내린다.

‘당신 차는 가만히 있었는데 미안하다. 많이 놀랐겠다’ 했다. 혹시나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 했다. 그날 저녁 ‘고무 패킹이라 바로 지워지긴 했지만...’ 이라면서 10만원을 요청한다.

입금했다. 다시 한 번 놀랐을 텐데 미안하다 했다.

3.
한 번은 뒤의 차가 앞지르는 동시에 우회전을 시도했다. 핸들을 꺾었으나 순식간에 들어온 지라 치여 넘어졌다. 100% 상대방의 과실이다.

차주는 자기는 깜빡이를 켰는데... 내가 더 놀랐네... 등의 조잡한 소리를 하며 내린다. 뒤에 눈이 달려있지 않은 관계로 깜빡이를 켜도 볼 수 없다는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사람이 치였는데 먼저 괜찮지 않냐 물어보는 게 좋겠지요’, 하니 그제서야 뻘쭘해 한다.

연락처만 받고 내가 가려하자(하루와 목욕하는 시간을 뺏길 순 없는 노릇입니다)당황해하며 지갑에서 얼마를 꺼내 파스값이라도 하시라고 한사코 잡는다. 그 모습이 재밌었으나 그냥 갔다(천 만원이었으면 분위기가 한결 좋았을 텐데).

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이틀 뒤, 당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정중한 문자로 괜찮냐 물어와, 걱정말라 했다.

4.
한 번은 나의 100% 과실, 한 번은 상대방 100% 과실이다. 이런 류의 사고는 도로에서 흔하고 나에게도 많았다. 다만 묘한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에게 과실이 있든 없든 사람이 다치거나 다칠 뻔했는데 왜 걱정하지 않고 뚱한 표정을 지으며 내릴까.

나의 과실이든 상대방 과실이든, 과실이 애매하든, 공통적인 현상이다. 일단 뚱- 하다. 급히 변명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척하는 겉치레의 말도 찾기 힘들다. 10에 9 정도로 나타나는 이런 상황이 근래의 화두였으나 산뜻하게 풀지는 못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슴도치 같다는 느낌만큼은 확실히 온다. 여유가 없으면 배려가 없고 배려가 없으면 서로, 무장한다.

사회를 이해하려는 자는 도로에 맨몸을 맡겨보는 경험도 좋겠다.

 

2019.10.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