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 없는 변방의 사이트에서(네버인가? 검색할 때 쓰는 곳이라고 합니다)웹툰을 연재하는 작가가 있다.

연재작은 “닥터 프로스트”. 나의 아내가 큰 팬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2.
방송에도 제법 얼굴을 비추고 웹툰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잘 나간 걸 보면 금수저에 배경이 든든한, 고생이라곤 해 본 적 없는 작가가 분명하다.

(물론 사실관계는 하나도 모릅니다만 혹시나 아니면 배 아프니까 검찰적으로 그렇다, 내가 그러면 그런 거다, 이렇게 잠정 결론을 내립니다).

언젠가부터 대화에 재미가 커(잡담하다 재미없으면 금세 도망가는 성격입니다. 해서 대부분 필진들이랑 사이가 나쁩니다. 물론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이따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을 잡담만 잔뜩 하거나 범죄자의 비공개 기록을 보여준 것 말곤 특별한 게 없다.

다만 이번 웹툰을 연재하며 자문역에 이름을 넣길래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확신은 했다.

3.
시즌 4(https://bit.ly/2NrlnZT)에 기자 캐릭터가 나온다. 이름이 김창규다. 울림이 좋고 신뢰가 가는 이름이다.

... ...

으응?

... ...

 


쓰레기네?

... ...

그런데 이름이 김창규네?

... ...

항상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데다 동물을 사랑하고 밥까지 사길래 ‘이야. 트라우마나 결핍도 안 보이는데다 허우대도 좋은데 사교성도 좋고 그릇까지 큰 사람이 있구나. 적어도 정치인과 작가 중에 이런 사람은 없을 텐데. 과연 세상은 넓군’ 했었다.

... ...

젠장, 역시나 세상엔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

4.
두 번 세 번 반복하지만 친구란 이름을 가진 자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이나 영화에서 잔뜩 허상을 만들어 환상을 주입해 놓은 탓이지 결국 세상에서 일어나는 나쁜 짓의 대부분은 가족이 하고 그 외의 대부분은 친구가 한다.

특히 작가란 이름을 가진 이들은 겉으론 멀쩡해보이지만(사실 대부분 겉도 안 멀쩡합니다)매일 홀로 생각하고 홀로 상상하고 홀로 일하다 보니 실제론 속이 시커매서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는, 비정상적인 것에만 매혹되는데다 자기가 너무 사랑스러운 녀석들 천지다.

매번 이 사실을 잊는 스스로가 안타까울 뿐이다.

5.
다만 근 1년 사이, 가족과 딴지의 구성원들 외에 처음으로 이 친구에게 묘한 자극을 받았다.

아무리 속이 시커멓고 엉망진창인 녀석도 매일 자신을 두드려 단단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움직인다.

그런 인간을 보면, 삶의 대부분을 건성으로 살아온 나는, 어딘가 숨어있던 마음이 동해 무언가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만큼은 닮고 싶다.

... ...

안 할 거지만.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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