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나는 이 이국땅 같지 않은 이국땅에서
내가 머무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공중전화부스 안으로 들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수첩의 맨 뒷장을 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을 찾아냈다.
그 어떤 때라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언제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따뜻한 마음으로 때때로 나를 감싸 주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그런 사람들을.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네가 아니면 안되는 외로움이었다.
그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는 종류의 외로움 이었다.
막연한 외로움이 아니라,
너를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외로움 이었다.
분명 나는 그 커다란 외로움의 한토막을
누군가로 대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속일 수 없었고,
적어도 나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너의 목소리를 들을 어떠한 수단도 없다는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완전히 너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그 마음의 한 토막조차
그 누군가로 대체할 수 없는 나의 멍청함에 대해.
그것은 네가 나의 눈앞에 있어야만 해결 될 수 있는 그런 것.
그것은 네 얼굴을 보고,
네 눈동자를 보며,
너를 만지며 대화해야만 사라지는 그런 것.
나는 이 순간,
언젠가 네가 얘기한 ‘행복한 일’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저 길 모퉁이를 천천히 돌아 갈 때,
혹시나 멍청한 얼굴의 네가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네가 설령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지라도
그래서 혼자 울게 될지라도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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