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낄 때쯤 우리의 근무는 끝나고
저녁노을이 낄 때쯤 우리의 근무는 시작된다




알려지지 않은 어느 산골짜기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
저녁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밤새도록 북한 땅만 바라보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는 곳




처음엔 이 생각 저 생각 다 나다가도
고참이 눈 붙일 때쯤 되면
그리고
-30℃쯤 되면
그러니까
달빛이 차가움을 더하고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코에 콧물이 줄줄 흐를 때쯤 되면
머릿속엔 가장 소중한 사람만이 남게 된다




괜찮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도 아니고
1년 365일 매일 그러고 있자면
문제는 달라진다





 0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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