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사심이란 눈에 낀 티끌과 같다.  

티끌이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37. 

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진 인간은 

그만큼 평온하다. 




38. 

스스로 알게 하는 이를 놓치지 마라.




39. 

과정으로 가지 말고 목적으로 가라.




40. 

사랑해줘서 고마운 것이고 

미워해줘서 고마운 것이다. 




41. 

인간은 인간으로 성장한다.








2015. 12. 19 AM 03:23







31.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그 마음의 무게가 같지 않듯

헤어질 때도 그 마음의 무게는 같지 않다.


어쩔 수 없어 당연한 슬픔은

당연한 깊음도 될 수 있으리라




32. 

슬퍼할 가치가 있는 사람만 슬퍼하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만 사랑하고

그래서는 인생이 쉽다, 너무 쉽다




33.

사람은 모두  

누군가에게 강렬했다

드문드문했다

사라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나는 마지막에 어쩔 수 없어야지, 했다 

 

다 주어도 되는 것인데  

다 던져도 되는 것인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나는 마지막에 어쩔 수 없어야지, 했다  




34. 

왜 그러지 못했나 곰곰이 생각하다

이것이 슬픈 이유인가 하고

커져가는 어둠과 마주 앉았다




35. 

생은 언어로 설명될 수 없다

때때로 나를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사람 잃어 슬프고

내가 더는 사랑하지 않을 사람 잃어 슬프다








2015. 11. 24 PM 03:12




1. 


국경없는 기자회 세가와 마키코 님의 기사입니다. 후쿠시마 현장을 제 집 처럼 드나드는 기자 분. 헤드라인은 





<11월 26일에 재판이 예정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유족들도 바라는 한국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공백] 해명>.



이네요. 제 멘트도 인용되어 있어 아래에 붙입니다. 기사 전체 보기는 위 링크를 클릭해 주시길. 한국어 버전, 영문 버전이 따로 있네요. 





2. 


大統領選時の疑惑を取材し、法廷に呼ばれた経験を持つ『タンジ日報』のキム・チャンギュ副編集長は次のように語った。


대통령선거 당시의 의혹을 취재해 법정에 소환된 경험이 있는 “딴지일보”의 김창규 부편집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産経新聞のイメージは韓国国内では確かに悪い。今度の記事も噂レベルのあまり信頼できないものだと判断している。しかし、一国の大統領が法の力を利用してまで加藤氏を追い詰め起訴したことは、この問題について左派・中道・保守に関係なく“メディアはみんな黙っていろ”という意味に他ならない。 このような雰囲気が続くならば、保守の言論機関もこの先ずっと大統領側に立っているかどうかの保障はない。自分の味方をも切り捨てる行為ではないだろうか」


“산케이신문의 이미지는 한국 국내에서는 확실히 좋지 않다. 이번 기사도 소문 정도의 레벨로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일국의 대통령이 법의 힘을 이용해서까지 가토씨를 몰아붙여 기소한 일은, 이 문제에 있어 좌파, 중도,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으라’라는 의미 외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보수 측 언론기관도 언제까지고 대통령 편에 서있을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 자신의 한쪽 팔을 잘라내는 행위가 아닌가.”









1. 
야당 의원과 경찰의 대치 중,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회원이 혜화 경찰서장 정용근 총경을 페트병으로 때리는 결정적 순간. 당시 해명은 "정복을 입지 않아 경찰관인 줄 몰랐다"



2. 
경찰 서장 폭행 사건은 언론사마다 폭행, 때리다, 물병으로 툭툭치다, 내리치다, 등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으나 현장 사진은 한 장도 발견할 수 없어 정황이 궁금했다. 실제로 막 때린 건지, 아니면 그냥 스친 건지, 페트병으로 한 대 툭 친 건지...... 모든 촬영 기자들이 집회 모습이나 의원들을 중심으로 찍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3. 
알고보니 그걸 찍은 유일한 한 명이 매일 옆방에서 자는 동생이었다. 왜 ‪#‎일상록‬ 에서 자주 언급했던 그 아이. 재밌는 점은 얘는 쭉 외국에서 살았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는데 그날 밥 먹으러 회사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찍은 한 장이 이거란 거다. 며칠 전 본 거주지인 외국으로 떠나며 사진을 보내와 올린다. 직업이 사진가라 그런가, 기자들이 24시간 진을 치고 있어도 못 찍었는데 얘는 그냥 우연히 한 장 찍었더니 이거라는 게 웃기다.



4. 
물론 이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알고는 '역시 나 님이야. 으하하하하하' 하는 점은 여전히 재수 없다. 체스로 밟아줬어야 했는데. 으음.









추신 :  기사로 쓰지 않고 바로 SNS에 올려서 화제가 되었던 사진인데요. 백업을 위해 블로그에도 올려 놓습니다.   



2015. 10. 30 









1. 
태용이의 생사가 불분명하다. 지난 페북(https://www.facebook.com/kimchangkyu1201/posts/919066018141575)에 달린 댓글을 보다 알았다. 금시초문이지만 사람들의 댓글을 보니 합리적 추측이 가능했다. 아무도 내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지만 어쩔 수 없다. 평소에 운동도 하고 술도 절제하고 그렇게 자기관리를 하라 했는데 안 해버리니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아니, 아직은 모르지만 어쨌든 그건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일단 넘어가자.





2.

태용이는 피를 나눈 가족도 그렇다고 친한 친구도 아니다. 그냥 말 안 듣는 직원이었다. 시키는 걸 한 번에 제대로 하는 걸 못 봤고 언제나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며 불만을 품는 사람의 전형이랄까. 뭘 시키든 불가능하다는 말부터 하는 아이였다. 왜 그렇게 도전정신이 없었던 것일까. 시작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으면 인생은 의미가 없는 것인데.


참고로 내 말 듣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부드럽게 말하는 편이라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해 주었지만 시키는 걸 바로바로 하지 않을 때 속으로는 죽어라고 했다. 막상 이렇게 되니 조금 묘한 기분이다. 어떻게 보면, 어떻게 돼도 크게 상관없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물로 치면 마사오님 같은 느낌,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어떤 소중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마음 아픈 일이다. 업무에도 차질이 생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며칠간 잘 느끼지 못해 조금 불편하다. 그 대상이 태용이라면, 그러니까 태용이 레벨까지 내려가 버리면 스스로도 슬플 것 같다. 이왕이면 뭔가 그럴듯한 존재를 대상으로 슬퍼하고 싶다. 다행히 태용이에겐 아무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쯤 되니 태용이는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인간인데 우리 모두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그러니까 심리적 정화작용을 위한 하수구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태용이가 실존했든 안 했든, 죽었든 살았든, 딱히 의미가 없는 존재였던 건 만큼은 사실이다. 어쩌면 그 점이 태용이의 미덕이 아닐까.


태용이가 부디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연옥 정도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착한일 한 두번은 했을 테니까. 혹시나 죽지 않았으면 지금 내가 적는 글이 조금 언짢을 수 있을 텐데 뭐 그건 또 그때 가서 이야기해야겠다.





추신 : 원글 출처는 이곳 https://www.facebook.com/kimchangkyu1201/posts/921288297919347?pnref=story 입니다. 



2015. 10. 24 AM 12:48






1. 
사람들은 종종 답답할 정도로 인의의 견본이랄까, 정도만을 향해 걷는 나를 불편해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길을 간다는 습관이 몸에 밴 탓에 어쩔 수 없다. 다만 인간갱생이 안된달까, 인격이 바닥인 사람에게 흥미가 있다. 인간은 자석 같은 경향이 있는가 보다.


제 멋대로인 데다 말도 안 듣는 똥멍청이, 아니, 태용이(김태용)와 지낼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유다. 몸이 안 좋아 지금은 쉬고 있지만, 어쨌든 아부나이 니홍고 시즌1의 PD를 맡았던 태용이가 죽은 뒤론, 아니, 쉬러 간 뒤엔 마음이 산뜻해졌다. 태용이는 눈에 안 보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라 아끼는 편이다.





2. 
아부나이 니홍고 시즌2에는 호요요(호화요트 요리사라고 한다. 닉네님을 왜 이런 식으로 짓는진 알 수 없다)라는 신입 PD가 편집을 한다. 들어온 지 1개월이 조금 넘는다.


태용이가 죽고, 아니, 사라지고 이제는 인간에 근접한 레벨의 사람(엄밀히 말하면 마사오님은 인간보단 원숭이나 태용이에 가깝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 들어 조금 이상하다.


최근 하카세 마이 씨와 찍은 사진을 보고 마사오님이 참 해맑다 했더니 호요요는 '뭔가 살인을 하고 개운해 하는 표정'이라 표현했다. 인간의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방식이 이상하다.


살인을 해봤는지는 조금 무서워져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살인 후의 감정을 아는 것은 역시 이상하다. 게다가 살인을 하고 개운해져 버리는 유형의 인간은 엄청 곤란한 것 아닌가.


마사오님이 평소에 이상 행동을 많이 하니(낙서 등)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갔다. 물론 그가 실제로 살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사오님이 만약 범죄를 저지른 후, 타 언론사 기자가 나에게 물어보면 '내 그럴 줄 알았다. 뭘 했든 사형해야 한다' 는 느낌의 답변은 언제나 마음 속으로 준비하고 있다.





3. 
그저께는 광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요요가 광고주에게 몸을 팔아 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몸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은 없고 무엇보다 누군가 돈을 내고 살 몸이 아니다. 아니, 그 전에 조금은 윤리적인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20대 후반의 여자아이(사실 나이는 잘 모른다. 대충 그런 것 같은데 어쩌면 나보다 많을 수도 있다)가 추천하는 방법으론 글쎄, 라고 생각한다. 세대가 달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때는 남자들이 몸을 팔아 돈을 버는 건 조금 부끄럽다고 할까 내세울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하는 건 싫다. 싫은 건 싫은 것이다.


생전에 태용이가, 아니, 아직 살아있는데, 뭐, 언젠간 죽겠지만, 어쨌든, 태용이가 조금 괴상한 소리를 자주 내뱉었던 타입이라(이런 점은 태용이와 마사오님이 피를 나눈 형제처럼 닮았다)단련된 덕분인지 가치관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최근엔 녹음 도중 목이 말라 레모네이드를 먹으로 가는데 피디는 녹음을 걸어 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니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안쓰러웠다. '넌 심심하지 않냐' 라고 물었더니 '괜찮아요'라고 했다. 거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안 심심하니까 쓸데없는 일 시킬 생각하지 마요' 라고 했다.


딱히 일을 많이 시키는 타입도 아니고 설렁설렁 일하는 걸 좋아한다. 오래 전에 죽은, 아, 아직 아니다, 어쨌든 태용이도 그래서 날 좋아했다. 물론 태용이 같은 경우엔 회사 와서 실시간 야구 중계 보는 게 꼴보기 싫어서 일부러 없는 일을 만들어 시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후배들은 나보다 일을 적게 해야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데다 굳이 일을 시키려고 물어본 건 아닌데 갓 들어온 신입이 그렇게 말하니까 상처를 받았다.





4. 
아마도 아부나이 니홍고 PD들은 어느 정도는 미친 사람이랄까, 싸가지 없다고 할까, 위악적이랄까, 자기 멋대로랄까, 마사오랄까, 태용이 같은 느낌이다. 소심한 데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기 쉬운 타입인 나로서는 가끔 버거운 면이 있다. 이런 것이 조직의 어려움일까. 어쩌면 그냥 운이 없는 걸 수도 있다.


가끔 맹수와 독충이 사는 정글에 한 마리 다람쥐가 된 기분이다. 오랜 시간을 견디다 보면 언젠가 조금은 인간다운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추신 : 원글 출처는 이곳 https://www.facebook.com/kimchangkyu1201/posts/919066018141575 입니다. 



2015. 10. 22 AM 01:31







JTBC에 김훈 작가가 나오길래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말하는 방식이나 표정이 닮아 김훈을 보면 종종 떠오른다. 그는 외할머니 장례식 때 영정 앞에 앉더니 한동안 사진을 보았다. 눈시울을 붉히려는 찰나에 에이, 하고 휙 가버렸는데 인상 깊었다.



한 번은 내가 없을 때(고등학생 때로 기억한다)집에 찾아와 봉투를 하나 주고 갔다. 봉투를 열어보니 10만 원과 '훌륭한 사람 되라' 는 한 마디가 적혀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산에 야외 수영장(깨끗한 타일 마감은 아니었다)과 오두막을 만들어 두곤 이따금 집을 나와 거기서 시간을 보냈는데 나도 친구나 가족과 그곳에 자주 갔다. 물싸움(서로 물 먹이기)을 할 땐 내가 나이도 어리고, 무엇보다 손잔데, 진지하게 나를 이기곤 해맑게 좋아했다.



어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산 중턱에 땅을 파 야외 수영장을 만든다는 발상(꽤 길었다)은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다. 돈이나 땅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들은 아파트에 살게 하고 본인은 허름한 집에 살며 취미생활을 즐기다 돌아가셨다. 조금 괴짜였던 거 같다. 위악적인 면은 있었으나 허영심이나 허세는 없었다.



중학생 때였다. 손자, 외손자들이 모여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가는데 창규야, 하고 부르더니 내 눈을 노려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노려보다 외할아버지가 "됐다" 해서 나는, 말 없이 목례하고 나왔다.



외할아버지는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술을 너무 좋아했던 게 흠이라면 흠으로 기억된다.








2015. 10. 11 AM 02:19 








1. 
매일 그렇듯 쵸콜렛을 하나 먹는다. 어머니가 '내가 참 니 버릇을 잘못 들였어' 하길래 무슨 말인지 설명해 달라했다.



2.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듯 나 또한 그랬다. 뒤지거나 분해하는 걸 좋아했다 한다. 표현 그대로 옮기면 "뒤질 수 있는 건 다 뒤지고 열 수 있는 건 다 열었다" 는데 어머니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가방과 지갑을 열어 보았다 한다. 3살인가 4살 정도 때의 이야기다. 



3.
퇴근하면 매일 가방을 열어보는 아들이 있으니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싶었다 한다. 어느날 부턴가, 쵸콜렛을 하나씩 넣어왔다고. 난 매일 가방을 열어보고 쵸콜렛을 발견하곤 아주 좋아했다 한다. 모자지간의 놀이였던 셈이다.



4. 
인간이라면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있고 나 또한 그렇다. 짬이 날 때 하는 놀이 중 하나는 스스로 왜 이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가, 왜 이것을 좋아하는가, 기억을 더듬거나 이유를 찾는 것인데(이 놀이의 장점은 일할 때 놀고 있어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합니다)쵸콜렛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다.


문명과 문명이 만날 때 100%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던 거의 유일한 물질이 설탕이었고 한 인간이 문명이나 문화라는 걸 덮어쓰기 전,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원하는 건 단 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단 것을 특히 좋아하긴 하지만 별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의심해 본 적은 없다.


더하여 친구들 가방이나 지갑을 보자 하고 잘 뒤적거리는데 그게 왜 궁금하냐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서랍을 열거나 집을 뒤져보는 것도 재밌다. 저 가방 안에 뭐가 들었고 저 서랍 안에 뭐가 들었는지 순수하게 그 자체로 재밌는 것이다.



5. 
아마도 어릴 때의 영향으로 뭔갈 뒤지면 달달한 게 나온다는 것이 오랫동안 학습되어 있거나 아니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뭔갈 뒤지면 뇌 속에서 단 걸 먹은 효과가 나거나, 일 수도 있겠다. 단 걸 좋아하는 건 어릴 때 추억이 행복해서 더 오래 가져가려는 무의식적인 발로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이 모든 건 걍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걸 수도 있다.


스스로의 성향이나 취향이 어떻게 조합되고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는 100% 알 수 없지만 의심해보지 못했던 걸 의심하거나 여러가지 가능성이 확장되는 느낌은 재미가 좋다.


부모와 친하면 나름 얻는 것이 많다.











벙커1 초VIP 회원님께 특별 부탁해 공수한 체스. 무게감이 좋고 체스말 아래가 동글동글해 게임 외적인 잔재미가 상당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날아와 동생(어릴 때 알던 사진 찍는 동생이 집에 잠시 와 있다)과 두었는데 져주니까(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디게 좋아해서 뿌듯하다.

다만 이기고 나면 기고만장해진달까, 보기 드물게 싸가지가 없어지는 탓에 창문 밖으로 밀어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100% 죽어버리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망설인다. 동생 같은 건 돈이 없어도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주워올 수 있지만 좋은 체스는 돈을 주고 특별히 부탁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소중한 게 아닐까.

여튼 좋은 체스가 생겨서 좋다.




... 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는데 동생이 봐버려서 성가시게 되어 버렸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아이라 이런 건 잘 모르겠지 하고 촌놈 취급했는데 의외다. 덕분에 이런 개인적이랄까, 잡담을 하려는 용도의 글에선 몰래 동생 욕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냥 할 셈이다.


집에 들어가면 동생은 별 할 얘기도 없는 주제에 어설픈 한국어로 계속 시비를 건다든가(물론 일반적인 의미의 한국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인성이 워낙 좋지 않아 바른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느낌이다)퇴근해서 혼자 좀 쉬려면 계속 툭툭 건드리거나 미드를 볼 때 옆에 앉아 계속 쫑알대며 방해하는데 아무래도 같이 지내다 보니 내가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


그래도 마음을 받아주긴 힘들다. 얘라면 앞으로 굉장히 말이 잘 통한다는 발전이 있거나 그쪽 방면으로 엄청난 노력을 해주지 않는 이상 힘들다. 편집부 기자나 벙커팀 요원 말로는 동생의 얼굴이나 몸매가 나쁜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그런 걸 별 고려하지 않는 성격이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도 무리일 것 같다. 애초에 얘는 너무 남자같이 생겨서 싫다. 실제 남자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남자같이 생겨서 싫다.


여튼 지난 글을 본 동생이 우와, 우와, 호들갑을 떨며 실제로 민 거 아냐, 아니, 이미 창문에서 밀은 건데 내가 모르는 거 아냐, 하며 메신저로 엄청 쏘아대는데 모기같이 앵앵대서 정말 모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집에 홈매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말을 하자면, 아침에 동생이 자는 방으로 들어가 지나가는 척 하면서 밟았는데 꿈틀 꿈틀대는 게 조금 재밌어져서 9번 정도 더 밟았다. 조금은 눈치를 챈 것 같아 내가 길눈이 어두워서 그렇다고 했다. 조금 더 빨리 친해지고 싶어 스킨쉽을 한 것인데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형이 밟는다는데 모른 척 밟혀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남자가 너무 민감해도 매력이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나한테 그러면 밟히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 좋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고 요즘 여러모로 동생이 버릇이 없는 거 같긴 하다. 설거지도 안 하고(내가 쌓아놓은 거긴 하지만)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은 작업간다고 집에 없으니까 조금 허전하긴 하다. 쉼 없이 쫑알대는 애들은 옆에 있으면 짜증 나는데 없으면 조금 빈자리가 느껴진다.





<동생이 찍은 사진 중 하나. 짜증나지만 사진은 느낌 있게 찍는다. 강준만 교수 인터뷰 사진도 얘가 찍었다>





추신 : 어느 정도의 빈자리냐고 물으면 앵앵대던 모기가 없어진 정도다. 홈매트를 써서 없어지면 좋은데 그냥 없어지면 내 통제력 범위를 벗어난 느낌이라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있으나 없으나 짜증 나는 스타일이다. 물리적이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으으으으으음.




2015. 09. 02 








26. 악의 밑바닥


대개 악이라 부르는 것은 나약함을 딛고 있다.    

나약함을 악함으로 착각하면 

무의미한 싸움과 각자의 괴로움이 남는다. 

     

악은 슬프다.





27. 인간과 안전 


인간은 안전을 원한다. 

안전이라는 것은 의외로 범위가 넓다. 


생계를 지키려는 '안전의 싸움'

허상을 지키려는 '안전의 싸움'  


좋아한다, 싫어한다 

기뻐한다, 분노한다 

옹호한다, 비난한다

  

그것은 종종

스스로 허상을 지켜내기 위한 '안전의 싸움'이다.




    

28. 욕망의 본질은 궁함에 있다. 


욕망의 본질은 궁함에 있다.

궁하지 않은 자는 욕망하지 않으나 

한 번 생기면 채워지는 법이 없다. 


그것은 방 안을 풍선으로 채우는 것과 같아

채워졌다 생각하면 슬금글금 바람이 빠져 줄어들고 

그렇다고 자꾸 밀어 넣으면 터져 버린다.  

필연적으로 틈을 만들어내니 채워질 리 없다.  


궁하여 욕망했으나 채워지지 않는 틈을

타인의 신기루와 같은 사랑으로 메꾸려 한다.

 

그렇게 메꾼 틈은 쉬이 얻었기에 

쉬이 바스러진다.     

 




29. 뜻 


뜻은 심장에 새겨져 때가 되면 

손과 발이 따라 나아간다.


입이나 머리로는 새겨지지 않는다.  





30. 상처 


나의 상처가 나를 지배하게 하지 마라.












2015. 09. 25 AM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