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문이 생겼다. 왜 장소에 쉽게 정을 붙이고 떼는가에 대해. 왜 사람에 쉽게 정을 붙이고 떼는가에 대해. 이상하다. 해서, 생각했다.

 

어딘가에 있으면 그곳이 고향 같다. 함께 있는 사람은 가족 같다. 헌데 지나면 그걸로 그만이다. 이건, 이상, 하다. 가끔 생각한다. 어떤 곳에 대해, 어떤 사람에 대해, 허나 간절함은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왜 그런 것인가. 어떤 장소도 그리워하지 않을 만큼, 어떤 이도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쉴 틈 없이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2.

13초에 결론이 났다(13초 만에 났다는 말입니다. 이 글은 생각하면서 쉼 없이 적고 있습니다). '혼자로도 충분', 하기 때문이다.

 

?

 

나는 혼자 모든 것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도 않고 체념에 익숙하지도 않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것도 아닌데. 헌데,

 

?

 

이 순간의 나는 '고생'이랄 것이 없다. 힘들지도, 슬프지도 않다. 해서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한다.

 

누구도 필요 없다. 가족이 없어도, 친구가 없어도 문제 없다. 이 자체로 완벽한 것은 아니나 모자란 것도 없다.’

 

?

 

간절함이라든가 소중함이라든가 하는 것이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 순간 '고생(좀 더 정밀히 말하면 괴로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이 없기에 나는 순간의 생각을 나 자신으로 착각하고 있다.

 

3.

괴로움을 기억해 보았다. 이등병 때, 어땠는가. (이럴 때 군대의 기억은 도움을 많이 주는 듯합니다)간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누구도 간절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친구, 그 누구도 간절했다. 간절하지 않은 이는 없다.

 

얼굴을 보고 싶다. 안 된다면 목소리라도, 안 된다면 흔적이라도, 안 된다면 사진이라도, 안 된다면 향기라도. 그것도 할 수 없을 땐 계속, 생각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때는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소중하고, 간절한 순간의 기억을 잡아내지 않으면, 내가 무너진다. '고생'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것을 하고 있을 땐 슬픔, 외로움, 고통은 도저히 혼자 이겨낼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혼자 버텨내는 순간에도 당장 누군가의 발목을 잡고 싶어진다.

 

헌데, 나는, 아직 얕디 얕은 인간인 주제에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해버린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고, 애인도 필요 없고, , 우리나라랄 것도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친구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으음. 근데 나는 왜 이렇지. 어쩌면 뭔가 특별한 인간일지도 모르겠는데!'

 

4.

나는, 나에게 말했다.

 

'아아, 이 녀석은 지금 아~~~~주 편하구나. 이렇게 편한 생각을 자~~~~알도 해대는구나. 이 정도까지 한심해질 수도 있는 것인가.’

보고 싶지 않다던 사람들을 떼어놓고 뼈까지 얼어붙는 산 속에 던져 놓은 후, 육체노동을 쉼 없이 시키면 금방이라도 사무치는 그리움, 슬픔, 외로움, 고통을 느끼며 우는 소리를 했던 나는 왜 이다지도 얕아져선 건방진 생각을 했단 말인가.

 

나이가 좀 더 들면 이런 생각도 바뀔지 모른다. 뜻밖의 계기, 혹은 조그마한 일 하나로 가치관마저 바뀌는 경우가 있다. 허나 지금의 결론은 이렇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다만 착각할 뿐이다.'





by 죽지않는 돌고래 / 동경 우에노 기숙사에서, 멍하니 있다가. / 0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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