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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를 보니

1.늦은 밤사무실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운다.가로등 아래다른 계절을 지나온나무 두 그루가 가까이 서 있다.바람이 분다.볕을 나누려 뻗은 가지가서로를 긁는다.2.잎이 무성할 때는서로를 살갑게 스치던 가지가잎이 지자 서로를 찌른다.제 자리에서저마다 자랐을 뿐인데그리 되었다.가지가 긁은 자리,그제야 나무의 결이 보인다.3.바람이 분다.같은 바람이내 어깨에도 스친다.4.담배를 끄다 아래를 본다.고양이 한 마리가두 나무 사이에 웅크리고 있다.고양이가 일어난다. 흙이 쓸려 나간 자리에 뿌리가 서로를 붙들고 있다.

■   생각 2026.10.28

내 자리

1.서늘해진 사무실.가끔은저 볕을 내 쪽으로 살며시 끌어다 놓고 싶다.볕이 조금만 일찍내 책상에 닿았으면. 의자를 밀고 책상을 들어창가로 옮길까.자리를 바꾸자고 할까.욕심에 내 볕마저 뺏길라.묵묵히 타자를 친다.2.저 볕이 제 하늘을 다 지나고도여기까지 온다면 서늘함도 그림자도 없어지겠지.묵묵히 타자를 친다.자판 위로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등이 따뜻하다.

■   생각 2026.10.27

영토와 우물

1. 광장의 불빛이 꺼지면 갈채는 먼지처럼 흩어지고 만 명이 외치던 이름 석 자는 새벽 세 시의 방 안을 채우지 못한다 제 쓸모를 증명하려 평생 성벽을 쌓았으나 마침내 오른 탑의 꼭대기엔 추방을 두려워하는 늙은 파수꾼 하나 2. 타인의 목마름을 채우려 제 우물의 물마저 다 퍼 올리고 모두가 떠난 우물가에 앉아 제 목소리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3. 갈채를 마셔도 우물을 비워도 바닷물을 들이킨 입술은 하얗게 마를 뿐 4. 벗을 수 없는 가면은 살점이 되고 손에 쥔 것들은 모래가 된다 평생 지켜온 이름 하나 어둠 속에서 희미해진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는데 지킬 사람이 없다. - 2026. 9. 8. 초고 / 10. 18. 탈고

■   생각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