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로 ‘색다른 시선’ 패널로 초대된 ‘죽지 않는 돌고래’라고 합니다.

우선 모자란 글을 고운 눈으로 봐주시고 초대해 주신 장혜윤 담당자님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처음 색다른 시선 패널로 섭외를 받았을 때는, 제가 과연 그런 자격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는 사람으로 평생 일본, 또는 일본어를 업으로 살아갈 듯합니다만,

아직 경험이 미숙하고 지식이 짧은 탓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많이 망설였습니다.





첫째, 글이란 그 종류가 어떤 것이든 한 번 세상에 내놓으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만,

글은 그 이후에도 확연히 증거가 남는다는 점에서 좀 더 큰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둘째, 제가 쓰는 글은 다른 나라,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경험과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대상에 대해 무언가를 쓴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여 많은 사람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일이 될 수 있으며,

그보다 더욱 무서운 건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다는 점이지요.

 



저는 현재도 일본어를 전공하고 있으며, 2번에 걸친 동경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때는 일본사람과 같이 살았고,

운 좋게도, 서로 눈물을 보이는데 거리낌이 없을 일본인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어릴 때부터 일본이라는 나라에 무의식적으로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던 집안 환경 탓인지,

한쪽 벽면에는 늘 일본 관련 서적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과 지식을 합한다 하더라도

위의 망설임을 누르기도, 자신을 가지기에도 충분치 못하다는 것은 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른 나라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며,

그 대상이 ‘일본’이기에 더욱 그럴 듯합니다.





동경 료고쿠의 어느 좁은 방,

시린 손발을 10분 간격으로 비벼 대며 자판을 치는 지금,

저는 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를 떠올립니다.

그녀는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일본에 대한 책을 썼으며,

그 책은 반세기가 넘은 지금에도 일본론의 명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제 용기의 지원군으로 삼아볼까 합니다.

대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치 않다 하더라도,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객관을 추구하려 노력한다면,

문화와 인종, 그리고 역사의 벽을 넘어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지 않나 하고요.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 제가 아주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재미없는 이야기만 늘어 놓을 것 같은

느낌을 드리는 것 같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조금은 딱딱한 이야기를 할 때의

제 마음가짐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처지라 어떠한 글이 주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느끼고 경험한 것에 대해 부풀림이나 거짓, 또는 편견 없이 글을 쓰고 싶을 뿐입니다.

가벼운 에세이가 주가 될 듯한 기분도 들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쓴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 그대로 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아직 바람이 차갑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그리고

사랑하시길.






2008년 2월. 죽지 않는 돌고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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