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히가시아즈마 역 - 08.04

 

[10:38]

 

히가시 아즈마역.

원래는 8:50쯤에 이곳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또 이런 시간이 되어버렸다.

햇살이 뜨겁고,

내 이어폰을 뚫을 만큼 강렬한 매미소리가 들린다.

옅은 에매랄드색 티에 찢어진 청바지,

비닐재질의 은색 모자를 쓴 뚱뚱한 소년이  

내 옆에서 psp를 즐기고 있다.

아.

전철이 왔다.

 


-

 

 


시원하다.

어느 때와 달리 한가하다.

(학교에 늦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졸고 있는 몇몇 사람 가운데  

까까머리의 고등학생이 눈에 띈다.

교복의 상의를 풀어 제치고 

안쪽의 검은 런닝이 슬며시 보이도록

하얀런닝을 겹쳐입은 녀석이 혼자 떠들고 있다.

(전화를 받고 있다)

오른쪽 옆구리로는 반짝거리는 비닐가방을 끼고 있다.

분명 학교에 늦었을 듯 한데 여유가 있다.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지.

그냥 가고 싶은 어딘가로.

때로는 무언가 겁이나서.


... ...

과거의 누군가처럼.

 


-

 


곧  

카메이도역이다. 

수료식이 끝나 있으면 큰일인데.

 



 

 

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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