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진계의 김어준, 방화범 최광호


2011. 03. 16. 수요일

죽지 않는 돌고래

 

 

최광호, 지난 이너뷰 공지(링크)를 본 독자들이 추천한 이너뷰이 중 한 명이다. 정치인과 단체의 대표가 대부분이었는지라 사진작가인 그가 유독 눈에 띄었다.

 

추천한 이에게 한마디로 설명해 달랬더니 사진계의 김어준이란다. 순간 ‘지하철에서 응가 지린 이야기를 자랑하고 월급은 랜덤으로 주는 남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되묻지는 않았다.

 

사진 좀 하는 친구에게 물었더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란다. 사진계의 '괴짜', 치열(熾烈)게이지 극강이라는 평.

 

 

<최광호作 / 할머니의 삶과 죽음 中>

 


밧트, 작품이 예쁘지도 멋있지도 않다. 마치 인간의 이면, 살갗 뒤의 뼈를 발라 낸 느낌. 임종 순간을 담아내거나 알몸으로 소변 보는 걸 찍은 사진도 있다. 아무래도 잘 팔릴 것 같지 않다.  

 

...

 

알맹이를 낚아채는 쩌릿함이 남는다. '삶이란 원래 이런 거였지.' 같은 느낌.

 

본인, 스님이나 고수로 알려진 이들을 찾아가 차 한잔 마시는 게 낙이다. 깨달음(해탈)’이 꿈인데 그럴만한 그릇이 되지 않아 대리만족으로 하는 짓일 게다. 간만에 그 짓을 해야 할 이유가 최광호의 사진 속에 턱하니 앉아 있더라.

 

그래서 갔다.

 

차 한잔 마시러.

 

 

 

 

 



장소는 한 출판사의 사무실. 최광호 등장, 조준선 정렬, 격발.

 

: 최광호는 누굽니까?

 

: 그게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 (라고 해놓고 바로 답한다.)최광호는 55살에 사진가. 사진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

 

: 진짠가요? 사진만 있으면 행복한가요?

 

: .

 

: 제가 알기론 돈도 있어야 되고 여자도 있어야 되는데.

 

: 사진만 하면 돈도 생기고 여자도 생기고 세상도 생기고 모든 게 생긴다고 지금까지 믿고 살아 왔어. 사진 하나만은 열심히 하고 온 거 같아.

 

: 왜 사진 하나만 열심히 했어요?

 

: 해도 해도 재미있어.

 

부럽다.

 

: 사진은 언제부터 했나요?

 

: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 담배가게가 있었는데 담배 사러 갔다가.

 

: 고등학교 때요?

 

: 가게 단골이었거든. 선배가 하는 집인데 사진 뽑는 거 보고 되게 신기했어. 감동을 받았지. 내가 바닷가에서 자랐는데 사진 현상해서 올라오는 게 파도가 치는 것 같더라고그 연상작용이 사진을 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 해. 암실에서 사진이 나오는 게 흰 파도가 나한테 다가오는 거 같아. 그래서 사진기 빌려서 찍으러 다녔지.

 

'흡연'과 '사진가'의 인과관계는 아직 학술적으로 증명되기 이전이다. 중고등학생들이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그를 논증의 용도로 이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 본지는 확실히 하고자 한다. 참고로 최광호의 왼손에 담배, 오른손에 사진기를 쥐어 주는 전인교육을 실시한 선배는 지금 한 교육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표창'을 줄지도 모르기에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 사진이 뭔가요?

 

또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 사진은 사는 거.

 

이번에도 1초 만에 답이 튀어 나온다.

 

: 갑자기 물었는데 대답이 바로 나오네요? 준비하신 거 같은데.

 

: 그거는 기본이야. (웃음)

 

: 사는 게 무슨 뜻인가요? 추상적인데요

 

: 사진은 그러니까, 찍는 다고 하면 카메라가 찍는 거잖아. 사는 것은 뭐야, 인생이잖아. 그럼 인생을 어떻게 찍어? 찍을 수가 없잖아. 인생을 찍으려면 고민을 해야 되잖아. 고민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 사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진. 그게 내가 추구하는 사진이야.

 

: 사는 게 사진이라. 삶도 고민해야 되고 사진도 고민해야 되고.

 

: 사진은 고민하면 안 되지. 인생을 고민해서 고민한 인생을 사진으로 이렇게 찍으면 되겠구나하고 설정이 되면 그걸 사진으로 찍는 거지.

 

지금 우리는, 사진기가 그저 찍어 주니까 너무 사진이라는 것에 맹목적이란 말이야. 찍혀지는 것에 대한 맹목.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건 사진은 사는 것이라고.

 

예를 들어 이런 거지. 예술이라는 게 뭐야? 예술이라는 수단으로 인생을, 자신을 주장하는 거잖아. 그게 예술이라고 친다면 사진도 결국 그런 게 아닐까? 사진으로 자기 인생을 고민 할 줄 아는 것. 그런 것이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컨셉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우리 나라 작가는 어떤 피사체를 사진으로 찍을 줄 알지만 자기 인생을 사진으로 고민하는 작가는 극히 드물다는 생각이 들어. 예쁘고 멋있게 찍는 거는 요새 카메라가 좋으니까 누구나 할 수 있어. 사진하는 젊은 세대들은 최소한 좀 재미있게 사는 방법,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 또 이 사회를 아름답게 꾸며가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설정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 그런데 항상 이렇게 사람을 빤히 쳐다 보고 말씀하나요? 무서운데요.

 

: 무서운 게 아니라 쳐다 보면 좋잖아.

 

: 순간 너무 진지해 지셔서. .

 


 

: 자네가 나를 자꾸 진지하게 만들잖아!(웃음)

 

: 그런데 사진을 보니까 작가라기 보다는 예술가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최광호의 제자 : 사진작가하고 예술가하고 어떻게 달라요?

 

: 뭔 차이인지 나도 좀 알려줘.(웃음)

 

: 어, 제가 뭔가 되게 편협하고 차별적인 발언을 한 건가요? , 사진가는 사진을 업으로 삼고

 

: 그건 내가 얘기할게. 업으로 삼는 다는 것은 사진으로 돈을 번다는 거잖아. 그거는 흔히 직업이 그거란 소리야. 예술이라는 것은 돈으로 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돈과는 무관한 거라고.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예술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게, 예를 들면 학교 교수를 제일 대단한 전문가로 알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병이야.

 

그런 면에서 그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서 사진이라는 수단을 이용할 뿐이지 그 사람이 최고는 아니거든. 프로 사진가라고 하면, 나는 그래. 인생을 사진으로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 식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예술 사진으로 자기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 우리 나라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직업인 사람들을 사진가로 얘기한단 말야. 나는 그거하고 개념 자체는 틀려. 그런 부분에서 자네가 얘기한 그 얘기는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

 

: 그렇죠? 제가 맞는 얘기를 한 거죠? (웃음) 그럼, 예술은 뭔가요?

 

: 예술은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샘물 같은 거.

 

최광호, 무슨 질문을 해도 딜레이가 최대 '1초'. 그 '1초'는 살아 오면서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며 자기 나름의 답을 내어 놓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 싸이월드 아시나요?

 

: 얘기는 듣지만 하지는 않지.

 

: 싸이월드가 dslr을 보급시킨 최대 공헌잔데요. 내가 뭘 먹었고 내가 얼마나 이쁜지 알리는데 아주 적절한 도구죠.(웃음) 이 허세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서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장비도 좋아지고. 제가 보기엔 세미프로의 경지에 오른 사람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럼 여기서 질문입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이렇게 늘었는데 이게 좋은 사진이랑 뭐가 다른 건가요?

 

: 사진을 잘 찍는 거는 기계가 찍어 주는 거고 좋은 사진이라는 것은 스스로 감동하는 거지.

 

: 그럼 남이 감동 안 해도 자기가 감동하면 되는 건가요?

 

: 그렇지. 내가 감동 안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감동하기를 원하면 사기 치는 거 아냐? 일단 내가 먼저 감동해야 다른 사람이 그걸 보고 감동하는 게 기본이지.

 

: 내가 감동 안 했는데 남이 감동하길 원하면 사기꾼이네요.

 

: 그렇지, 사기 치는 거지.

 

그냥 이 말이 좋았다. '내가 감동 안 했는데 남이 감동하길 원하면 사기치는 거지'.

 

: , 누드 모델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면서요?

 

: 나는 누드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 왜 안 좋아하죠?

 

: 누드라는 것은 흔히 미술적인 용어에서, 억지로 모델들을 돈 주고 사거나 자기 필요한 용도에 의해서, 그런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단어란 말야. 그런데 내가 지향하는 것은 스스로 벗는 거거든. 스스로 벗어서 자기가 가진 기분이나 느낌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는 걸 원하기 때문에 나는 벗음 사진이라는 단어를 써.

 

<최광호作/ 동생의 삶과 죽음 中>


: 그럼 사진집에 나오는 벗음 사진은 다 그 스스로 원해서?

 

: 난 돈 주고 사지 않아. 돈 주고 모델 사는 거 싫어해.

 

: 그건 돈이 없어서 아닌 가요?(웃음)

 

: 돈이 없기도 하지만(웃음) 차라리 술을 사 주지. 같이 공감하고 싶으니까.

 

: 제가 조사를 해보니까 선생님이 사람을 모으기 보다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가르쳐 달라고해서 강의를 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좀 특이하던데요.

 

: 대부분 그렇지.

 

: 그분들은 왜 그런 거죠? 선생님 사진에 감동 받아서?

 

: 그 사람들 상황이 있겠지. 일단 내 방법론이 자기들한테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 그 방법론이란 게 어떤 건가요?

 

: 나는 사진을 이렇게 잘 가지고 논다.

 

: 그럼 스킬을 가르치는 건가요?

 

: 나는 그런 테크닉은 잘 모르니까 다 잊어 버렸어 (웃음)

 

: 몰라서 안 가르치는 거군요?(웃음)

 

: , 디지털 나오고 나서는 더 몰라.

 

: 그럼 선생님 사진기는 뭐 쓰세요?

 

: 디지털도 쓰고 뭐든지 다 쓰지. 그런데 그 부분에서 난 필요한 부분만 쓰니까. 가지고 나온 기능을 다 이해하기는 너무 복잡해.

 

: 그럼 몰라도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거네요?

 

: 그럼! 자기가 필요한 것만 꼭 알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 우리는 잡다한 것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

 

: 사진가나 예술가들이 누드, 아니, 선생님 식으로 하면 벗음 사진 많이 찍고 그러잖아요. 그건 왜 그렇죠? 또 이성을 찍다 보면 성적흥분의 가능성도 존재할 법한데.

 

: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고 나는 여자들 그렇게 벗겨서 찍은 적이 극히 드물어. 여자들을 찍었다면 집에 가족들. 거의 대부분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남자들이니까 남자친구들 하고 찍지.

 

: 아니, 왜 남자들을 벗기죠?

 

: 같이 공감하고 옆에 있으니까. 나는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흔히 말해서 그렇잖아. 여자는 사랑하는 게 좋은 거지. 벗겨서 구경하려면 여자는 그렇게 큰 흥미를 못 느껴. 그런데 그것보다는 벗어서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란 게 있잖아.

 

예를 들어서 내 스스로가 나에게 굉장히 궁금한 게 있다고. 아름다운 장소에 가면 그 아름다운 장소에서 내 스스로 벗고 사진 찍고 싶다는 욕구. 이런 것이 생기거든. 그러면 왜 그럴까, 그렇게 자문자답하는 경우가 있다고. 근데 그것이 꼭 이래야지 하는 설정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곳에 가면 나도 벗고 사진 찍고 싶은 욕구가 들어. 그럼 그냥 벗고 찍는 거야.

 

: 벗은 게 왜 아름다운 건가요?

 

: 벗은 게 아름답다는 게 아니라 벗으면 순수한 거지.

 

노출증이라고 놀리다가 다음으로 넘어갔다.

 

: 제가 좀 놀란 게 사람이 떠나는 순간(임종 순간)에 사진을 찍으셨더라고요.

 

: 세번 찍었지.

 

: 세번이나요? 누구죠?

 

: 할머니, 장인, 장모.

 

: 임종을 맞이 하면 주위에 친척들이나 가족이 있을 거 아니예요. 사진을 찍을려고 하면 '아니~ 왜 그러니 광호야' 이렇게 말 안 하나요? 상식적이지 않은 거 같은데.

 

: 고등학교 때 할머니 찍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 할머니 돌아 가실 때는 나 혼자 봤으니까.

 

: 두 분만 같이 사신 건가요?

 

: 아니, 그게 아니라 다 일하고 가서 없을 때 할머니가 돌아 가셨어.

 

 



 

<최광호作 / 죽어감을 응시하다, 저세상 얼굴 등>


: 그럼 혼자서 임종을 지켜 보신 거네요?

 

: 그런 거지.

 

: 어떻게 할머니 임종을 사진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을 하셨어요?

 

: 그 전부터 할머니가 노망이 걸려서 내가 항상 할머니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어. 내가 간호도 하고 몸도 씻겨주고 2-3년 동안. 그리고 장인 장모는 내가 유학 갔다 와서니까, 당연히 사진가고 해서 뭐라고 하지 않았지. 사위이고 그러니까.

 

: 주위에서 그걸 다 이해해 줬군요.

 

: 그렇지, 장인 장모도 내 앞에서 다 벗었으니까.

 

: 외할머닌가. 사진 보면 요강에다가 소변을 보는 장면이 있던데 그게 저는 되게 충격적이더라고요. 그걸 딱 보는 순간,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찍는 건가요?

 

: 아름답다기 보다는 그냥 사진을 찍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지

 

: 사진을 찍어야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소는 뭐죠?

 

: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해. 그 피사체가 나한테 찍어와 달라고 호소를 해.

 

이런 사진을 찍으면 먹고 살 수 있을지가 궁금해 졌다.

 

: 사진을 찍으면 그걸 전시 하잖아요. 보통 이렇게 전시를 해서 먹고 사는 수단이 되는 건가요?

 

: 전시하는 데 먹고 사는 수단이 왜 돼? 돈만 들어가지.

 

: 안 되는 군요.(웃음)

 

: 다른 거는 모르겠지만 사진은 특히 더. 요즘에야 좀 팔리지만 특히 이런 거 전시하면 누가 사? 아무도 안 사지.

 

자기 객관화를 놓치지 않는다.

 

: 아시는 군요. . 요즘 사람이 보기에는 뭔가 생고기? 살아 날 뛰는?

 

: 날 것의 맛이지.

 

: 잘 안 팔리나요?

 

: 안 팔리지.

 

: 그럼 왜 전시회를 하는 거죠. 선생님 말고 다른 사진가들은?

 

: 자기 확인이야. 그런데 아마추어들이 전시하고 이러는 거는 자기 자랑이기도 하고.

 

: 그럼 자기 자랑에서 자기 확인으로 넘어 갈 때가 프로가 되는 순간?

 

: 그렇다고 생각이 들지.

 

: 저희 신문사도 가난해서 이렇게 혼자 찍고 쓰고 이너뷰 하고 다 하는데

 

: 그럼 많이 받어?

 

: 안 줘요. 아, 못 준다.

 

&:(함께웃음)

 


: 월급이 네 달째 반 밖에 안 나오고 있어서 언제 망할지 몰라요.

 

: 강화도에서 사진 강좌 이런 거는 잘 된다고 소문이 나고 그렇던데.

 

: 그건 오마이뉴스고요. 저희는 딴지 일보라서.

 

: 오마이뉴스하고 딴지 일보하고 틀린 거구나.

 

: 혹시 김어준 총수라고 아세요?

 

: 몰라.

 

: 흐, 그런 형이 한 명 있는데 샘하고 느낌이 아주 비슷합니다. 한번 만나면 재밌을 텐데. 여튼. 제가 사진을 모르지만 다른 작가들 사진을 보면 예쁘고 아름다운 모델을 찍고 그러는데 선생님 사진을 보면 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잖아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런 거. 특별히 그런 걸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최광호作>

 

 

: 나도 예쁜 걸 찍어. 그걸 뽑지 않을 뿐이지. 다 눈으로 느끼지 않겠어. 다만 내가 사진을 가지고 전문학교 졸업하면서, 지금은 그런 생각에 빠져 있지 않지만, 이런 고민을 가장 많이, 오래한 거 같어.

 

언제까지고 사진으로 진실되게 살 수 없을까? 사진으로 진실을 표현할 수 없을까? 사진을 진실 되게 표현 하는 방법이 뭘까?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까 사진이라는 것이 예쁘고 멋있고 아름다운 쪽 보다는 어떤 진실되고 생명의 가치가 있고 어떤 살아있는 느낌에 충실하게 다가갔던 거 같아.

 

: 최광호 타입이라는 사진을 봤는데요. 뭐가 좀 사진이 누렇고 그렇던데. 이거는 어떻게 만드는 거죠?

 


<최광호作/동생의 죽음등, 1999, 젤라틴 실버 프린트 광호타잎>


: 보통 사진은 3분이면 되는데 이거는 심지어 하루 이틀 3일까지 사진 용액 속에 담가 놓으면 금속성 느낌이 난다고. 이 작업도 동생이 나한테 준 선물이지.

 

<최광호作/동생의 삶과 죽음 中>


 

최광호의 동생은 시인이었다. ‘이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와 함께 물놀이를 하러 갔다 익사했기 때문이다.

 

: 동생이 준 선물이라는 거는 동생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뜻인가요?

 

: 그렇지.

 

: 갑자기 이렇게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가요?

 

: 동생이 물에 빠져 죽었으니까 사진 용액이 물이니까오래 담가 두지 않았을까?

 

분위기가 무거워 졌다. 인간을 아는 지름길, 연애로 점프.

 

: 결혼은 언제 하셨죠?

 

: 27.

 

: 결혼을 일찍 하셨네요?

 

: 그 당시에 27이면 일찍인가?

 

: 지금 생각하면 일찍인 거 같은데요.

 

: 그 당시에는 일찍은 아니었던 거 같아.

 

: 어떻게 하시게 된 거에요? 연애.

 

: 연애는 그냥 술 값 잘 내 주니까.

 

: (웃음)

 

: 그 당시에 나는 학생이었고, 집사람은 사진을 배우는 직장 여성이었어.

 

: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 내가 사진학원을 하는 선배 학원에 자주 놀러 갔는데 그 학원에 사진을 배우러 왔던 학생이 있어. 그런데 고향이 같은 강릉이야. 그것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 그래서 술을 자주 같이 드시다가 결혼하시게 된 거군요. 속도위반 같은 거는 없으시고요?

 

: 그런 거는 없어.

 

: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 결혼하는 그 날까지. 그래도 당시에는 순진했어.

 

: 안 믿기는데요. 고등학교 때부터 골초를 인연으로 사진을 시작한 사람이.

 

: 그런 거짓말은 안 해. 5년 연애했는데 연애하는 동안 섹스를 안 했어.

 

: 그래요?

 

: 진짜로.

 

: 그 말은 사모님하고만 안 했다는 건가요? 딴 사람이랑은 했다는 건가요?

 

: 딴 사람도 안 했지. 아 딴 사람하고 했는지는 모르겠구나

 


 

&: (웃음)

 

: 집사람하고는 안 한 거야.

 

: 그거는 순수하다고 하기는 힘든 거 같은데요.(웃음)

 

: 그건 모르겠어. 그런데 집사람하고는 못 한 거지. 거부를 하니까.

 

: 그럼 순수한 게 아닌데. 선생님이 자연적으로 안 한 게 아니라 거부해서 안 한 거잖아요.

 

: 나는 강제로 하지는 않어. 그렇게는 못 해.

 

: 사모님은 왜 거부를 하신 거죠?

 

: 너무 순수해서 그런 게 아닐까?

 

: 선생님이 너무 순수해서 지켜주신다고?

 

: 아니 아니, 자기가 너무 순수하니까.

 

: 선생님은 안 순수해서 딴 사람이랑 하고.(웃음)

 

: , 딴 사람이랑 분명 했을 거야. 특별한 기억이 없지만.

 

: 아까는 부정을 하시다가 지금은. 흐.

 

거짓말을 못하는 타입이다. 기억이 나면 바로 바로 말한다.

 

: 아니,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대학 졸업하고 친구들이 군대 가고 그러면 그런데 놀러 가고 그랬거든. 그런 생각이 나서 그런 거야. 그 때는 어디야, 인천에 학익동이라는 데가 창녀촌이었거든. 지금 인하대학 바로 앞이었는데. 그런 곳에서 밤새도록 술 먹고 그랬으니까.

 

: 그래서 매일 출근하신 거군요.

 

: 매일매일은 아니고.

 

: 안 넘어가시네

 

모두: (웃음)

 

: ~ 친구들 군대 가면 송별 선물이라 그러나, 남자들은 뭐라 그러고 가는 그런 거 있잖아.

 

: , 모르겠어요. 군대 갈 때 그런 게 있나요? 저는 생전 처음 듣는...

 


: 웃기지마! (이 자식이 어디서 시치미야 하는 표정)

  

: 음, 그렇군요. 예술가들은 성욕이나 이런 부분이 굉장하다고 들었습니다만. 그 정도 일 줄이야... 전 전혀 몰라서... 

 

: 웃기지마!(웃음)

 

가족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무의촌 의사 출신이라는 걸 알았다. 무척 반대가 심했단다.

 

: 아버지는 왜 사진을 반대하신 거죠? 굶어 죽는다고 반대를 하신 건가요?

 

: 아무래도 그 당시에는 사진을 한다는 게 어른들이 보기에는 가난뱅이에 사기꾼 아냐.

 

: 지금도 그런 인식이 있죠. 예술 한다 그러면 다 말리고.

 

: 지금은 돈 못 벌 까봐 그런 게 강하잖아. 가난하게 살까 봐.

 

: 그 때랑 지금이랑 좀 다른가요?

 

: 다르지. 그 때는 흔히 말해서 돈 벌고 못 벌고 시대의 관념이, 아예 돈이 있던 시대가 아니었으니까.

 

: 그럼 진짜 바람둥이 사기꾼 이런 이미지였나요?

 

: 그럼. 하얀구두 신고 여자나 꼬시러 다니고

 

: 일정 부분은 사실 아닌가요? (웃음)

 

: 아니, 나는 그러지 않았어. 내 경우는 그렇게 꼬시러 다닐 돈도 없었을 뿐 더러.

 

: 선생님은 돈 없어도 잘 꼬셨을 거 같은데.

 

: , 꼬시러 다니면 다녔겠지만 그런 부분에 흥미가 있지는 않았어.

 

: 사진도 찍겠다, 예술이나 작품 세계에 대해 막 썰을 풀면 여자들이 잘 넘어 올 거 같은데요. 술도 한 잔씩 하면서.

 

: 그런 습관이 나한테 없었으니까.

 

: 깨끗하시다 이거죠?

 

: 절대 깨끗하지는 않아.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살아 오지는 못 했어.

 

: 더러운 부분은 뭔가요. 어두운 부분을 알고 싶은데요.

 

: 어두운 뒷면, 다 어둡지 뭐. 사진 빼 놓고는. 사진 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어두운 뒷면 아닌가.

 


표정 쓸쓸. 처음으로.

 

: 누구한테 제일 미안하세요?

 

: 제일 미안한 거는 딸이지.

 

: 왜 사모님이 아니고 딸이에요? 사모님이 섭섭하실 거 같은데.

 

: 내가 유학을 가서 여기서 혼자 컸어.

 

: 혼자 가신 건가요?

 

: 집사람이랑 같이 갔지. 걔는 여기서 할머니 손에서 혼자 컸기 때문에, 떤 거기에서 오는, 내 스스로 그런 부분이 있지.

 

: 그럼 예술을 위해서 자식을 버린 건가요?

 

: 그런 건 아니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으니까.

 

: 딸이 언제까지 혼자 큰 거죠?

 

: 내가 유학을, 애가 태어나자마자 일주일 만에 유학을 갔거든. 그리고 나서 10년을 있었으니까.

 

: 좋은 아버지는 아니네요.

 

: 훌륭한 아버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 그건 내가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이니까.

 

: 지금 딸은 몇 살이죠?

 

: 28. 나하고 26살 차이야.

 

: 딸은 아버지를 어떻게 보죠? 얘기 많이 하셨을 거 같은데.

 

: 우리 딸이 하는 말이 있어. 사진가인 최광호로서는 훌륭하다고.

 

: 사진가인, ‘이 붙네요. 아버지최광호는 아니고.

 

: 아버지인 최광호는 별로 점수를 많이 안 줘. 그런데 이번 전시하고 나니까 조금 이해하는 거 같애. 이번 포토그램 전시하고 나니까. 굉장히 태도가 달라졌어.

 

<최광호作 / 생명의 순환(1,2) 사진 위를 걷다(3)등>


 

포토그램이란 카메라를 쓰지 않고 감광재료 위에 직접 물체를 두고 빛을 쬐어 빛과 그림자만으로 영상구성을 하는 표현기법, 또는 그러한 기법에 의한 사진을 말한다(두산 백과 참조).

 

최광호는 할머니가 한줌의 재가 되는 것을 보고 몸의 실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이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의 몸에다 현상제나 인화약을 바르고 큰 인화지에다 그대로 찍었단다.

 

그는 렌즈 없이도 사진을 찍는다.  

 

: 저는 아버지가 안 되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건 굉장히 기분 좋을 것 같은데요.

 

: 기분 좋은 일이야. 좀 전에도 만났는데.

 

: 딸 보면 항상 미안하고 그러시겠어요?

 

: 마음 속으로 항상 무겁지. 그런 부분은.

  

살아온 인생을 보면 떠난 것도 그렇고, 작업 스타일도 그렇고, 지금까지 행동도 그렇고, 그냥 생각이 들면 바로 해버리는 타입이네요.

 

: 내 주특기는 그거야. 다른 사람은 10개 생각하고 하나 행동 할지 모르지만 나는 하나 생각하고 하나 하고 싶으면 그대로 해.

 

: 동물인데요?

 

모두: (최광호와 본인 빼고 주위 폭소로 한동안 대화 불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 나도 동물이란 생각을 해. 자네가 가장 정확하게 나를 봤네.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득했지만 그의 작업 일정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인터뷰를 마무리 해야 했다.

  

 

 


최광호, 상쾌하다.

 

만나고 이야기하고 차 마시고 끝. 대화를 할 때 오롯이 대화만이 존재하는 남자. 내 앞에 최광호가 있을 때 내 속에도 최광호만 있게 하는 남자. 찌꺼기가 남지 않는 남자.

 

다만 냄새는 강하더라.

 

한 도(道)하는 사람만이 풍기는 냄새. 안으로 안으로 파고 들어가 내부에서 일어난 수만가지 질문을 싸그리 태워 버리려는 지독한 방화범들의 냄새. 최광호한테서 딱 그 냄새가 났다.

    

잡소리 그만하고 정리하자.

 

내 조촐한 그릇으로 어찌 이 괴물을 담아 내겠냐마는 직업상 최선을 다해보자면 최광호는 이렇더라.

 

첫째, 순수한 어린아이, 둘째, 지독한 방화범, 셋째, 동물. 이 세개가 철저한 자기 객관화 위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리고 자기 객관화를 타협의 도구가 아닌, 무소의 뿔처럼 사용한다는 점이 이 남자의 매력 뽀인트 되겠다.  

 

다 가진 남자 아닌가? 라고 반문하는 사람 있을 게다. 세상 이치, 동전의 양면이다. 이런 이의 최측근은 숙명적으로 괴롭다. 교과서적인 행복을 바란다면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돈 안주고 옷 버기는 남자들은 다 이유가 있는 게다.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강원도 평창에 사진전문학교를 세우는 거란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평생학교. 나는 공짜로 해 달랬더니 공짜가 될 때까지 기다리란다. ...쓰바.

 

그래, 그때 최광호 2편 쓰겠다.

 

허접스런 문자말고. 렌즈 하나로만 

 

오늘은 여기까지.

  

 

 

 

극강미남 기획취재부 팀장백

 

 

딴지일보 기획취재부는 유명 정치인이나 이슈를 쫓아 다니기 보다는 이 사회를 보다 명랑한 방향으로 바꾸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따라서 금세 눈에 띄지는 않지만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시스템과 법, 의식등을 바꿔나가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이들의 뜻을 높이 산다.

 

농부, 어부, 예술가, 정치인, 철학자, 외계 행성 출신등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사람, 추천해 주면 되겠다. 돗자리까지 깔아주면 더 좋고. 

  

 

메일 : tokyo119@naver.com / kimchangkyu1201@gmail.com

트위러 : kimchangkyu

 

 

 

 

기획취재부팀장 죽지않는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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