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모두 머릿 속에 꿰뚫고 있는 신이치형.

 

 

운전과 차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프라이드를 가진 형은

(게다가 강직한 성격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 붙인다-을

가진 탓에 상사와도 곧 잘 싸운다.

어제는 운전에 관해 자기 부서에서 가장 높은 사람과

싸우다가

'어이. 부장. 난 운전으로 20년동안 밥 먹은 사람이야.

내가 틀리면 틀리다고 말해 보라고. 죽이고 싶으면 죽여.'

-정도의 말을 해서 주위가 싸늘해 졌다고 한다.)

당연히도

동경 시내에 좋은 야경을 볼 수 있는

코스 또한 상세하게 알고 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



어쨌든

그런 형을 둔 덕택에

우리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대고

오다이바가 한 눈에 들어오는

좋은 야경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리저리 앵글을 계산하고

모드를 바꾸어 가며

카메라에 야경을 담은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경찰차 한대가 다리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접근 해 왔다.

(순간 여권때문에 일본경찰에 데인 기억이 났다.

또 잡아가는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 일본 경찰에게 잡히다. -참조)

그리고는

제복을 입은 건장한 경찰 두명이 내리더니

신이치형에게 다가가

 

'여기에 차를 세워 놓으면 안돼죠.

위험하지 않습니까. 고속도로 한 가운덴데' 

 

-라고 말했다.

 

 

<카메라를 자동으로 걸어 놓고 몰래 경찰의 발 밑에 내려 두고 왔다, 뒤에 보이는 것은 대형 경찰차>




보통사람이라면 고분고분 넘어갈텐데

역시나 신이치형이었다.

도로법에 대해 빠삭한 탓인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그리고

때로는 느슨하게 경찰을 설득시켜 나갔다.

 

 

 

-

 

 

5분 정도 지났을까.

마침내

울려 퍼지는 큰 웃음소리.

그리고

돌아가는 경찰들.

 

'경찰 아저씨들 수고하라고. 고생이 많어.'

 

-라는 인삿말을 던지는 형.

 

 



어떻게 보면

작은 일이지만

다시한번 말의 힘을 느끼는 계기,

일본어의 뉘앙스를 공부하는 기회가 된 듯 하다.

 

 

아.

일본어로는 저렇게 밀고 당기면서

저런식의 단어를 사용하고

뉘앙스를 저렇게 조절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구나- 하고 말이다.

 

 

일본어 회화가 능숙해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언어가 주는 미묘한 뉘앙스를 잘 살리는 사람이 되라

형의 뜻을 알 듯하다. 

 

 

-

 

 

여러가지로

좋은 밤이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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