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 길, 멀다. 

본 코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육아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말이다. 

지난 글(모자동실이란 무엇인가 1 : 지옥의 육아속성코스)의 약속대로(약속하면 지키는 남자, 그게 바로 저입니다만, 에헴, ...... , 나대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모자동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빠르게 정리한다.   

7박 8일간 아내, 아이와 함께 모자동실에서 먹고 잔 경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 강점

1)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24시간 함께 있는다. 꼬물꼬물 무척 작아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아이와 함께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이 시기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보고 싶을 때, 안고 싶을 때, 언제든 그럴 수 있다(아, 물론 안 보고 싶을 때, 안 안고 싶을 때도 그래야 한...).

뭐 이렇게 작아!!

2) 1만 8천 개쯤 있는 아이의 우는 이유를 다 알기란 어떤 인간도 불가능하다(저도 가끔 제가 우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졸려서인지, 잠이 오는 건지, 소화가 안돼서 인지, 기본적인 대처능력을 재빨리 습득할 수 있다.  

3) 남편은 속싸개 스킬,  트림시키기, 잠재우기, 등을 자연스레 익힌다. 이 속성 코스가 끝나면 웬만큼 신생아에 관련된 스킬은 씹어 먹는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힘이 더 세기에 아내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며, 특히 속싸개는 퇴실할 때쯤 칼각을 잡는다. 퇴실 후, 적절하고 다양하고 폭넓게 남편을 사용할 수 있다.

4) 과학적인 관점에서 부성애에 관련된 남편의 호르몬을 아빠 모드로 강제 전환시킬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남자는 아이와의 많은 접촉을 통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난다.

5)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를 충분히 보고 갈 수 있다. 병원 분만이나 산후조리원의 경우, 대부분 정해진 시간 혹은 잠깐만 유리창 밖에서 보고 갈 수 있다.

6) 24시간 상주하는 3교대 간호사가 있다. 24시간 언제라도 아기가 울면 일단, 모자동실로 온다. 물론 콜버튼을 눌러도, 온다. 심리적 안정감이 크고 지속적으로 신생아에 관련된 스킬을 가르쳐 준다.

    

3. 약점

1) 진짜, 하아, 졸라, 하아, 진짜, 힘들다. 

… … 

2) 진짜, 하아, 정말, 후아, 1번을 다시 읽는다. 

… …  

죄송합니다. 2박 3일 정도까진 어떻게 하겠는데 7박 8일은 좀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좀 더 풀어쓰자면,

3) 수유 과정이 무척 힘들다. 산후 조리원에 있으면 잘 수 있는 시간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지만 모자동실은 그런 거 없다. 왜? 애는 내 옆에 있으니까. 물론 아이가 울면 간호사가 와서 바른 자세, 편한 자세로 모유수유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유수유의 적절한 방법을 빨리 터득하는 건 강점이나 안 그래도 회음부가 아파 죽겠는데(자연주의 출산을 해도 회음부는 찢어지기에 출산 후에 이 부분을 꿰맵니다. 아내의 경험에 따르면 출산은 한 번 더 해도 이게 너무 아파 두 번 하기 싫을 정도) 2, 30분씩 앉아 젖을 먹인다는 건 큰 고통이다.

4) 해서 엄마의 수면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대략 3시간 이상은 연속으로 잘 수 없다 생각하면 된다(아빠와 간호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5) 이런 순간에 옆에서 남편이 자고 있으면 때리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헌데 코까지 골면 더 때리고 싶다(라는 것은 아내의 경험에 근거해 적었습니다).

 

생후 4일 된 하루. 이렇게 엄마가 자는 동안 아빠가 재빨리 재울 수도 있다! 에헴.

 

6) 만약 추위를 잘 타는 엄마라면(제 아내의 경우입니다) 안 그래도 막 출산한 임산부라 방을 따뜻하게 했는데 아이는 태열이 올라갈 수 있다. 해서 온도를 내리면 아내는 꽁꽁 싸매고 아이는 벗겨 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초봄 출산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4.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상적인 남자가 이상적인 아빠가 될 확률은 있을까. 나로선 알 수 없다. 

마초인 남자와 결혼한 사람이 있고 이 남자와 함께 출산이란 경험을 하게 된다 가정할 때, 모자동실을 적절히 이용한다면(무척 힘들겠습니다만) 야성과 자상함이 적절히 융합된 이상적인 아빠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은 확실히, 느껴진다.

물론 '나만 고생할 수 없지. 너도 한 번 고생해봐라'라는 의미로, 전우애를 다지기 위해서도 모자동실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추신 :

'주조된 자유'가 엄청 많으면(그러니까 돈이 엄청 많으면) 모자동실도 막 길게 가고 산후조리원도 막 길게 가고 산후관리사도 막 길게 고용하는 선택도 있긴 하겠지요. 헌데 세상에 그렇게 돈이 넉넉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만약 있다면 없는 척하시길. 부럽잖아...)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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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산과정엔 여러 선택지가 있다. 

1) 병원분만->산후조리원->산후관리사, 코스도 있고 

2) 조산원->산후조리원->부모님 찬스, 코스도 있으며 

3) 가정분만->산후관리사, 코스도 있을 수 있고  

4) 늑대->양치기 파우스툴루스

같은 코스도 있다. 

… …

4번은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와 그의 쌍둥이 동생 레무스의 사례다. 망한 나라의 건국 신화까지 다루는 건 곤란하니 자세한 건 로마 신화를 참고하시길(여행 가이드에게 들어 기억하는 건 이게 다이기 때문이지요).

아내와 나는 ‘조산원(수중분만:새벽의 육아잡담록 6편을 참고해주세요)->7박 8일 모자동실-> 산후관리사’, 라는 그림을 그렸다.

 

2.

국가부도엔 IMF라는 속성코스가 있고 군대엔 유격훈련이라는 속성코스가 있다. 10대에 IMF, 20대에 유격훈련을 지나왔으나 그 의미와 의미 뒤에 숨은 그림을, 아직도 완전히 이해할 순 없다. 다만 세 가지는 몸으로 알고 있다. 

첫째, 살면서 처음 겪는다는 것. 

둘째, 고통스럽다는 것. 

셋째, 두 번째에 있는 걸 아무리 말해도 겪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알아처먹, 아, 죄송, 알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30대에 알아버리고 말았다.  

육아계엔 모자동실이라는 속성코스가 있다는 사실을. 

 

3. 아내는 왜 모자동실을 택했는가 

모자동실이란 출산 후, 엄마와 아이가 한 방에서 지내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아내와 나, 하루가 7박 8일을 함께 지낸다는 게 아내의 생각이다. 

나로선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 라는 경우 외엔(정말 먹고 싶은 디저트 선택 등) 대충 납득할 정도만 되면 따르는 편이지만 수중분만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으음, 할 수밖에 없었다. 

출산, 하면 산후조리원 아니던가. 신생아실에서 잘 케어해줄 텐데 굳이 왜 고생을 사서 하려는지(게다가 우린 부모로서도 젊은 나이가 아닌데! - 의학적으론 노산이래요, 젠장) 나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 국가의 케어를 크게 체감할 수 없고(최근엔 제도개선이 조금 이루어지는 흐름이라 다행입니다. 휴우) 대가족의 강점 중 하나인 온 가족 육아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다(게다가 저희는 양가 부모님 모두 다른 도시에 계시지요). 

지구 상에서 꽤 잘 나간다는 나라 축에 드는 건 분명하지만 ‘니 복지는 니가 벌어 니가 해라’, 라는 ‘자가 복지’의 묘한 특수성이 제법 강한 국가인 것 또한 사실이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고 공공기관이 못하면 민간이 그 일을 하듯, 그나마 한국적 특수성을 감안해 산후조리원이라는 시스템이 있는 게 천만다행인데(안타깝게도 돈을 내야 합니다만) 이걸 이용하지 않는다? 한 줄기 빛마저 거부할 셈인가, 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내의 생각은, 

‘아이와 산모만 건강하다면 태어나서 부모랑 같이 있는 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줄 수 있어. 보통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순간이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서 아이와 단 둘이 있는 순간이라잖아. 아직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없고 당신은 회사 가고, 주위에 사람도 없는데 잠도 못 자면 엄청 힘들 거 아냐. 

모자동실은 처음엔 좀 힘들지만 나중엔 큰 도움이 될 거야. 물론 모자동실에 있다가 몸이 안 좋거나 힘들면 산후조리원에 가야지. 헌데 나는 그 돈을 아껴서 나중에 산후관리사님을 길게 고용하는 게 더 현명할 것 같아.’ 

이 말은 후에 사실로 증명되지만, 정밀히 말하면 어떤 한 부분은 ‘축소된 사실’이다. 

‘처음엔 좀 힘들지만’ 이 아니라 ‘처음엔 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라 힘들다’ 정도로 적어야 그나마 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4.

아내와 나는 하루가 태어난 방에서, 태어난 그 순간부터 7박 8일을 함께 지냈다. 육아 관련 전문서적에 따르면 신생아는 보편적으로 18-22시간을 잔다. 전문서적이란 건 자세히 읽지 않으면 큰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데 특히 육아 관련 서적이 그러하다. 

예를 보자. 

어떤 마을의 지하에 육중한 무쇠 알람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마을 전체의 생명력을 유지시켜주는 힘의 근원이지만 알람이 일정 시간 이상 울면 지진과 해일 혹은 타노스(그런 외계인이 있습니다. 특징: 못생김)의 공격을 가져와 마을에 큰 재앙을 가져오는 마법이 걸려있다. 당신은 마을의 시계 관리인으로 임명되어 3평 남짓 되는 방에 시계와 함께 있다. 

이 마법의 시계는 에너지 소비효율등급이 118등급쯤 되는데(아시다시피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에너지가 절약됩니다. 참고로 우리집 냉장고는 1등급. 에헴), 등급이 낮아도 너무 낮아서 1~2시간에 한 번은 전력을 다해 태엽을 감아줘야 알람이 울지 않고, 놀랍게도 똥을 자주 싼다! 언제 쌀진 모르지만 똥을 안 치워줘도 운다!(마법의 시계니까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계가 똥을 싸다니, 하고 시비는 걸지 말아 주세요. 멀쩡한 볼펜도 똥 싸는데 뭐)

1~2시간에 한 번, 태엽을 감아주는 것과 똥을 치워주는 건 그렇다 쳐도 문제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이 랜덤으로 울기도 한다는 점이 이 시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당신은 관리인인 관계로 마을을 망하지 않게 하려면 시계를 계속 관찰하며 알람이 울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다. 

세상의 마을마다 마법의 시계가 하나씩 있기에 기본적인 교육은 받았지만 똑같은 시계가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라면 또 문제지만 말이다. 

당신은 문득, 당신을 관리인으로 임명한 마을 촌장의 대사를 떠올린다. 

'별 거 없어. 24시간 중에 18~22시간은 안 우니까 나머지 시간에 너 할 거 해'

며칠 일해보고 당신은 다음과 같이 그 말을 해석한다. 

'촌장 개새..' 

아, 아니, 

'24시간 중에 2~6시간은 반드시 울어. 몰아서 우는 건 아니고 30분 있다가 1분 울 수도 있고 1시간 있다가 3분 울 수도 있고 뭐 그런 1분이나 3분을 긁어모으면 한 2~6시간쯤 울 거야.' 

알다시피 이 마법의 육중한 무쇠 알람시계는 당신의 아이다. 

 

5.

인간은 잠을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며 신체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인간의 뇌와 내장기관은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보장하지 못하면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생아와 함께하는 최초의 육아는 마치 질 나쁜 헤로인을 계속하는 것처럼 뇌와 몸이 서서히  파손되는 느낌이다(마약떡볶이와 마약김밥 같은 합법적 방법 외에 불법적으로 마약을 구입한 경험은 없으니 오해는 말아주시길).

재미있는 건, 객관적으로 신체와 정신이 몇 배 힘든 건 엄마인데(뭐, 당연한 일이지요) 주관적으로는 아빠가 더 힘들다. 엄마는 회음부를 꿰맨 상태라 고통이 지속되고 몸 안의 오로(분만 후에 나타나는 질 분비물)가 지속적으로 나오기에 산모패드(성인용 기저귀를 상상해주시길)를 차고 있다. 찜찜한 데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모유수유 혹은 유축을 해야 하므로 안 그래도 모자란 수면시간이 더욱 짧아진다.

예를 보자. 

신생아인 아기는 위장이 호두만 하므로 1시간, 길어봤자 2시간만 되면 배고파 운다. 엄마가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40분. 당연 이 시간에 남편은 잘 수 있지만 엄마는 잘 수 없으므로 아이가 1시간 자면 20~40분씩, 운이 좋으면 1시간 정도만 쪽잠을 잘 수 있다. 물론 인간이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으므로 유축해 놓은 모유를 놔뒀다가 아빠나 간호사가 먹이기도 하지만 근간이 되는 고생은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응? 수유를 안 하면 안 되냐고? 아쉽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하기 싫다고 건너뛸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닌 게 2, 3시간마다 젖이 차 가슴이 엄청 아프므로 젖이 많든 적든 숙명 같은 일인 게다.  

호모 사피엔스가 묘하게 진화한 것이 이렇게 극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엄마에겐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뿜 뿜 분비되므로 이 기운으로 버틸 수 있지만(뇌내에서 마약을 주는 거라 상상하시길) 안타깝게도 아빠는 그런 게 엄마처럼 막 나오진 않는다.

뇌내 마약이 뿜 뿜 나오는 사람과 안 나오는 사람의 차이. 

이것이 모자동실에서 객관적으론 엄마가 몇 배나 힘들지만 주관적으론 아빠가 더 힘들 수 있는 이유다. 

 

6.

물론 아내의 임신 단계, 무엇보다 자신의 아기가 생기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적어지고 남자를 아빠로 만드는 호르몬의 양도 늘어나지만 남자의 경우, 적어도 육아에 한해선 본능보다는 행동 혹은 학습에 의한 변화가 더 크다(지가 안 낳으니까!). 호르몬 단계에서 남자를 아빠 모드로 강제 전환시키려면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내가 이런 호르몬 계통까지 공부하고 나를 포획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부성애 따위라곤 1밀리그램도 없어 보이는 남자와 결혼했다면 모자동실에서 같이 지내는 편이, 과학적으로도 좋은 방법이긴 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못된 남자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자상하게 변하는 건 실제로 신체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유가 부족해 분유를 보충하는 아내의 뒷모습. 조산원 모자동실이란 이런 느낌입니다.

추신: 모자동실의 강점과 약점의 정리는 다음편에서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더 길면 안 읽을 거잖아요(물론 저도 그런 스타일이긴 합니다).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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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흔히 인간 사회에서 왕을 정하는 법은 두 가지다. 돈이 많거나, 고생이 많거나.

친구 사이에선 돈이 많으면 왕이 된다. 친구가 스시를 산다, 그러면 누구나 구두를 10번쯤 핥은 경험이 있을 게다. 다만 이러한 룰은 조직마다 다르다. 나의 가정에선 ‘더 고생하는 자’가 왕이 된다. 

의제(agenda) 결정권을 가진다는 말이다. 

 

2. 그래도 걱정은 된다

화장실 청소 방법에선, 내가 의제 결정권을 행사하지만 출산과 임신이라는 카테고리에선 아무래도 아내가 이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지만, 임신이나 출산만큼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노오오오오력이 부족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해서 아내가 공부 끝에  ‘조산원에서 수중분만으로 간다’라고 해 의제가 결정되자마자 대략 결론까지 나버렸다(왕이 된 자의 무서움은 의제 결정권을 가지는 동시에 결론권도 가진다는 것이지요). 

처음 아내의 의견을 들었을 때는 내심 으음, 했다. 필진들에게 의견을 듣곤 하는데 자연주의 출산을 한 필진 보다 산부인과 의사 필진이랑 더 친했기 때문이다.

나로선 더 친한 사람 말이 잘 들리는 호모 사피엔스 종이므로(스시를 사주면 조금 달라지긴 합니다만) 자연주의 출산을 한 필진의 ‘매우 훌륭한 경험이고 요즘은 병원이랑 다 연계되어 있어 걱정 없다’는 말보다 산부인과 의사 필진의 ‘감염이나 혹시 모를 위험을 생각하면 병원이 낫다(더하여 요즘 출산율 떨어져서 병실도 비는데 너까지 그러기냐, 라는 말도 하긴 함)’라는 말에 끌렸지만 뭐, 이미 결정 난 일인 걸.    

 

3. 아내는 왜 자연주의 출산을 택했는가

결정 난 일이라도 이유는 듣고 싶어 지는 법. 회사에서도 이유를 가르쳐주는 CEO와 안 가르쳐주는 CEO에 대한 신뢰도는 천지차이 아니던가(물론 서로 의견을 교환해 정하는 게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정도로 훌륭한 CEO는 역사책으로만 봤습니다).

아내가 읽고 있는 책을 훔쳐본 결과, “폭력 없는 탄생(프레드릭 르봐이예 저, 예영 커뮤니케이션)”과 “황홀한 출산: 태초의 엄마들은 어떻게 아기를 낳았을까?(엘리자베스 데이비스, 데브라 파스칼리 보나로 저, 정신세계사)” 을 참고하고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아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자연주의 출산이 아이한테 자연스럽고 폭력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해도 세상에 나오자마자 너무 밝은 빛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충격이자 공포 아니겠는가. 어차피 물에 있다 나오는 애니 수중분만으로 가자. 나를 기다려주고 아이를 기다려주는 출산을 하고 싶다. 의사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나와 아이가 주도권을 행사함을 선. 포. 한. 다.’

납득. 

아내는 덧붙인다. 

‘자연주의 출산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공부도 많이 할 거고 운동도 꾸준히 할 거지만 아이가 위급할 수도 있고 내가 위급한 순간에는 포기한다. 안 됐다고 서운해하지 말자’ 

 

4. 조산원 선정의 방식

남편으로선 0.1%도 안심할 수 없으므로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으면 특수상황에 대처를 못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해서, 나 또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사람을 찾아가 교육을 받고 책을 읽고 관련 다큐를 찾아본 후, 미국 FDA 승인까지 받은 결과(물론 이건 거짓말), 아내의 의견에 최종 재청했다.

조산원 선정의 경우, 첫째, 조산원의 후기들을 선별해 추적, 신뢰성을 체크하고 장단점을 도출했으며, 둘, 집과의 거리를 고려하고(일단 내가 운전을 못하므로 <-게다가 적록색맹이라 신호등 잘 구분 못하므로 하면 안 됨), 셋,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뿜는 우주의 기운이 신뢰할만한 지로 선정했다.

우리가 선택한 조산원의 경우, 일하는 사람이 최소 10년 이상 산부인과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요즘은 대부분 특수 상황에 대비해 병원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5. 정리하자면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점차 자연주의 출산에 끌렸던 점은 함께 한다는 느낌이다. 고생을 완벽히 나눌 순 없으나 어느 정도 나눠야지 나중에 나에게도 의사 결정권이란 게 생기므로 권력싸움에서 질 수 없다. 에헴. 

두 번째는 호기심. 

세 번째는 나중에 하루가 컸을 때 수중분만 중의 사진을 포토샵 해서 내가 낳은 것처럼 속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같이 욕조에 들어가서 낳으니까). 뭐, 속을진 나중 문제지만 설마 내 자식이 그걸 알아챌 정도로 똑똑하진 않겠지.

... ... 

남편의 의견이란 대부분 의미가 없는 것이니 이쯤 하고 정리하면 대충 이렇다.  

자연주의 출산의 장점은 

1) 엄마가 자신의 출산을 주도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모든 순서가 예측 가능하다.

2) 출산 전에 조산사 그리고 둘라와 많은 이야기를 하기에 안정감이 크다. 

3) 흔히 엄마들이 말하는 3대 굴욕(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이 없다.  

4) 아이 입장에서 뱃속에 있다가 나올 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단점은 

1) 모두가 다 할 수 없다. 산모와 뱃속의 아이가 사전 검사 결과 모두 건강해야 한다. 

2) 운동을 마지막까지 꾸준히 해야 한다(뭐 이건 사실 다 마찬가지지만).   

3) 운이 크다. 준비했다가 안 되면 실망감이 너무 크다. 그게 실패한 분만도 아닌데 열심히 준비한 엄마들이 가진 기대감이 너무 커 병원으로 가는 경우, 너무 아쉬워한다. 

정도랄까. 

나와 아내가 공부하며 느낀 점은 자칫 자연주의 출산만이 멋있는 출산, 가장 좋은 출산이라는 함정에 쉬이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때에 따라 의료진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오고 그럴 가능성이 있을 때는 1%도 지체해선 안 된다.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이기 때문이다.

출산 분위기는 대충 이렇습니다. 하루가 태어나기 15분 전 사진이지요.

추신 1: 나는 ‘자연주의’라서 부부가 다 옷을 벗고 들어가는 줄 알았고 그럴 작정이었다. 이 말을 들은 편집부 기자들이 놀렸다. ‘주위 사람들(조산사, 둘라 등) 눈을 버릴 작정이냐’라고. 으음. 내가 생각하는 자연은 그런 것이었는데 확실히 사람마다 개념이 다른가 보다. 다들 궁금해 하지만 부끄러워 직접 물어보진 못하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 적어둔다. 남편은 수영복 바지를 입으면 됩니다(너무 당연한 건가).

추신 2: 하루가 나올 때 뒤에서 아내를 안고 있었는데(커다란 욕조 안에서 진행합니다) 특히 마지막 20분은 더럽게 아파 보인다(본인도 이때가 더럽게 아프다 했다). 

하루의 머리가 나왔을 때, 조산사가 만져보라 했지만 아내가 ‘아, 못, 후우후우, 아, 못, 아, 후우후우, 못 만지, 후우후우, 겠어요. 후우후우, 아, 아파요, 아, 아’ 했다. 아파서 ‘아이를 뽑아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한다. 생전 처음 겪는 놀라운 고통도 신기했으나 아이가 나오자마자 고통이 완벽히 0으로 사라지는 건 더 신기하다 한다. 

뭐, 저로선 평생 알 수 없는 감정이긴 합니다만.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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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가 태어났다. 나의 자식이다. 물론 아내의 자식이기도 하다(함께 출산했으므로 어디서 주워오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주워오지 않았습니다

더글라스 애덤스 생일에 태어나라고 몇 번 말해두었는데(참고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입니다) 과연 자식은 부모 말을 듣지 않는다. 하긴 부모 말 잘 듣는 아이 치고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는 법이니.

현재로선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예쁘다'는 가설을 증명했다. 아내와의 크로스체크를 통해서도 재확인한 사실이다. 

 

2.

출산을 했다고 SNS에 알리니 사람들이 따봉을 준다. 그런 거 말고 부동산이나 비행기 같은 걸 사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현대사회의 병폐는 나 홀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임신 중, 나와 아내가 경험한 바를 조금 적어둔다.

아, 기억력이 온전치 않으므로(아이를 낳으면 아내의 기억력은 2배, 남편의 기억력은 1.5배 떨어집니다. 잠을 못 자니까요) 별 기대는 하지마시고.

 

3. 입덧과 역류

아내는 입덧을 2달 했는데 사람에 따라 10달 내내 하기도 한다. 이 시기는 뱃멀미를 계속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나의 경우, 어린 시절을 캄보디아에서 보냈는데 배를 타고 등교했다. 여차하면 멀미와 함께 위장의 분노, 즉, 역류를 경험한다. 경험상, 뱃멀미가 길어지면 만사가 잣 같다(잣에겐 미안하지만 잣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니 뭐).

지구를 부수고 싶기도 하고 후각을 없애고 싶기도 하고(만물의 냄새가 잣 같으므로. 잣한테는 계속 미안합니다) 몸 안의 장기는 가능한 모두 팔아 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물론 배로 등교했다는 건 거짓말이지만(그전에 캄보디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도 거짓말이지만) 임신으로 인한 입덧과 역류를 지켜보면 이런 느낌이 분명하다. 

입덧은 임신할 경우, 식습관에 주의할 수 있도록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 종의 신호라 배웠다. 현재 인류와는 상관없는 미래이니 어떻게 돼도 상관은 없지만 호모 사피엔스 멸종 후에는 적어도 좀 더 좋은 느낌으로 진화했으면 한다. 

신호를 꼭 이딴 식으로 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4. 외식, 정밀히 하면 외식 이후 

입덧이 지나간 후, 아내와 먹고 싶은 건 모조리 먹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당분간 외식은 불가능하므로 내일 지구가 사라지는 사람처럼 맛있는 걸 먹어둬야 한다, 에 둘의 의견이 일치했고 정말 그리 했다.

외식을 자주 할 경우, 그러니까 아내가 임신한 김에, 이왕 이렇게 된 거!, 하고 외식하면 한 번에 교통비+식비로 작게는 2만 원, 많게는 10만 원이 나간다. 아내가 걱정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나는 걱정하지 않는 타입으로 지금이다, 하고 맛집 탐방은 지속된다. 이런 짓을 몇 달하면 망한다.

그래서 망했다.

......

......

어떻게 복구했는지는 프라이버시니 내버려두고(로또는 해보았으나 되지 않았음) 여하튼 주의해야 할 점이다.

참고로 인간은 돈이 없으면 꽤나 힘들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5. 일 스트레스

아내가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태교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남편 입장에선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태교라는 판단이다. 해서, 그만두자 했다. 왜, 내가 버니까. 

일을 그만두니 아내가 행복하다. 여행도 갔다(외국 여행의 경우, 임신 4,5개월째가 좋다 하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좋은 곳이다. 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면 세상도 이래저래 좋아 보이는 법인가 보다.

아내가 임신했다->아내가 일 때문에 스트레스다->그러니 일을 그만둔다->아내도 행복하고 나랑 놀 시간도 많다->막 여행도 다니고 한껏 즐긴다->우왕!, 이라는 결과는 확실히, 온다. 아내가 살면서 가장 걱정 없이 행복했다, 말할 정도였으니 내 판단력에도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몇 달 사이 돈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사소한 건 신경 안 쓰는 타입. 이미 이 때는 사소해지지 않았지만). 각자 벌어 각자 썼는데 한 명 벌어 같이 쓰면 망한다는 생각을, 아차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망했다.

......

......

어떻게 복구했는지는 프라이버시니 내버려두고(참고로 로또는 또 해보았으나 되지 않았음) 여하튼 주의해야 할 점이다.

참고로 인간은 돈이 없으면 꽤나 힘들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추신: 

임신 중기를 지나면 배가 제법 나오므로 자세가 불편해 잠을 자지 못한다든가,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한다든가, 틈만 나면 쥐가 난다든가, 허리가 아프다든가, 어깨가 결린다든가, 임산부 석에 앉아 있는 미친 녀석(평소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 부끄럽다, 라는 느낌이지만 이때가 되면 저기 봐!, 미친 녀석이다!, 라는 생각이 확실히 듭니다)이 있다든가, 하는 등등의 힘든 점이 있지만 그런 걸 일일이 열거했다간 1년쯤 걸리므로 다 적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건 뭐, 다른 데서 잘 정리해 놓았겠지요. 

201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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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뜬금없이 연락한다. 으음,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다. 폐쇄적인 인간이랄까, 일을 제외하곤 좀처럼 움직이기 싫어하는 집-직장, 집-직장 타입에다 대개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다만 뜬금없이 연락하는 것만큼은 잘한다.

"누군가 생각나면 바로 연락해."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말로 묘하게 이 말이 좋아 누군가 생각나면 높은 확률로, 연락한다(물론 전부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사후세계와는 연락이 곤란하다. 돼도 문제겠지만).

2.
직업이 직업인지라 확실히 용이한 면이 있다. 20년 전에 헤어진 친구를 찾아 연락한다든지, 하는 점에서.

어제는 꽤 못 봤던, 회사를 다니며 부업으로 만화까페를 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만화책을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역시나 단순하다. 해서 응아를 할 때는 응아같은 사람에게 연락하지요. 연락하고 나서 그것때문에 연락했다고 말하진 않지만).

헌데, 이 헌데, 가 중요한데

친구의 아내가 유산했었다 한다.

으음.

으으으으음.

으으으으으으으으으음.

이런 일은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하는 걸까.

니 마음 속에 지옥이 많았겠다 하니, 갑자기 나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다. 아마 우리 아버지도, 친구 자신과 같은, 그런 삶의 예상치 못한 지옥을 해결하고자 택한 방법 중 하나가 불교가 아니었을까 말한다.

3.
좋아하는 인간의 유형이 몇 있는데 하나는 마음 속에 지옥을 많이 겪은 타입이고 하나는 그 지옥 속에서도 남을 생각하는 타입이다. 두가지 다 가진 인간은 흔치 않은데 그런 인간에게 매력을 느낀다.

여튼,

아버지의 삶에 관심은 많으나 아버지가 왜 불교에 심취했는지는 깊이 생각 못했는데, 과연, 이란 생각이 든다. 과연, 과연이다.

아버지의 삶에 지옥이 많았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에 지옥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은 장인, 장모님이 놀러와 함께 피자를 먹으며 잡담했는데 과연, 그 즐거움 뒤에 장인어른에게도, 장모어른에게도 지옥이 많았을 것이다.

아내도 뮤지컬 배우라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정말로, 매우),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는 세계에서 10년을 살아왔기에 마음 속 지옥은 굉장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점에선 나의 친구들마냥 아내도 인격은 엉망진창이지만 대단하다.

그 마음 속 지옥들 어떻게 하고 살아왔나 생각해 보면, 다들 대단하다 말할 수밖에 없다.

2018.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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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가 그렇듯 나에게도 오랜 친구가 몇 있다. 그중 재우(가명)와 원준이(가명)는 일찍 인생을 포기했다. 이점이 흥미로워 친해진 계기가 되었다.

오늘은 그중 한 명인 안재우(가명이라고 적었지만 사실은 실명인데 딱히 상관없을 것 같다)의 이야기다. 

2.

재우와는 한 동네에서 자라 초중고를 같이 나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제멋대로 학교를 안 나와 '재우 전담조'란 게 만들어졌다. ‘재우 전담조’는 담임의 명으로 조직되었으며 재우를 수색해 포획하는 사명이 있다.

조장 격인 나는 늘 S랭크로 임무를 완료했다. 재우는 대부분 집에 처박혀 재믹스를 하거나 오락실에 있었다. 

 

재믹스는 이렇게 생긴 게임기입니다. 고전미가 있지요.

동네 형들과 오락실에서 격투 게임을 할 때의 일이다. 요즘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당시는 동네 형들에게 2판을 연속해 이기면 건너편에서 의자를 밟고 올라와 기계 너머로 얼굴을 쑤욱 올리며 굉장한 기세로 노려보던 시절이다.  

2판을 더 이기면 의자를 박차는 소리가 들린다. 성질이 제법 급한 사람은 기계를 넘어오기도 한다. 재우는 어느 쪽이냐면 룰루랄라, 하면서 계속 이기는 타입이다. 의자를 박차는 소리가 들릴 때서야 뛰어 도망가곤 했다. 게임 승부욕에 관해서만큼은 확실히 변태적인 구석이 있다.  

돌이켜 보면 승부욕 이전에 초등학생이 ‘일단 오락실로 출근하고 학교는 가고 싶을 때만 간다’는 발상 자체가 더 대단하지만. 

3.

재우는 중학생 때도 자유롭게 학교를 왕래했다. 집에 슈퍼 패미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슈퍼 패미컴은 이렇게 생긴 게임기입니다. 르네상스가 태동하는 느낌이랄까.

여느 때처럼 재우를 잡으러 갔는데(중학교 때도 ‘재우 전담조’는 존재했습니다. 그간의 이력을 인정받아 중학교 때도 포획 임무를 맡았습니다) 탐문 수사 끝에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재우를 찾아냈다.

왜 탐문 수사 끝이냐면, 그의 출몰 장소를 이 잡듯 뒤졌으나 실패, 어쩌면 제일 처음 간 장소인 집에 매복해있지 않을까 돌아갔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에 거울을 붙여 쇠창살 창문 안쪽을 살피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게임하는 재우를 발견했다(집이 1층입니다). 문을 안 열어주어 창문을 떼 버리려 했는데 다행히 열어주었다.

지난한 회유에도 재우는 신념만큼은 관철시키는 사내였다. 묵묵히 게임을 계속 하기에 같이 하는 도중(어디까지나 심리적 친밀감을 유지하다 포획 기회를 노리는 작전의 일환입니다), 전화가 온다. 재우는 전화를 받고 한참 말없이 듣고 있더니 ‘으으으으으으’ 하고 끊어버린다. 

‘누군데?’

‘아…. 담임’ 

학교를 안 가고 집에서 게임만 할 정도의 각오라면 선생님의 전화는 받지 않는 편이 좋다. 10대 맞을 걸 100대 맞기 때문이다. 이후의 이야기지만 재우는 고등학교에 올라가 한 번도 쉬지 않고(정말로), 엉덩이 100대를 맞아 전설이 되기도 한다.

아쉽게도 나는 공부나 운동에 탁월한 이들보다 그런 친구에게 감탄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그 날을 기록하는 의미로 MD 헌정 앨범을 만들기도 했다.   

 

고등학생은 이런 의미없는 짓도 하는 법입니다.

4.

고등학생 때다. 재우는 혼자 대학생이었다. 아니, 대학원생쯤 되는 느낌이려나. 자유롭게 등하교를 하고 자유로운 형태로 맞는다. 다만 그림을 그리는 실력만큼은 톱클래스였고 지금도 그런 재우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고 3 때 같은 반, 게다가 짝꿍이 된다. 기가스라는 만화 잡지가 창간되던 해다. 재우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스토리를 써 만화작가로 데뷔하는 것이 당시의 꿈이었는데 기가스라는 잡지의 창간 이벤트에 이런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써, 1등 상품인 플스 2를 받게 된다(상품이 플스 2라면 누구나 구구절절해지기 마련입니다). 

플스 2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때, 19년 전 가격으로 약 70만 원이다.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이 어찌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이걸 따내다니! 부산 구서동의 어느 거리, 잡지 명단에 이름을 확인하고는 한 손을 위로 치켜들고 하늘을 쳐다본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다, 이루었도다.  

재우에게 1등 한 사실을 전하고, 우리 꿈을 적어 받은 상이니 먼저 즐기라 했다. 사양할 재우가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콘솔계의 전설이고 그 전설은 등장 직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한 달이 지났을까, 나 또한 전설에 빠져들고 싶은 기분에 가득해져 재우에게 전화했다.

 … … 

받지 않는다. 

5.

첫날은 그런가 보다 했지만 둘째 날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셋째 날에 받은 것도 아니다. 넷째 날에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다. 1주일 뒤에도 받지 않았고 10일 뒤에도 받지 않았으며 2주일 뒤에도 받지 않는다. 3주째라고 달라지진 않았다.

잊었을까 봐 다시 말하자면 재우와 나는 한 동네에서 자라 초중고를 같이 나왔다.

6.

대학교 1학년의 어느 날로 기억한다. 마침내 재우가 전화를 받는다. 매일, 빠짐없이 전화했더랬다(‘재우 전담조’의 초대 조장은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재우는 한참 말이 없다가 ‘팔아무따’라는 네 음절을 발음한다. 아, 언어를 잊은 것은 아니구나. 왜 팔아먹었냐 하니 어머니 세탁기를 바꾸어주었다 한다.

나는 사람을 제법 신뢰하는 타입이다. 재우는 어려서부터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머니라는 말이 나온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 우리 세계의 룰이다.

어머니는 재우의 유일한 ‘정상적 친구’라 생각한 나에게(사실이기도 합니다만) 잘해주신 기억이 많다. 이후, 그 일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재우가 뜬금없이 웃으며 한 말만큼은 가슴 한편에 남아 있다.

‘사실 그때 플스 2 세탁기 산 거 아이고 그냥 팔아무따. 맛난 거 사무따’

일반적인 경우, 살인을 해도 정상참작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7.

곧 태어날 하루를 생각하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만큼은 나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사람을 사랑하며 성실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좋은 친구가 많았다. 인간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 끌리는 모양인지, 인간의 기괴함이나 묘함에 끌리는 모양인지, 어느새 엉망진창인 친구들만 남아버렸다. 이미 그렇게 살아온 이상,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하루에게, 적어도 아빠의 친구들만큼은 보여주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한다.

......

그러고 보니 엄마 친구들도 딱히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으음. 

 

 

추신: 재우의 얼굴을 공개할 순 없어 비슷한 걸로 골라 봤습니다. 

참고로 사진은 마카크 원숭이로 인간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영장류입니다. 우주비행사 후보로 훈련까지 받은 적이 있지요. 뭐, 딱히 주제와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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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18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아내와 나는 거짓말처럼 결혼기념일이 같은지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2.
삼청동에는 한옥에, 테이블이 몇 되지 않는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한 명의 쉐프가 모든 걸 책임진다. 간만의 방문인데 아직 가게가 있어 기뻤다. 2009년에 처음 갔으니 거의 10년을 살아남은 것이다. 대단하다.

맛도 친절도 배려도 변하지 않았다. 


3.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와 살았으니 나의 삶에선 같이 먹는 시간보다 홀로 먹는 시간이 많았다. 일본에선 완벽한 혼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제법 많았는데 그 기분만큼은 아직 생생하다.

거의 완벽한 혼자로 존재해 음식을 먹을 땐 그때 밖에 할 수 없는 생각이 와서 좋다. 정밀히 표현할 시간을 거치지 않아 뭐라 표현해야할지 고민되나 생생한 고독으로 인한 소박한 즐거움이 있다.

4.
같이 먹는 즐거움은 아내를 통해 제법 알게 되었다. 이것 역시 좋다. 아내가 자주하는 말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인데 오호, 옳은 말이다.

음식 자체로도 좋은 것이나 홀로, 생각과 함께 먹는 것도 좋고 같이, 대화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조만간 태어날 하루도 이 두가지 즐거움을 알았으면 한다. 당분간은 식사 예절이 엉망진창일 테지만 계속 그랬다간 엄마에게 살아남지 못할 테니 아무쪼록 아빠는 행운을 빈다.

2018.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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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상치 못한 고된 일도, 예상치 못한 기쁜 일도 많았다. 살아간다는 건 그런 모양이다. 고된 일은 물에 흘려버리면 될 일이니 기쁜 일을 쓰고 싶다.

2.

매일 일어나는 일 중, 나를 지탱케 하는 시간은 첫째가 아내와의 잡담이고 둘째가 편집부와의 잡담이다. 아내도 개성이 뚜렷하고 편집부도 개성이 뚜렷하다. 외적, 내적으로 크게 개성이랄 것이 보이지 않는 인간은(저입니다) 이런 류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재미가 크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걸 의미 있게 만든다.

3.

최근 기뻤던 일 하나를 꼽으라면 편집부 회의 도중 깜짝 선물이다. 편집부 기자들이 손편지와 출산 준비 선물을 주었다(참고로 눈곱만큼도 이런 일을 벌일 인간들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친구들입니다. 때때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낙원에 홀로 있는 느낌을 받지요).

놀랐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첫째,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 둘째, 아내의 선물이 있다는 것이 셋째다. 지금껏 출산하는 친구에게 선물할 때, 부모는 생각지 못했다. 대부분 인간이 그렇듯 나 또한 내 마음이 의외로 깊지 않을까 이따금 착각하나 이 선물로 부서졌다.

4.

아내는 매사 으으으으음, 하는 나와 달리 인간과의 공명에 제법 능하다. 편지와 선물을 보고 눈물 흘렸다(악필인 친구가 있어 암호해독에 시간이 걸렸지만 말입니다). 인간을 기쁘게 하거나 감동시키는 능력은 노력해도 좀처럼 얻기 힘들다. 그 마음과 재능에 감탄할 뿐이다.

5.

다만 왜 내 선물은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계속 그 존재 의미가 없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빠도 나름 의미는 있는 존재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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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되기 전에 일단 사람이 되어야겠군, 하고 아내의 출산 예정 백일 전부터 가급적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먹고 있다(특히 마늘은 뱀파이어를 막는 효과도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

는 물론 거짓말이다.

아마도 단군 할아버지가 걔들을 만났을 때는(아, 걔들이라고 하면 예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마늘이 아직 한반도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 전부터라고는 확신 가지 않지만 고고학적인 증거로 보면 대략 기원전 9세기, 혹은 8세기 전부터 기원전 108년까지 존속했다. 이때 마늘이 전해진 것으로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으로 온 것이 기원전 2세기니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적어도 그 이후가 돼야 한다.

해서 학계에서는 마늘이 아니라 달래 혹은 무릇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나로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이럴 땐 쑥과 달래, 무릇을 동시에 먹는 게 최고다. 제법 건강에도 좋은 느낌이다.

......

라는 것도 역시 거짓말이다. 

그런 걸 100일이나 먹고살 수 있을 리 없다. 애초에 뭘 먹는 것으로 무엇이 된다면 난 이미 코코아 열매 요정이나 당뇨의 수호성인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으니 믿을 수 없다.

......

과연 없다.

그래서, 

이건 포기. 

 

2.

하루는 어떤 아이 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무엇이 아니다. 나의 부모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을 테니 말이다(세상 이치라는 게 그런 것이지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해도, 아빠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기는 해서 매일 하루 위에 손 올리고(직접적으론 올릴 수 없으니 아내의 배에 올리고 있습니다) 시를 읽어주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다른 사람과 같이 올리는 건 아닙니다. 이건 마사지 교육 때 사진.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인간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법이니까요. 다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만큼은 제법 고민했는데(지금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흠입니다만) 아무래도 인내와 무욕의 가치에 조금 도움을 받았다. 

부정확한 기억으론 15살 때부터 삶의 근본을 인내로 잡았다. 당시 읽었던 책에 인내의 가치가 매우 멋있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단순합니다. 죄송합니다). 해서, 인생은 원래 고통이라는 점을 15살에 디폴트 값으로 하고(그렇다고 딱히 고통스러운 삶을 산 건 아닙니다만) 대략 20대 언젠가에 ‘욕심부려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고 무욕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그렇다고 딱히 무욕의 인간인 건, 역시 아닙니다만).

나의 철학과 비스비스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나 해서 대략 한 달 동안 미야자와 켄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를 세 번씩 읽어주고 있다(일본 문학사 전공입니다. 아시다시피 전공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아내의 반응도 딱히 나쁘지 않다. 다만 하루가 초반 10일엔 세차게 반응하는데 20일쯤 넘어가니 '아아, 또 그 시야? 그런 건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같은 느낌이 다소, 있다. 초반엔 반응이 읏샤읏샤 온다면 요즘은 '뉘에~ 뉘에~ 됐으니까 후딱 해' 같은 태동이랄까. 한데 또 며칠 반복되면 '오호! 좋은 시로군!' 하는 느낌이다.

의외로 건방진 녀석이 아닐까. 하루는 기억력이 형편없을지도 모르겠다. 뭐, 아직 어리니까(정확히 말하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어른인 내가 이해해야지, 하고 화는 내지 않고 있다.

3.

매일 밤 3번씩 읽어주니 10일쯤 되었을 때, 외워버렸다.

덕분에 시 한 편 외웠으니 이래저래 건방진 데다 기억력도 형편없을 것 같은 녀석이지만 나름 나와 죽은 맞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걸어보는 중이다. 

아래는 매일 읽어준 "비에도 지지 않고"의 전문이다. 번역은 조금 제멋대로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길.

雨にもまけず

비에도 지지 않고 

風にもまけず

바람에도 지지 않고 

雪にも夏の暑さにもまけぬ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丈夫なからだをもち

튼튼한 몸으로 

欲はなく

욕심은 없이 

決して怒らず

결코 화내지 않으며 

いつもしずかにわらっている

늘 조용히 웃는다

一日に玄米四合と

하루에 현미 네 홉과

味噌と少しの野菜をたべ

된장과 조금의 야채를 먹고 

あらゆることを

모든 일에

じぶんをかんじょうに入れずに

자신을 계산에 넣지 않고

よくみききしわかり

잘 보고 듣고 알고 

そしてわすれず

그리고 잊지 않고

野原の松の林の蔭の

들판 소나무 숲 그늘 

小さな萓ぶきの小屋にいて

작은 초가집에 살고 

東に病気のこどもあれば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行って看病してやり

가서 돌보아 주고 

西につかれた母あれば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行ってその稲の束を負い

가서 그 볏단 날라주고 

南に死にそうな人あれば

남쪽에 죽어 가는 사람 있으면

行ってこわがらなくてもいいといい

가서 두려워 말라 말해주고 

北にけんかやそしょうがあれば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 있으면 

つまらないからやめろといい

별 거 아니니 그만두라 말하고

ひでりのときはなみだをながし

가뭄일 땐 눈물 흘리고

さむさのなつはオロオロあるき

냉해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みんなにデクノボーとよばれ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며

ほめられもせず

칭찬도 받지 않고 

くにもされず

미움도 받지 않는

そういうものに

그러한 사람이

わたしはなりたい

나는 되고 싶다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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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내에겐 좋은 친구가 제법 있다(나에게 유일하게 없는 장점이랄까). 그 중 유키라는 친구는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이 있고 마음이 깊다.

유키의 딸 유이도 만났다. 1년 반만이다. 과연, 이 친구도 심성이 좋다.

2.
헤어질 시간 되어 바이바이, 바이바이 하니 줄곧 기분 좋던 유이가 운다. 사람을 좋아해 헤어질 때 가끔 그리 운다 한다.

으음.

으으음.

유키상이 찍어준 사진 보니 헤어질 때 울던 유이 얼굴이 눈에 밟힌다.

유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추신: 좋은 인간을 만나면 이래저래 뭐라도 쓰고 싶어지는 법이다.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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