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의 한복 출입금지에 어떤 깊은 사연이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기사만으로 사건을 판단한다면 한국 간판 호텔만이 아닌, 한국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인 듯하다.

재밌는 것은 소위 한국의 vip라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고급 양복이나 명품으로 치장한 자신들보다 뭔가 우스꽝스럽고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물론 겉으로 표시는 내진 않지만)

한복을 일상생활에서 입지 않기 때문에 튀어 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습성상, 조심스러운 면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제 땅에서 피어난 문화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깊이 알고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 가지는 시선이 그 정도까지 천박해서는 곤란하다. 나의 경우엔, 한복의 멋을 알고 생활에서 즐기는 사람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외국인이 보기엔 이 땅의 자긍심이 걸어 다니는 것이고 그것만으로 훌륭한 관광문화다. 

곧 일본을 연구하거나 일본의 유학파들,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일본에서 조금만 여행을 했거나 살아 본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들릴 것이다. 제 나라의 전통인 기모노를 어떤 옷보다 고급으로 받들고 vip들이 오가는 곳에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기모노를 입은 이들을 보며 말이다. 이러한 점은 배워야 한다.   

제 문화의 소중함을 모른 채,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의 이러한 의식 상태는, 알맹이 없는 화려한 껍데기를 쥔 한국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해프닝이 그 부서의 책임자 또는 그 윗선의 어떤 '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국을 이끌고 있는 엘리트들의 수준에 대한 천박함 때문에 한심스러운 것이고 또는 그 말단 직원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그러한 것이라면 그 천박한 생각을 체내화 시킨 우리네 의식 탓에 슬프다.


추신 : 데이비드 킬번씨가 생각난다. 킬번씨는 1년 전, 취재로 인해 처음 만난 영국사람으로 지금껏 연을 이어오고 있다. 제 나라의 전통문화인 한옥을, 이렇게 훌륭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땅투기로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불편하다는 이유로 부수고 개조하는 한국인들이 이상하다라고 했던 그 말은, 지금도 큰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다.

문화에 담겨있는 깊이와 아름다움을 알지 못한 채, 편리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길을 걷다 보면 반드시 후회한다. 제 나라의 문화를 되려 외국인이 더 크게 걱정하는 이 현실을, 적어도 내 대에서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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