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찻잔 고이 쥐고
물끄러미 그 속을 바라보면
지난 1년이 천천히 춤을 춘다.
수첩 하나 꺼내어 이름 적어내려 가다
심호흡 한번 하고
전화기를 든다.
하야시상, 저 내일 갑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원선아, 형 내일 간다.
건강해야 한다, 참말로 건강해야 한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이나 찻잔을 바라본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돌아가니 좋을 줄 알았는데
뻥하니 뚫린 가슴, 후회가 밀려온다.
한 번 더 만날 것을.
한 번 더 갔을 것을.
아니다, 아니다, 참 잘했다.
한 번 더 만났으면 이내 못난 눈물 보일 뻔했지.
쓸쓸함이 내 마음에 딱 찰 정도로,
이 정도만 만나길 참 잘했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 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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