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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

1.서늘해진 사무실.가끔은저 볕을 내 쪽으로 살며시 끌어다 놓고 싶다.볕이 조금만 일찍내 책상에 닿았으면. 의자를 밀고 책상을 들어창가로 옮길까.자리를 바꾸자고 할까.욕심에 내 볕마저 뺏길라.묵묵히 타자를 친다.2.저 볕이 제 하늘을 다 지나고도여기까지 온다면 서늘함도 그림자도 없어지겠지.묵묵히 타자를 친다.자판 위로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등이 따뜻하다.

영토와 우물

1. 광장의 불빛이 꺼지면 갈채는 먼지처럼 흩어지고 만 명이 외치던 이름 석 자는 새벽 세 시의 방 안을 채우지 못한다 제 쓸모를 증명하려 평생 성벽을 쌓았으나 마침내 오른 탑의 꼭대기엔 추방을 두려워하는 늙은 파수꾼 하나 2. 타인의 목마름을 채우려 제 우물의 물마저 다 퍼 올리고 모두가 떠난 우물가에 앉아 제 목소리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3. 갈채를 마셔도 우물을 비워도 바닷물을 들이킨 입술은 하얗게 마를 뿐 4. 벗을 수 없는 가면은 살점이 되고 손에 쥔 것들은 모래가 된다 평생 지켜온 이름 하나 어둠 속에서 희미해진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는데 지킬 사람이 없다. - 2026. 9. 8. 초고 / 10. 18. 탈고

■   생각 2026.10.18

이마까라 니홍고 2026년 10월호 발행(VOL.25) : 쾌속보다 각역정차

1.가을이 느껴지는 지금, 장어(鰻, うなぎ, 우나기) 이야기를 꺼낸 건 우연이 아닙니다. 무더위에 떠밀려 먹는 여름의 관성적 보양식이 아니라, 기름이 오르기 시작하는 제철(旬, しゅん, 슌) 장어의 계절은 지금부터니까요. '마사오' 따위는 감히 먹을 수 없는 가격의 천연 장어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게 뭔 상관.2.일본의 노선도는 끝 모를 복잡성을 자랑합니다. JR과 도쿄메트로의 관할이 맞물린 아야세(綾瀬, あやせ)역의 경계선처럼, 삶의 노선도 매 순간 갈아타기(乗り換え, のりかえ, 노리카에)와 이어 타기(乗り継ぎ, のりつぎ, 노리츠기 - 목적지까지 버스, 지하철, 비행기 환승 등으로 이어 타는 것)의 연속이지요. 길이 헷갈릴 땐 쾌속(快速, かいそく, 카이소쿠)의 속도전에 취하기보다, 모든 역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