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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출동] 서울구치소에 가다


2011. 01. 31. 월요일

죽지 않는 돌고래

 

 

1.

 

지난 금요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조사로 인해 면회가 무산됐다. 송치가 된 다음날(송치 당일은 면회가 불가능하다), 그의 심정을 듣기 위해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에 위치한 서울구치소까지 갔건만 허탕을 친 것이다.

 

 

<구치소의 요청으로 사진을 모두 내립니다. 독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구치소 접견 시스템 상, 첫 면회에서는 전화로 이런 사실을 알아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단 처음에는 구치소까지 가서 접견인 등록을 한 후, 그 다음부터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돌아서려는데 업무를 보는 카운터 위에 여러 가지 음식물을 올려 놓은 찬장이 보였다. 그리고 며칠 전 유치장에 면회갔을 때 들은 말이 생각났다.

 

‘들어오면 도와주기로 한 사람들이 이렇게 되니 다 등돌리고....’

 

구운계란 10개 2310원, 떡갈비 6개 7500원... 구매물 신청서를 적다가 업무를 보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수감번호 xxxx인데 감방 안에 몇 사람이 있는지 확인 가능합니까. 안 그래도 신입인데 혼자만 챙겨주면 밉보일지도 모르고 다 챙겨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 그건 면회를 해보셔야 아는 건데...’

 

‘어제 막 송치되서 오늘부터 면회가 가능한데 검사조사 때문에 오늘은 면회가 안 된다네요.’

 

‘음, 그러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구요. 아마 새로 들어오신 거면 처음 들어가 있는 곳이 6명쯤 될 겁니다.’

 

 

<구치소의 요청으로 사진을 모두 내립니다. 독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무얼 넣어주면 좋겠냐는 충고를 들어 그리 했다.

 

구운계란 10개, 김6개, 빵 10개, 귤 2봉지, 발효유 10개, 떡갈비 6개. 금요일에 신청하면 월요일에 전달이 된단다.

 

구매물 신청 한도금액이 미결수는 31,000원, 기결수는 50,000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2.

 

원래는 휴대폰으로 현장에서 상황을 보고 하면 편집장님이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가 상황을 종합해서 기사를 내기로 할 참이었다. 이렇게 허탕을 치고 나니 그렇게는 되지 못했다.

 

월요일에 다시 면회를 갈 계획이었고 그의 부인에게도 이 말을 전해주었다. 주말에 집에서 조용히 사건을 정리하며 있는데 인터뷰를 담당한 물뚝심송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선일보 기사 보았냐고.

 

이진영씨가 자백했단다.

 

 

3.

 

접견인 등록을 한 후에는 예약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교정본부 번호로 전화했다. 컴퓨터로 음성녹음된 목소리로 예약날짜를 알려주는데 이상하게 ‘월요일’이 빠져있다.

 

그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아직 구치소에 접견인 등록을 하지 않아 날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검찰조사도 받았고 우리 외에는 찾아 올 사람도 없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 11시, 그의 부인과 인덕원 역 앞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함께 가기로 했다. 만약 만난다면 그와 그 부인은 첫 면회가 되는 셈이다.

 

나 또한 지속적으로 그녀와 통화했지만 실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4.

 

금일인 월요일 오전 11시, 인덕원 역에서 그녀와 만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접견인 신청서 명단에 나와 부인 이름을 나란히 적었다. 두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보여 주어 면접을 하려하니 금요일 들었던 말을 또 다시 들어야 했다.

 

‘오늘 검사조사 받으러 가셨네요.’

 

두 번째 허탕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기다리면 안되냐고 했더니 검사조사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보통 밤 늦게 돼서야 들어 온단다. 한숨이 나온다. 부인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는 부인과 함께 서울 구치소를 내려오며, 그리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나눈 대화를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순서는 틀릴 수 있다.

 

 

5.

 

 

<구치소의 요청으로 사진을 모두 내립니다. 독자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돌 : 오늘 두 번째로 허탕이네요. 혹시 조선일보 기사 보셨나요?

 

부 : 네.

 

돌 : 뭐 자백했다니까 끝난 건데요. 취재고 뭐고 저는 인간적으로 이분을 한번 꼭 봐야 겠습니다. 저는 그 기사 보고 처음에 딱 그 생각 들었어요.

 

이거 이렇게 되면 우리가 이 다음부터 도와줘야 될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쩌나.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어서 우리한테 찾아 오는 사람들한테 이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부 : 참, 진짜 그렇게 다들 도와주셨는데 이렇게 되버리면... 진짜 주위에서 그렇게 도와주신 분들은 다...

 

돌 : 혹시 저희 기사도 다 보셨나요?

 

부 : 예, 제가 하도 기사를 많이 봐서 다 기억은 안 나는데 되게 중립적으로 쓰신 것 같던데...

 

돌 : 근데 이게 이렇게 되버리면... 하하하(허탈한 웃음). 서울대 의예과 이야기는 보셨나요?

 

부 : 네.

 

돌 : 그거 진짠가요?

 

부 : 의예과는 모르겠고 서울대라고...

 

돌 : 사실 그 기사에서는 이게 필요가 없는 부분이예요. 그 내용이 이 사람을 더욱 나쁜놈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죠. 그럼 결혼할 때도 그렇게 아시고 결혼한 거네요. 부모님들도.

 

부 : 네.

 

돌 : 혹시 그 사실을 언제 아신 건지?

 

부 : 저도 기사보고 알았어요.

 


조선일보 기사를 보고 의아해 했던 부분은 '서울대 의예과' 부분이다. 그 사실은 기사에서 불필요한 부분이었으며 그를 더욱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데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런 정보를 알려 줄 이는 어떤 조사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을 몰래 조선일보에 미리 흘려준 사람, 아니면 그의 가족이나 그의 부인 뿐이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아 그 점을 물어 본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며 가족이다. 나쁜 짓을 했다하더라도 더 나쁜 놈으로 만들기 위해 가족이 필요이상의 정보를 줄 이유는 없다. 나는 그 정보가 누구를 거쳐 기사화 됐는지는 모르지만 부인 또한 그 기사를 보고서야 해당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가 유치장에 있을 때, 당시까지만 해도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치장에 들어간 이후, 그와 조금이라도 얽힐까봐(면회를 신청할 때는 주소와 관계 성명등을 모두 적는다.)도와준다고 했던 이들 대부분이 면회조차 오지 않아 아무도 도와줄 이가 없어진 상황에 처했다.

 

이 사건에서 그의 죄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적인 친분으로 그의 뒷바라지라도 해 줄 이가 있을까 싶어 그의 부인에게 남편이 졸업한 대학을 물었다. 당시 그의 부인은 남편이 유치장에 들어간 후, 누구에게도 자기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고 하여 나 또한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돌 : 참, 그러고 보면 제일 큰 피해자시네요. 

 

부 : 네. 그런데 참... 제 인생도 그렇고, 그 분들은 다 어떡하죠. 기사를 보니까 그 주위에 단체나 기관들이 선동을 했다고. 그렇게 말해버리면 또 도와줬던 분들은 다 나쁜 사람 되는 거잖아요.

 

돌 : 저도 정확한 사실은 모릅니다. 다만 제가 그 부분에 관해선 예전에 모 신문사의 어떤 사진을 보고 의아심이 들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옆에서 일을 도와주는 분들이랑 같이 찍힌 사진인데 제가 보기엔 이쪽에서 소문이 안 좋은 분들이 좀 있어서 혹시나 전화를 했지요.

 

이 분들을 어떻게 만났는지, 누구의 소개로 만났는지, 혹시 전화번호나 이름을 제게 알려주실 수 있는지. 그 때는 뭐랄까, 저한테 왜 그러시냐고 그래서 사정을 말씀드렸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 같이 있는 분들이 혹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당시에 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진영씨를 도와주는 분들을 의심해서 불쾌한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 제게 자료를 안 주셔서 확증도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계속 말하는 것도 아니다 싶어서 그냥 접었죠.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많아요. 일단 이진영씨가 그렇게 진실을 주장하다가 나중에 일이 커진다 싶어서 진실을 말했는데 그쪽에서 끝까지 가자고 했던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이 진짜 믿고 끝까지 도와준건 데 이진영씨가 자신의 죄를 낮추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건지, 아니면 그렇게 딜이 들어온 건지,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부 : 인터넷을 보니까 진짜 난리더라구요. 이걸로 정말 한번에 다, 좌파단체 어쩌구 저쩌구 시작해서 싸그리 욕먹고 댓글에서는 전라도 어쩌고... 특히 프레시안 그 분들은 삼성 반도체 거기에 대한 피해 때문에도 좋은 기사를 많이 쓰시는 것 같던데 이번 일로 그 일에도 나쁜 영향이...

 

돌 : 그러게요. 시작은 고작 핸드폰 하난데 이렇게 싸그리 정리가 되네요. 하하하.

 

부 : 그런데 참, 이 사람이 전라도 사람도 아닌데, 댓글에는 다 전라도 사기꾼 어쩌고 나오더라구요.

 

돌 : 아, 어디 분이세요?

 

부 : 일단 본관은 경기도고 전라도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데 인터넷 댓글에는 전부 그런식으로 달리더라구요.

 

돌 : 혹시 전자렌지는 진짜 그때 있었던 건가요?

 

개인적으로 조선일보 기사를 보며 주목했던 것은 앞의 ‘서울대 의예과’라는 정보를 흘린 사람과 전자렌지가 있었다고 말한 ‘지인’이다. 특히 그 ‘지인’은 그가 블랙컨슈머임을 확인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준 사람이다.

 

변호인 의견서에도 처음엔 전자렌지에 대한 내용으로 그의 억울함을 밝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후, 본인이 전화로 확인했을 때 ‘신뢰관계가 깨졌다’라는 이유로 변호사를 사임할 계획이라고 들었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당시 유치장에 면회갔을 때 그 사실을 전하니 이진영씨는 수임료 문제 때문에 그리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돌 : 결혼하기 전에 연애를 하셨을 텐데 그럼 부인께서는 어느 정도 진실을 아실 것 같은데요. 분명 연애를 하셨을 테니 몇 번이고 방에 가셨을 거 잖아요. 사실 휴대폰 증거물이 삼성에 넘어간 시점에서 휴대폰의 증거 효과는 상실됐다고 봐야 되는데 기사를 보면 이진영씨가 전자렌지가 없었다고 했다가 들킨 걸로 이게  다 엎어진 거고. 거짓말을 했다는 시점에서.  

 

부 : 저는 잘 기억이 안나요. 그 때 전자렌지가 있었는지...

 


돌 : 어쩌면 이진영씨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분이실텐데 결혼까지 한 입장에서 이진영씨는 어떤 분이죠?

 

부 : 자기 주장 강하고 소신있고 말 잘하고... 그런데 이렇게 돼서 보면 그게...

 

돌 : 저는 막말로, 좀 죄송한데 그분이 그렇게 머리가 좋은 분으로 안 보였거든요. 하하하. 블랙컨슈머라면 정말 변호사들을 구워 삶아서 기업에 돈을 뜯어 낼 만큼 법에 도통해야 되는데 이건 뭐 증거물 다 넘기고 계약서 다 넘기고 얼굴 다 내놓고 그것도 금방 들킬 일을 그렇게... 그리고 그 추운데 수십번씩이나 1인 시위하고.... 하하하. 그래서 더 만나보고 싶은 거죠.

 

지금까지 나온 결과만으로는 주위의 모든 사람과 언론은 물론, 부인까지 속였다는 건데 그렇다면 진짜...

 

부 : 무서운 사람인 거죠.

 

돌 : 심정적으로 어떠세요?

 

부 : 저는 뭐... 지금은 (조선일보)기사 쪽으로... 이제 정말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제 인생 걱정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녀는 사건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에는 진행되는 과정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녀가 아는 것은 휴대폰 때문에 남자가 화를 냈고 1인 시위를 하는 정도였다. 집을 구해서 합칠 요량으로 계속 떨어져 살았기 때문이었으며 나중에 인터넷을 보고 여러 가지 기사나 글들을 찾아 본 다음에 사건의 윤곽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6.

 

이 사건의 마무리까지 본지가 확실하게 전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면회를 갈 것이고 아마 설이 끝나고 그 소식을 전할 수 있을 듯하다.  

 

본인이 그를 직접 만나고 난 후에, 이 모든 일에 대해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 이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후에 다시 소식 전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기획취재부팀장 죽지않는돌고래 (tokyo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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