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의자에 반쯤 누워있다(나쁜 자세 애호가), 온 세상에 홀로 진도 8의 지진을 느낀 듯 "덜커덩" 하는 기분을 느꼈다. 드디어 각성해 초능력을 얻은 것인가(이왕이면 아쿠아맨이나 퀵실버쯤 되면 좋을 텐데!), 하고 일어서려는데 허리에 묘한 통증이 전해져,

 

'일어나는 게 불가능한 상태군! 사나이라면 기어간다!!'

 

라는 다짐으로 거실 소파까지 엉금엉금 기어가 3-40분 정도 누워있었다. 이후, 잔여분의 통증은 있지만 조심스레 일어서 걷는 것은 가능해 씨앙, 씨앙,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2.

다음날 오전, 정형외과에서 확인하니 뼈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움직임이라는 행위 자체를 싫어해, 업무와 육아 외엔 대부분 누워있거나 욕조 속에 가만히 있는 사람인데(가만히 있는 거 매우 잘함) 평소 스트레칭은 물론, 근육을 극적으로 안 쓴 것이 원인이라 한다.

 

으으으으으음.

 

내가 응! 어! 체력장은 항상 특급이었는데! 응! 윗몸일으키기는 언제나 전교 신기록 행진이었는데! 응! 어! 그런데 내가 고자라니! ... 는 아니고, 내가 허리가 아프다니... 넨장. 선천적인 건강함은 태릉 레벨로 타고난 사람이 아니면 믿을 게 못된다. 극도로 움직이기 싫어하는 채로 40년쯤 살면 어떤 부위도 고자가 된다는 교훈을 받았다.

 

3.

이틀간 물리치료란 것을 하고 허리를 되찾은 후, 나름 공부란 것을 해보았다.

 

하나, 목받이와 요추지지대가 있어야 하고

둘, 목받이와 요추 지지대보다는 앉는 자세가 중요하며

셋, 앉는 자세보다는 앉는 시간이 중요하다

 

... 라는 걸 알았다. 결국 오래 안 앉아있는 게 최고란 말이다. 오만 영양제를 챙겨먹는 것보다 그냥 운동하는 게 최고다, 라는 팩트체크의 느낌.

 

허나 나같은 사람은 노력없이 얻는 걸 즐겨하니 물건에서 해답을 찾는 법이다. 결국 오랜 기간 정들었으나 이제는 군데군데 고장난 구 시디즈 T50을 처분, 새 시리즈인 T50 메쉬를 샀다. 이래저래 가성비와 A/S를 종합한 것이지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4.

이번에 이 의자 저 의자 앉아보니 파트라라는 제품과 체어로라는 제품이 매우 좋아 마지막 후보군이었다. 물론 의자는 본인이 직접 앉아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 이것은 내 판단일 뿐이다.

 

돈이 무지 많으면 100, 200만원대의 허먼밀러가 있고, 혼자 쓰는 개인적 맞춤이 가능하다면 니스툴 닐링체어(허리 받침 있는 것)란 것도 있다. 허리 받침 없이 무릎으로 찍어(?)앉는 니스툴 체어는 20만원쯤 하는데 제법 써보니 나와는 결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도 기계처럼 닦고 조이고 기름치지 않으면 계속 어딘가 고장나기 마련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참고삼아 써보았다.

 

허리가 무너지면 인생도 무너진다.

 

... ...

 

... ...

 

... 라는 마지막 문장은 마무리는 딱 떨어지게 써야 멋져 보이니까, 그냥 쓴 거지, 언제나처럼 의미는 없습니다. (_ _)

 

 

추신: 사진은 검색 중에 본 허먼밀러의 724만원짜리 의자입니다. "와! 드럽게 비싸네!" 라는 느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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