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발휘할 수록 소름이 돋는 두 기사를 연달아 보았다.


1.



하나는 한겨레 박현정 기자의 <느닷없이 펑!…강화유리 ‘안전강화엔 뒷짐’  - 위 사진의 출처도 동일>이라는 기사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거형 오피스텔에서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샤워 칸막이가 저절로 깨진 사건인데 의외로 이런 사건이 많나보다.(검색하면 사진이 꽤 나온다.) 예전에는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냄비같은 것이 깨져 다친 사건도 있었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록 무서운 점은 일단 사고가 터지면 굉장히 끔찍하다는 점이다. 만약, 엉성하게 만들어진 강화유리 샤워 칸막이가 있는 집에 산다고 가정해 보자. 샤워실에 있는 시간보다 있지 않는 시간이 많기에 확률로 따지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확률이 낮지만 샤워실을 가는 횟수로 생각해 본다면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확률이다.

샤워할 때는 옷을 벗고 할 텐데 바로 옆에 있는 강화유리가 터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유리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열간유지시험(위의 한겨레 기사 참고)'이란 걸 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지만 비용상의 문제로 많은 업체나 건설사들이 반대한다고 한다. 이는 정치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 듯하다. 몇명인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입법하네, 마네 하면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 우리가 먹고 사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을 미리 생각해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라고 뽑아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세금을 월급으로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2.



두번째는 탈레반의 핵폭탄 보복(탈레반 "복수하겠다"…보복 테러 비상)이 담긴 위키리크스의 문서 내용이다. 일전에 지인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 한국의 안전불감증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기이할 정도가 아닌 듯싶다. 이는 한국사회가 그만큼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부터 꽤 안전하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밤 12시가 넘어서 여자든 남자든 혼자 술이 취해 돌아다녀도 안전한 나라는 많지 않다. 당장 미국만 가도 그랬다가는 목숨을 걸어야 할 지역이 많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계적 평균으로 치면 꽤 기이한 안전의 토대위에 있고 세계사적으로 볼 때도 지구가 이 정도의 평화(?)상태를 유지하는 건 이상하다. 주기로 봤을 때 곧 큰 전쟁이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핵폭탄이다. 이 어마어마한 무기가 과연 언제까지 인간의 이성으로 제한될 수 있을까. 물론 어떤 나라도 먼저 핵폭탄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어왔고(길게 보면 필연일 수도 있겠지만)굉장히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이 꼭 나온다. 게다가 그 이상한 녀석이 핵폭탄의 발사 명령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증거는, 또한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걸 사용하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다. 핵폭탄을 터뜨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냥 한명이 잘 숨겨서 베낭에 매고 지정된 장소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터뜨리려고 생각만 한다면. 그런 사람들도 의외로 많지 않은가. 핵폭탄이 하나 터지면 세계는 순식간에 뒤엉켜 엉망이 된다. 물리적인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핵공격을 받은 나라에 핵이 있다면, 또는 그 우방국에 핵이 있다면, 과연 핵보복을 하지 않고 넘어갈까. 인류가 이성을 잃고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한 한 녀석의 이상한 결정으로 지금까지 이루어 온 문명이 순식간에 박살이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래서 정치가 어렵다. 원리와 원칙을 존중하고 적에겐 얕보여선 안되지만 필요이상으로 잔혹해서도 안되고 현실에 바탕을 둔 변수를 생각하고 협상과 열린 생각의 놓쳐서도 안된다. 아무쪼록 상상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오바마가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현장을 백안관 안방에서 생중계로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상상해보면 소름이 돋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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