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에서 5일까지 코엑스 1층 홀에서 티월드 위원회가 주최하고 티월드 페스티발이 주관한 제9회 국제차문화대전이 열렸다. (참고로 주최와 주관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 주최는 책임을, 주관은 실무를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茶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행사다. 가보면 확실히 거짓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기회는 정말이지 드물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은 만세다. 
 



왼쪽 아래가 초의차를 파는 곳인데 여기서 '초의'는 당연히 초의선사의 초의다. 아주 적당한 가격에 샘플 형식으로 떡차와 티백을 한 봉지에 넣어 팔고 있었다. 그것 하나랑 초의진향차 한봉지를 사왔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초의선사는 도성, 아니,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조선후기의 대선사로 맞짱계의 최영의요, MS계의 빌게이츠라고 보시면 되겠다.

담당자분의 말을 들어보니 초의차를 만드는 '초의전통차문화발전사업단'은 사회적 기업이고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쓴단다. 초의차 많이 마셔줘야 겠다.




왼쪽 아래가 이번 티 페스티벌에서 가장 내 입맞에 가까운 녹차 중 하나였다. 워낙 차부스를 많이 돌아다녀서 정확한 명칭은 이미 까먹었지만 지리산에서 스님들이 만드는 차인 듯하다.  

 





왼쪽 아래와 오른쪽 위 사진이 '화천나무작업실'에서 만든 나무쟁반이다. 실제로 보면 반듯하고 딱 부러지는 느낌의 판에 나뭇가지가 앙증맞게 달려 있어 소유욕을 불태운다. 




이런 부러운 보이차 덕후 아저씨 같으니라고!

내가 처음 차 맛을 알게 된 건 어릴 때 집에서 먹던 보이차 때문이었다. '와! 맛있다!'라고 생각한 첫번째 차가 보이차다.  

 

 

집에 있는 향이 진한 것 같아서 부드러운 향도 몇개 구입했다. 나무곽 쪽에 있는 것은 고급으로 갈 수록 가격이 상당했다.(10만원을 초과하기도) 내가 산 것은 물론 종이곽 쪽이다. 

왼쪽 위 아이스크림은 보이차, 녹차 반반의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시중에서 팔면 3일에 한번씩은 먹을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소프트, 게다가, 녹차 + 보이차라니.




사진을 잘 못 찍은 탓에 아름다움을 제대로 못 전하겠는데 이 행사의 수 많은 전시 중, 개인적인 취향에 가장 가까운 도자기들이 있는 곳이었다. 투박하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하고 멋스럽기도 하고 은은하기도 하고 여튼,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편안하고 좋았다. 다른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흥분해서 그런지 사진이 많이 흔들려서 공개를 못하겠다. 딱 봐도 보통 물건들이 아닌 듯해서 가격을 못 물어봤는데 지나고 나니 후회된다.
 
한일 양국의 도자기가 같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송기진'이라는 훌륭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의외로 죽순으로 만든 차도 맛있었다. 요즘은 여기 저기 다 茶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Camellia Sinensis' 계통 이외, 그러니까 전통적 의미의 茶이외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 편인데 여긴 구매욕구를 잠시 불러 일으켰다. 

 

 

 

가짜 보이차들.

보이차 좋아하셨던 분들, 이렇게 생긴 거 많이 보고 많이 드셔 보셨을 거다.(?) 혼자서 공부하면서 보이차를 찾아 드시던 분은 처음에 많이 속는다. 선물로도 많이 받는데 받아도 어떻게 할지 참 난감하다. 나 또한 처음에는 이런 형식으로 생긴 거면 다 보이차라고 생각했고(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생차, 숙차가 뭔지도 몰랐다. 물론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선물로 들어와도 대충 위험한 것만 골라내는 낮은 수준이지만 보이차는 누가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마시는 건 피해야 한다.

내가 '생차'를 좋아하는 이유 중엔 속을 일이 잘 없다는 것도 있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비싸고 좋은 것만 찾아다니다가 오히려 몸을 망칠 수 있다.   



그림에 떡인 야생차들. 열심히 보기만 했다.

꽤 오래 전 부터 중국차들 가격이 너무 상승해서 茶로 먹고 사는 분들을 만나면 어딜가나 울상이다. 얼마 전에 만난 분은 옛날에 몇 만원 하던게 지금은 백만원을 넘게 줘도 잘 못 산다고 한다. 



중국황제들이 마셨다는 대망의 금과공차(金瓜貢茶). 오래두면 색깔이 황금색처럼 변하고 조정에 바치는 차라 하여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내가 아는 범위에서) 위의 금과공차는 실제로 보면 매우 큰 호박만하다.

저런 거 하나 집에 사놓고 조금씩 맛이 깊어 지는 걸 느끼며 살면 삶의 낙 중 하나일텐데. 하지만 460만원이니 지금은 패스.

이상, 우롱차 마시면서 대충 쓰는 티월드페스티벌 후기 끝.




추신 : 6월 23일부터 광주에서 국제차문화전시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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