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일본에 갔다 온 사이, 한국에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다. 그 중 하나가 해군 초계함 침몰사고다. 일본 지인들조차도 이 문제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보면 이 사고의 파장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음을 피부로 느낀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일본에서 사온 야메차(한국인이 듣기엔 발음이 좀 그렇지만 엄연히 일본 3대 명차다.)를 우려낸 후,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을 펼쳤다. 오늘따라 유독 눈에 띈 부분은 권근택 기자가 쓴 원고다. 군복무경험을 대통령의 교과서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으레 거쳐야 할, 적당히 일그러지고 적당히 틀을 갖춘 그 경험 말이다.







천안함 사건을 지켜보면 이 생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군대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징병제를 기본으로 하는, 군복무가 엄연히 의무이자 법으로 정해져 있는 나라에서는 '미필'이 지도자에겐 큰 흠이 되는 듯하다. 아니, 흠이라기 보다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사건을 총지휘한다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다. 과연 저들이 권력과 돈의 힘으로 면제를 받지 않은 이들이었다면(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추정'되는 것뿐이지만)이토록 엉성하고 답답하게 사건을 풀어나가겠냐는 말이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미필과 군필'이라는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또 국방과 안보를 논하는 상층지도부의 '미필과 군필'을 표시한 이미지 또한 퍼질대로 퍼진지 오래다.



이런 지도부를 가진 우리가, 초계함 사고의 제대로된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 아닐까. 비교하기 싫지만 비교가 된다. 과연 노무현이었어도 이 사고를 이토록 답답하고 엉성하게 처리했을지. 


                     


위 영상은 인터넷에서 수백번은 봤을 법한 노무현의 연설이다. 그에게는 무수한 단점과 비판받아 마땅할 점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적어도 국방에 한해서만큼은 그만큼 먼 미래를 내다보고 대한민국의 국제 정세를 치밀하게 고려한 대통령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거라고 본다. 


믿기 힘든 이런 큰 사고가 나니 국방에 관한 그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조금 그리워진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정말 멋진 예비군이었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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