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지일보 창간 14주년 기념, 본격 서스펜스 액션 대하 역사극 내맘대로 비망록 ~ 딴지일보와 나! 두둥~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친 다음에 읽으시면 글의 맛이 더욱 살아납니다. 공공장소에서는 혼자 있을 때보다 더 큰소리로 말해주셔야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3.

 

딴지일보는 공채와 특채의 양대 라인이 존재한다. 공채의 중심에는 이미 신입 때 고우영 삼국지 복원과 남로당을 만들어낸 귀재 너부리 편집장이, 특채의 중심에는 天下의 지식도 모자라 宇宙의 지식까지 빨아 들였다는 레전드 파토 논설위원이 있다. 내부에서는 천재들이 주축이 된 총수파, 귀재들이 실권을 쥔 너부리파, 레전드의 모임이라는 파토파라 일컬어지며 이 세명이 지난 십수년간, 딴지天下를 나누는 솥밭의 형세를 취하고 있다. 딴지일보 내에서 출세하려면 적어도 셋 중 하나의 줄을 타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딴부(김어준), 딴자(김용석), 딴령(원종우)이라고도 부른다. 

총수파의 라인을 탔을 때는 직속이라는 정통성을 갖추며 성골이라고 불린다. 너부리파의 라인을 탔을 때는 실권을 장악하며 진골이라 불린다. 파토파의 라인을 탔을 때는 기타를 닦으며 '이야 기타 잘 닦네'라고 불린다. 

1층에는 오랜기간 실무진이라 불리는 大口라는 인물이 있다. 마빡 디자인을 제어하는 인물이다. 처음으로 사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있어선 그냥 술마시는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 남자의 거대한 그릇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1년쯤 생활하다 보면 마약을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주사기나 하얀 가루를 본 적은 없지만 행동과 말투로 보아 체내마약 생성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력도만를 기준으로 삼국지와 비교하자면 大口는 엄백호와 같은 인물이다. 흔히 수컷에게서 보이는 권력욕을 모두 酒욕으로 채운 남자다. (부작용 : 배꼽 아래가 인격으로 가득찬다. 배꼽 아래가 태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내가 처음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 '이 남자의 줄을 타서 딴지天下를 평정하는 것이야말로 초유의 변태PLAY가 아닌가'라는 느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혹자는 '이 남자의 인생은 오직 간을 녹이는 긴 여정', '우루사 종결자' 등으로 부른다.     

내가 이렇게 딴지일보 내부를 철저히 분석한 이유는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풀려진 게 사실이지만 언론의 보도만을 인용하면 한때 야후가 딴지에 제시한 인수금액은 800억이다. 나는 이 가치를 거품이 아닌, 실체로 만들어서 3년 안에 800억 이상의 소득을 올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실상 쿠데타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나쁘지만, 단어 자체에는 이념이 들어 있어 신뢰할 수 없으므로, 풀어서 말하자면 800억의 가치를 만들어내, 즉, 파이를 늘려 그 중의 반은 내가 먹고 그 중의 반은 딴지에 재투자 한다는 계획이었다. 참고로 나는 지난 10년간, 네이버 지식in으로 경영학을 마스터한 남자다.

구체적인 계획은 이랬다. 딴지일보의 분점 개념으로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본래의 딴지일보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다. 지금 딴지의 주식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 이 주식만이 전세를 뒤엎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마스터 키라고 생각했다. 딴지일보 매니아 층과 딴지스의 주인의식을 고려한 전략이다. 게다가 총수의 경영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51%만을 남긴 채 모든 주식을 딴지스에게 팔고 수뇌부의 밀린 월급과 필진의 원고료도 일부 주식으로 메꾸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다른 곳에서라면 먹히지 않는다. 영리법인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딴지라면 먹힌다. 그 이유는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이미 초딩 때 중딩 형들을 위해 '돈놀이해서 일진 파산 시키기'를 실행시킨 나의 머리 속에는 800억까지로 가는 모든 루트가 완전하게 그려져 있었다. 더욱이 휴지는 들고 있어봤자 계속 휴지일 뿐, 불안하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 무언가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 이 거대한 계획의 밑그림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는 새롭게 만든 법인의 주식을 잘 운용하여 母회사인 딴지일보와 합병, 제 2의 전성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 이 단계까지 가면 총수형이 나에게 얼마나 맛있는 참치를 사주는지에 따라서 바지 사장을 시키든지 아니면 직위를 폐하든지 결정하려 했다. 중학교 때 이미 '일진 주머니 털어서 대학교 등록금 만들기'라는 비전을 보여주며, '빵셔틀의 구원자, 빵셔틀의 대부'라고 불린 나의 머리로는 이 정도는 원칙 없는 정치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수뇌부로 들어가자 마자, 나의 설계에 몇개의 돌발변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 '팬->필진->직원->수뇌부->임원->독립법인->유상증자->합병->쿠데타'라는 큰 그림을 짰고 이 그림을 중간단계까지 차근차근 실행시켜 신뢰감을 주는데 까지는 성공했으나 총수형이 나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는 앉아서 수백억을 날리게 된다. 허나 그 실수로 쿠데타를 늦추고 자신의 자리를 좀 더 보존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우습게도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과자 한봉지였다. (입으로 두둥)



추신 : 다음편의 주제는 '총수 김어준'이다. 만약 다음 글이 나오지 않는다면 죽지 않는 돌고래라는 이름을 머리 속에서 지워 버리고 다시는 나를 찾지 말길 바란다. 비장한 각오를 엎고 진실을 위해 죽음의 오솔길로 가는 여정에, 나는 나 이외에 그 누구도 통과시키지 않을 거라 레인보우와 미스A에 맹세했다.

나를 따라 오려는 자는, 내가 칠 것이다. 그대는, 그대의 목숨을 가지고 그대의 인생을 살기 바란다. 진실과 죽음이 마치 삼겹살의 살과 지방같이 붙어 있는 존재라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 삼겹살을 먹을 것이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며 내가 가는 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