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제가 끝나고 잠시 근처에 들렸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간단하게 서울광장 분위기를 전해 보겠습니다.




<경향신문의 서성일 기자님이 찍으신 사진입니다. 검은 네모 부분이 제가 앉은 자리입니다.>

9:30분 경 - 1시에 노제가 시작하는지라 나름 빨리 온 편, 아니 적어도 약간은 앞쪽에 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수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여 광장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원 봉사자 분들께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노란 모자를 건네 주셨습니다. 노란모자에는 '내 마음의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10:20분 경 - 앞에 분들이 최대한 자리를 당겨 앉아 주셔서 겨우 잔디 맨 끝자락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로 보셔서 아셨겠지만 정말 대단한 인파였습니다. 사방이 노란모자로 가득합니다.


10:56분 경 - 화면에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자 뒤쪽에서 '엄청난 야유'가 시작됩니다. 광장 안쪽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조용히 화면을 보고 있었습니다만, 광장 주위에서 부터 서서히 끓어오르는 야유는 마치 월드컵 응원이 펼쳐지는 경기장 앞을 지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야유의 내용 중 선명하게 들렸던 것은 '개새끼야', '살인자야', '쥐새끼야'등이었으며 전체적으로 '우-'라는 야유가 지배적이었습니다.


11:05분 경 - 고인에 대한 묵념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앞에있는 20대 초반의 여자도 제 왼쪽에 계신 할머니도 연신 노란 손수건에 눈물을 훔칩니다. 여기저기서 애써 눈물을 참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11:22분 경 - 한명숙 전 총리의 말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다시 울음을 터뜨립니다. 여기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11:27분 경 - 한명숙 전 총리의 조사가 끝나자 한승수 총리 때는 없었던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11:54분 경 - 노무현 대통령 추모영상이 나오자 사람들이 노란풍선을 날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이 노란 풍선으로 덮입니다.


12:03분 경 - TV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두리번 거렸지요? 전광판에 나오는 소리가 뚜렷이 들리지 않아 경복궁에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야유가 터졌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서울광장은 굉장했습니다. 10:56분 경에 터진 야유보다 더욱 굉장했습니다. '물러가라' 부터 시작해서 뒤쪽에서 육두문자가 터져나왔습니다. 저와 가까이에 있던 아저씨는 '니가 죽였어! 개새끼야'라고 외쳤습니다. 전광판을 보면서 서울광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방송을 통해 경복궁으로 전달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춤거리는 모습과 이 쪽에서 터지는 야유의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기 때문입니다.


12:05분 경 - 김대중 대통령이 국화를 들고 헌화하려고 하자 서울광장에서 두번째 박수가 터졌습니다. 참고로 김영삼 대통령 때는 산발적으로 몇 분이 험한 말을 했습니다. 앞쪽은 야유까지는 들리지 않았습니다만, 워낙 인파가 길게 늘어져 뒤쪽 분위기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야유나 험한 말들은 뒤쪽에서 터져나왔으며 그 분위기가 앞쪽으로 전달되는 분위기 였습니다.


12:18분 경 - 노란풍선이 여기 저기 날아 다닙니다. 그 중 한 풍선에 적힌 글이 눈에 띕니다. '남은 세상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12:28분 경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가가 오시는 자리가 기자와 시민들로 인해 자리가 나지 않습니다. 사회자가 정중하게 자리를 내달라고 부탁합니다. 조금 느그적 거리는 듯 하자 시민 전체가 한 목소리가 되어 '내려와! 내려와!'라고 외칩니다.
 

1:25분 경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진행 되는 가운데 또다시 사람들이 흐느낍니다... 이때부터는 저도 복받치는 마음에 제대로 기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종로 쪽으로 오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전경들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땡볕에서 뒤늦게 점심식사를 하는 전경들을 보니 이 것 또한 가슴을 아프게 합디다.
좋아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대한문 분향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부수고 짓밟아야 했던 우리 동생들.
어쩌면 가장 큰 희생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 포스트는 오마이뉴스 기사로 동시 게재됨을 알려 드립니다.


by 죽지 않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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