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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8월호 발행 : “카레”로 일본 근현대사 풀기, 이마까라니홍고는 가능합니다

1.카레의 원조는 인도입니다. 강황을 베이스로 각 집안의 전통과 기호에 따라 향신료를 섞어 만든, 그야말로 ‘스파이스 커스터마이징’의 결정판이죠. 한국의 김치처럼 지방마다, 집집마다 어마어마한 다양성을 자랑합니다.2.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삼던 중 이 놀라운 음식의 지혜, 즉, 보존력과 영양성에 눈을 떴습니다. 보급이 전장을 좌우한 시기, 특히 해양 세력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영국에겐 너무나 탐스런 지혜의 산물이었지요. 영국 해군은 인도 커리에 밀가루를 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영국 해군을 롤모델 삼은 일본 해군이 이걸 가만 놔둘리 없죠. 주식이 쌀인 점을 감안, 점성을 강화해 커리가 아닌, “카레”를 만들어 냅니다.3.이후 “커리”가 아닌, “카레”는 학교 급식에 진출, 전후 혼..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 아니에요. 괜찮아요.

1.강태진 작가의 작품이 좋다. 일일이 말하자면 구질구질해서, 생략. 짧게 말하면 작품마다 나의 집안 이야기가 귀퉁이에 끼어있는 듯했다. 수십 년을 기다린 끈질김, 억울한 죽음, 국가기관, 가해자와 피해자...(그의 작품인 조국과 민족, 사변괴담 등을 포함하여) 2.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그런 건 탄탄한 스토리와 고증이 있은 후에 작용하는 거니까.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터인데 그 시대, 그 나이, 각 현장의 사람들 말투를 진심으로 고증하려는 태도가 와닿아 더 사실적이다. 작가로서 어마어마한 디테일이다. 그리고 가끔은, 커다란 이야기에 끼인, 일상적인 아래와 같은 대사도 좋다(물론 상황은 일상적이지 않다). (할아버진 줄 착각한 손녀)이제 안 오시는 거죠. 그래. 엄마 말..

명상록 - 정신적 자유를 향하여

두 번 읽은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 1.삶을 경유하며 얻은 몇 안 되는 지혜 중 하나는 인간은 예외없이 자기 시공간의 포로라는 것이다. 누구나 물들고, 누구나 닮는다. 가족 때문에 괴로운 이는 슬프지만 그 가족과 닮는다. 의원 때문에 답답한 보좌진은 안타깝지만 그 의원과 닮는다. 직장 때문에 숨막히는 직장인은 불행히도 그 직장과 닮는다. 운이 좋으면(?!) 그 사실을 모르고 살지만 운이 나쁘면(!?) 거울보다 주변 이들이 먼저 알아챈다(물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생각의 힘으로 알아챈 것은 20%에 지나지 않는다. 2. 여유를 가지고,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물론, 서로를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이가 주위에 없다면, 소리 없이, 조용히, 잠식되어 갈 뿐이다. 해서 변화는 의지..

패밀리맨 - 계획 때문에 우리가 멋진 게 아니라...

로맨스는 딱 질색이다. 조금이라도 로맨틱한 장면이 나오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성간의 애틋한 눈빛 교환보다 총알 교환에서 더 감동을 느끼는 타입이다. ... ... 헌데 이상하게 이따금 다시 보게 되는 영화 중 하나. 1. 가지마, 잭 가지 말라고? 자기는 미국 최고의 로스쿨에 합격했고 나는 바클레이즈 은행에 인턴으로 뽑혔어. 멋진 계획이 있잖아. 계획 때문에 우리가 멋진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게 멋진 거야. 2. 나 지금까지 계속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나 봐. 3. 케이트. 이해가 안 돼?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드디어 손에 쥔 거야. 오우 잭. 이미 모두 우리를 부러워 해. 4. (가려는 케이트에게 다시 소리치며) 우린 뉴저지에 집이 있어. 애도 둘이나 돼. 애니와 조시야. 애니..

[드라마]기묘한 이야기 - 너한테 내가 필요없어질까 봐 난 그게 무서워

몇년 전일까. 5년 전? 6년 전?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찾다가, "으응? 이건 뭐지? 미국판인가?" 하며 우연히 시작한 드라마. 그렇게 나의 삶이 '뒤집혔다'. 생체리듬도 '뒤집혔다'. 굳이 발췌를 해둔다는 건, 내게 공명한다는 뜻이다. 몇 년 만에 창고 정리를 하며 문득 깨달았는데, 나의 발췌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보내는 비밀 쪽지 아닐까. 1.사실, 인간은 독특한 유형의 해충이야. 증식하고 우리 세계를 병들게 하면서 자기들만의 구조를 강요하지. 몹시 부자연스러운 구조를. 남들이 질서라 부르는 것이 내게는 구속이었어. 인위적인 규칙이 지배하는 잔인하고 억압적인 세상. 2.내가 원래 죽으면 좋아질 타입이긴 해. 3.걔가 서운하게 했거나 널 밀어내는 것 같았다면 네가 그랬듯이 걔도 ..

[만화]찾지 말아주세요 - 우울증, 자기혐오, 회피형 인간의 대표주자

1. 소재에 대한 취향이 확실한 편이다.걔중 하나는 극한의 정신적 혹은 물리적 고립에서 벌어지는 상황이고 하나는 도저히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스스로 무덤을 파 들어가 마땅하다 싶은 흑역사 쪽이다. 나카가와 마나부는 후자의 대표주자다. 그는 스물 아홉에 지주막하 출혈(뇌출혈)이 왔다. 온 장소는 풍속점(유흥업소)이다. 그러니까 사회에 별 쓸모 없이 살아가던 인간이, 유흥을 즐기려다 나체가 된 채로 쓰러진 거다. 업소는 단체 패닉,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급차 등장. 더한 건 그 사실을 온 가족이 다 알아버렸다(알 수밖에 없다). ...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다.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다. 아무래도 한국 정서에는 버거운 소재라(뭐, 국가 이전에 인간으로 버겁겠지만) 위 경험에 대한 만화는 번역..

[영화]캡틴 판타스틱 - 다 개소리야. 당당하게 처들어가자!

꽤 오래전, 나를 좋게 본(불가사의한... 아니, 걱정된다?!) 도서출판 들녘의 한 편집자 분과 이 영화를 두고 수다를 떨다, 출간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영화의 세계관에 기초하여 육아 이야기와 등장인물(외에 언급되는 인물까지)분석기를 써보자는 거다. 제안을 듣고 잠시 작가병에 걸렸으나 다행히, 빠르게 완치되었다. 스스로 병을 자각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그때 썼으면 아마 지금쯤 이불킥을 400번 정도 했을 테지(지금 써도 250번은 했을 듯). 그만큼, 좋은 영화. 1. ‘흥미롭다’처럼 무의미한 말은 쓰지마. 명확하게 표현해. (…) 그건 줄거리고. (…) 본질적으로 아동성추행이잖아. 근데 그 사랑이 아름다운 거야. 문제는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거지. 나이 많은 남자가 여..

"매일 해야할 것" - 5년 전의 '나'와 만나는 건 재난 영화를 2번 보는 것과 같다

우연한 계기로 "흑역사 창고(?)"를 정리중이다. 열자마자 쏟아지는 건, 평생 남에게 보여줄 일 없는 글들. 보수적으로 잡아도 30-40만자는 될 듯하다(도대체 혼잣말을 얼마나 한 거냐). 대단한 글은 1도 없다. 60%는 일기, 10%는 그 일기의 변주, 20%는 발췌록 등. 2019년 11월 30일부터 2023년 11월 9일까지 4년간의 자아 탐험은 "별볼일 없는 인간(나)을 왜 이리 파고들었지?"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한다. CSI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현미경을 들이댈 일인가. 아래는 2020년 9월 23일 오전 3시 51분의 '나'다. 사람 구실까진 바라지도 않고 겨우 인간 실격 턱을 넘고자 "매일 해야할 것"이라고 원칙을 세운 시기의 '나'. 몇년간 아래 원칙을 따르려고 했으나 실제 5년 후인..

■   생각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