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짧디 짧은 생과 얕디 얕은 경험으로 어떻게 감히 삶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짧은 생에서도 나는 강렬히 느끼는 바가 있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실패와 눈물 그리고 고통에 대해.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처받고 있는 모든 영혼들에게. 지금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닫고, 그래도 행여 누가 들을까, 베개를 얼굴에 파묻고는 소리 죽여 흐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전이면 찾아오는 악몽 같은 기억으로 심장이 죄어오는 아픔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기억으로 더 이상 활짝 웃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인정하기 싫지만 인간은 끝없는 실패와 슬픔, 그리고 고통 속에서 자신을 다져 나가는 듯하다. 참으로 인정하긴 싫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는 그것들이 빠질 수 없는 듯하다.

 

왜 그렇게 가혹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이 성장하는지는 알 수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발목을 잡고 묻고 싶다. 왜 이렇게 잔인하십니까. 왜 이렇게 가혹하십니까. 왜 웃으면서 삶을 배울 수는 없는 것입니까. 왜 아프지 않고는 강해질 수 없는 것입니까 라고.

 

누군가 내게 '고통과 슬픔의 대가로 성숙해진 삶을 원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말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1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나는 성장보다는 행복하길 원하므로. 진실로 행복 오직 그 하나만을 원하므로. 똑똑하지 않아도 바보라 불릴지라도 멸시받고 무시당해도 나는 진실로 행복, 오직 그 행복 하나만을 원하므로.

 

하지만, 그것은 선택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삶의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것처럼 당연한 삶의 진리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갑작스레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만큼 더욱 힘들었으며, 그 이전의 삶이 무난하고 평온했기에 더욱더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은 내 심장에 새겨져 지금도 그 주기를 알 수 없이 내 눈앞에서 재현된다. 그리고 으레 그렇듯 심장을 찢어발기곤 한다. 마치 오늘 아침처럼.

 

나는 오늘도 갑작스레 찾아온 그 아픔에 꼼짝할 수 없었다. 딱딱하게 굳어진 몸을 침대에 누이고는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멍하니 누워 있었다. 얼마 뒤, 의미 없이 서성이고 의미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의미 없이 배를 채웠다. 모든 무의미 속의 한가운데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픔과 슬픔에 적응이 되면 인간은 한동안 무의미 속에 던져지기 마련이다. (정말로 운이 좋으면 고독으로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고독으로 빠질 정도의 적정량의 괴로움을 얻기란 쉽지 않거니와 무의미에 빠진 자신을 고독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굉장한 시간 동안 슬픔을 희석시켜야 한다. 그러니 고독은 정말로 운이 좋은 경우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다시금 나 자신으로 돌아와 나를 위로한다. 인간은 실패 한만큼 겸손해지며 자신이 흘린 눈물만큼 남을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이 겪은 고통만큼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내가 받은 슬픔과 고통이 언젠간 타인의 힘이 되어 주리라, 다음에 찾아올 내 고난과 좌절에 버틸 힘이 되어 주리라.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자신을 위로한다.

 

오늘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7.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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