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

 


이곳은 6차선 도로.

약간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그 한쪽 귀퉁이에서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Crying Shame'(잭 존슨)을 들으며 이 글을 적고 있다.

 

환경미화원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인도를 쓸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그는 길을 쓸고 나는 글을 쓴다.

(순간 거대한 청소부가 지구를 쓸어버리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나와 1미터 간격을 두고 몇분간격으로 차들이 멈춘다. 

(나는 신호가 있는 곳의 귀퉁이에 앉아 있다.)

처음에는 큰 트럭.

다음은 파란 승용차.

그 다음은 은색 승용차.

(그러고 보니 이 늦은 시각에  

모두들 신호를 지킨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 밤에 도로 한 귀퉁이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나를 보고 그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그들이 신호 앞에 정지한 순간이

평소보다는 심심하지 않을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여기서 이런 글을 적고 있는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한 문장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돈다.

그것은

'소리 없는 소리'

 

왜 이 문장이 머리 속을 맴도는지는 알 수 없지만 

1주일 전, 지하철에 앉아 멍하니 있던 도중 

갑자기 이 문장이 떠올랐고

그 후로 나는

이 문장에 얽매여 있다.

소리없는 소리....

 

... ...

 

그것은

나 없는 나인듯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소리없는 소리'를 듣는다.

오직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환청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환청이 아니다.

분명히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다.

분명히 누군가는 나를 말하고 있다.

눈 앞에 없어도 나를 보고,

눈 앞에 없어도 나를 말하고 있다. 

나는 알 수 있다.

 

 

... ...

 

 

내가 그러하니까.

당신 없어도 당신을 보고,

당신 없어도 당신을 말하니까.

 

 

 

by 죽지 않는 돌고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