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딴지의 구성원과 회의를 하다보면 대부분 2, 30대임에도 순수한 소녀, 소년의 느낌이 있다. 다만 오래 가까이 지내다보면 품행이나 언행이 세상의 도덕과는 다분히 동떨어져 이질감을 느낄 때도 있다.

 

1.

타인의 험담이나 거친 소리를 입으로 옮기지 못하는 타입이지만 지금처럼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는 나같은 사람도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있을만큼 사람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라 간만에 그런 잡담을 하고 싶다.

 

2.

편집부엔 사이코패스가 있다. 필명은 인지니어스다. 이 친구가 휴가를 내고 제법 길게 영국을 다녀오곤 손가락에 철심을 박고 나타난 적이 있다.

 

나로선 알 수 없는 해괴망측한 짓을 해 부러진 게 분명하지만(버팔로를 이유없이 때렸다거나) 실제로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는(표면적인 이유는 믿을 수 없고 더하여 믿는 구석이 1도 없으므로) 사생활 차원이라 깊이 물어보지 않았다.

 

대화를 하면 정상인과 다른 묘한 재미가 있고 인성이나 덕이라 부를 부분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한 분야라도 무에 가까운 경지를 이룬 건 나름 성취라 생각한다.

 

이 친구는 공익제보 하지마세요 인터뷰집에서 땅콩회항으로 송두리째 인생이 달라진 대한항공 박창진과 화제의 다큐인 B급 며느리 주역들을 인터뷰했다.

 

2.

소시오패스도 있다. 필명은 코코아다.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아 극단적으로 친구가 없고 남의 뒤를 잘캔다.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일은 탐탁치 않아야 정상이나 이 친구는 인간의 음지라 부를 수 있는 토양이 선천적으로 윤택해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밖에서 만났다면 상종 못할 인간이나, 이상심리를 가진 탓에 묘한 매력이 있다. 다만 대화 한마디 한마디에 죄 없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단테의 신곡에서 거대한 얼음 속에 갇힌 루시퍼는 얼굴이 세갈래로 갈라져 있다는데 그 중 한 얼굴은 이 친구와 닮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 친구는 공익제보 하지마세요 인터뷰집에서 하나고 개국공신에서 왕따가 된 전경원과 군납비리와 맞짱뜬 해군의 양심 김영수를 인터뷰했다.

 

3.

사채꾼도 있다. 필명은 챙타쿠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 내게도 가격이 있을 것이며 가족이나 스스로에게도 정해진 가격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환산하는 타입은 흔해보이나 ‘모든 것’ 에 가격표를 붙이는 인간은 흔치않다.

 

나는 과거에 현직 장기밀매업자를 만나고 싶어 제법 노력을 기울였으나 대부분 시장이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안타깝게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성공해 뛰어난 장기밀매업자를 만났다면 이 친구와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자본주의의 폐해만 인간으로 주조하면 이런 인간이 나올 것이다.

 

이 친구는 공익제보 하지마세요 인터뷰집에서 연구원의 횡령을 고발한 이재일과 영화계와 지자체의 커넥션을 캐낸 장정숙을 인터뷰했다.

 

4.

상식이나 사회통념을 중시해 답답한 나같은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친구들의 장점도 적어볼 생각이다.

 

그것의 존재가 증명될 수 있다면.

 

5.

여하튼 인터뷰이가 정의롭고 훌륭하다고 인터뷰어도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책이 나온 김에 확실히 해두고 싶다.

 

#공익제보하지마세요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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