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파토형이 놀러왔다. 오겹살을 구워먹고 잠시 차를 마시며 얘기 했는데 어느덧 5시간이 지나있다. 형은 이야기를 하면 가장 빨리 시간이 가는 사람 중 한명이다. 오늘 주제는 세계여행, 종교, 핵전쟁, 인류기원, 의식한계, 내세 등이다. 특히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진화론의 역발상을 이용한 내세 논리였다.
 
나는 이상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인데 형은 나보다 훨씬 이상한 상상을, 훨씬 논리적으로, 훨씬 오랫동안 해와서 좋다.

예를 들어 내가 '지구 문명은 외계에서 건너 온 거고 이 세상이 매트릭스로 이루어진 나의 논리구조는 이렇다' 정도로 이야기하면 형은 그 매트릭스를 한번 더 꼬아서 이중구조 형식으로 생각해 둔데다 만약 그게 아닐 경우에 이런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라는 정도까지 말한다. 일전에 세계직접민주주의 이야기를 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여튼 오늘부터 형의 '역발상 진화응용 압축시간 내세 순간 환상론(내가 대충 이름 붙였다.)'에 대적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형이 내세를 순간의 시간 속에서 영원을 만들어 내는 이론으로 설명한다면, 나는, 내세가 평행 우주 속에 동시에 존재하며 영혼의 쪼개짐, 또는 우연한 뇌파의 파장일치가 우주 균형의 에러를 불러와서 흔히 경험하는 죽음의 순간에서 발생하는 사후체험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정도의 무언가 재미난 것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아직 이 정도로는 형의 이론보다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들어 지든 말든 그 누구에게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이런 상상력 논리 게임 같은 건 나같은 사람들에겐 엄청난 놀이감이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결혼식 사회다.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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