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겐세이 시국이다.

 

코로나도 겐세이, 김여정도 겐세이, 상임위도 겐세이라는 천하삼겐세이 시대에 독자적 세력 없는 개인은 무력하다.

 

이럴 때야말로 세르토닌과 도파민이라는 유구한 강자 옆에 찰싹 달라붙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방법에는 마약과 음식이 있다.

 

참고로 마약은 비싼 것에 비해 영양소가 빈약하고 몸에도 좋지 않으므로 피해야 한다.

 

2.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옛날 어른들은 보증, 양귀비, 소고기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른들은 무분별한 외식, 배달 요리를 지속함으로써 개인파산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걔 중 치킨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 방심하기 마련이나 이것도 옛말이다. 생닭이 싼 것이지 치킨은 호연지기를 품고 장을 봐 온 사람끼리 통하는 암묵적인 요금의 룰을 애당초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글타고 내가 그 맛을 내긴 무척 힘들다.

 

그.런.데.

 

3.

한 사이트에서 뜬금없이 본 ‘굽네치킨이 우리집에’라는 가벼운 레시피를 보고 따라해봤는데, 오호오오오오, 부드럽고 쫀닥한 닭요리가 이리 쉬울 줄이야.

 

에어프라이어가 있어야 되는 것이 단점이나 그런 건 친구집에서 훔쳐오면 되니 문제가 아니다(이렇게 절교를 하면 손절이 아니라 익절이니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4.

마트에 가서 손질된 닭볶음용 고기를 두팩 산다. 우유도 긴 거 한 팩 산다.

 

집에 와 닭고기를 우유에 넣어 1시간 재우고(재운 후엔 마시지 말고 버려야 합니다. 그거 먹는다고 개인파산을 안할 순 없으니까요)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또 1시간 재운다.

 

 

이후 약간 큰데?, 하는 간장종지 3컵, 설탕 1컵, 맛술 1컵, 마늘가루 혹은 다진 마늘 1컵을 비벼, 비벼, 한 후 또 1시간 재운다. 기호에 따라 레몬즙을 담뿍 넣으면 좋은데 개인적으론 별이 다섯개다.

 

 

요걸 에어프라이어 180도에 놓고 18분, 뒤집고 18분, 하면.

 

.....!?!

 

딱히 내가 뭘 한 것도 없는데 작심한 맛, 국제정세가 입 안에서 요동치는 맛이 탄생한다.

 

5.

사람이란 허구헌날 사먹으면 개인파산을 하기 마련이고 해주는 것만 먹으면 정신이 고장나기 마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써보았다.

 

영혼을 위한 스프가 유독 닭고기인데는 이유가 있다.

 

추신: 사진은 요리 과정의 닭입니다. 다 한 걸 찍어야 되는데 하루랑 아내가 맛있게 먹어서 못 찍었습니다.

 

202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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