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끝나갈 때쯤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어딘가로 들어간다.
그리고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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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있다.
무의미 했다고 생각됐던 하루가

어느새 빛나는 의미들로 가득찬다.
하루를 곱씹어 보고,
내게 일어난 일들을 조용히 더듬어 가며,
문장을 이리 저리 뚝딱거린다.




단 한명의 사람, 단 한명의 사건, 단 한권의 책.
내가 일으킨 모든 것, 내게 일어난 모든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것들이 내게 의미를 부여받기 시작하면

가끔 굉장한 재미를 준다.




그리고
무언가를 쓰는 것 자체가 가슴이 뛴다.
하루하루가 어찌 될지 모를 내 인생의 유언장이며
'메멘토'의 주인공 처럼 기억을 잃을지 모를 일이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한한 영감 덩어리인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거쳐간 사람은 몇명이며
내가 겪은 일 또한 얼마나 많은 것인가.




어쩌면
생을 거듭하며 쌓이는, 무한한 잠재의식, 무의식이란
지칠 줄 모르고 쌓여만 가는지도 모른다.
도저히 이것들을 가슴속에만 가둬 놓고 살 순 없다.

일분일초 사이에 가슴과 머리를 들쑤시는

생각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언젠가 부질 없다고 생각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의 흐름을,
그리고
생의 흐름을,
이 몸으로 최대한 느끼고

이 손으로 최대한 잡아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쓴다.

 

 

 

 



 

note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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