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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아량도, 각성도, 개혁 의지도 아니다

2022-1세상의 룰은 빠르게 변한다. 룰이 바뀌면 어제의 약자가 오늘의 강자가 된다. 룰에서 우위를 점한 자는, 헛점도 보호막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바꿔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니 룰을 의심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아량도, 각성도, 개혁 의지도 아니다.그저, 한 번 더 세상을 엎는 일이다. 2022-2무균실에서 자란 천재는 진흙탕에 취약하다. 아무리 강한 자도 싸울 자리를 잘못 택하면 무너진다. 2022-3인생과 항해는 강풍보다 무풍이 무섭다2022-4마블링이 잘된 고기는 맛있다. 한쪽에 몰리면, 기름덩어리일 뿐이다. 인생도 그렇다. 균형이 결정한다. 2022-5배고픔은 옳고 그름을 흐린다. 최소한의 생계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2022-6인간성을 내려놔야 좋은 성과를 ..

■   생각 2025.06.18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썪게 하는 사람.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바꾸는 사람.

2021-1. 공부 없는 사색은 허상이고 사색 없는 공부는 추종이다. 공부한 후 사색하고 다시 공부치 않으면 홀로 지은 감옥이다. 전진은 지난하다. 2021-2. 기존의 답을 잘 맞히려 애쓰는 사람. 기존에 없던 질문을 하려 애쓰는 사람.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썪게 하는 사람.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바꾸는 사람. 2021-3 세상은 나를 이해하라고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세상에 이해받으려 존재하지 않는다. 2021-4 게임은 목표가 있고, 모든 것이 수치로 환원된다. 삶은 흐릿하고, 수치화되지 않는다. 인간은 명징함에 끌리고 수치에 복종한다.명징함과 수치를 쥔 자에게 지배당한다. 2021-5 오른쪽에 길이 없을 땐 반드시 왼쪽을 본다. 왼쪽에 길이 없을 땐 반드시..

■   생각 2025.06.15

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6월호 발행 : する(하다)와 やる(하다)에서 배우는, 소유할 수 없는 사랑 마사오

■する(하다)와 やる(하다)에서 배우는, 소유할 수 없는 사랑 마사오 1.마사오와 방송을 하는 건, 결국 사랑을 다시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사랑이 뭔지는 모릅니다만 사랑은 자유와 고독이 한몸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자유케 하지 못하면 집착이고, 고독케 하지 못하면 속박이니까요. 외로움 말고, 고독입니다. 고독은 인간을 확장시킵니다. 2.15년 전입니다. 처음 마사오를 만났을 땐 뭐든 해줬습니다. 밥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사람도 소개해주고. 애정과 책임의 ‘의식적인 실천’. 제게 이런 느낌을 주는 동사는 する(하다)입니다. 앞에 늘 ‘무언가’ 붙어야 하는 동사 する, 즉, ‘무엇인가를 잘하려는 노력’이 붙는 느낌입니다. 3.그렇게 15년이 지나고, 알게 됩니다. 이 사람은 아무리 잘..

이마까라 니홍고 원 스토리 초안 배경 중 하나 - 작은 바닷가 마을 그리고 <The Long Leg>

1.조만간 녹음할 이마까라 니홍고 6월호 마지막 교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호 스토리는 방구석 폐인이 되어 찌질대는 마사오(쓰고 보니 내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찔린다...?!)2.교재를 쓰는 내내, (실제 스토리와는 이미 멀어져 버렸지만)머릿속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The Long Leg >가 배경처럼 깔려 있었다. 원 스토리에서, 아이코와 마사오가 다시 마주치는 배경을 저 그림 속에 놓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3.나는 그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에릭 클랩톤의 노래처럼, 닿는 순간 알 것 같은 것이 있다. 내겐 에드워드 호퍼가 그렇다. 쓸쓸하고, 불안하고, 고독하고, 상실하고, 단절되고. 그리고 설명할 수 없이 끌리는 여백. 호퍼의 그림은 언뜻 사실적이나 사실적이지 않은 틈이 있다. 상상력이..

왜 잘해주었는데 나를 싫어하는가

2020-1. 배가 부르면 어떤 음식도 맛이 없다. 인생도 그렇다. 2020-2. 권력의 좋은 점은 주위에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다. 한 가지만큼은 권력을 아무리 가져도 얻을 수 없다. 친구다. 2020-3. 인간은 모두 행성과 같다. 갓 태어난 행성이 운 나쁘게 블랙홀을 만나면 거기서 끝이다. 운이 좋아야 어엿한 행성이 된다. 2020-4. 왜 잘해주었는데 나를 싫어하는가. 답은 대개 질문을 던진 자신에게 있다. ‘잘해줌’의 대부분은 '엄마'로서, '부하'로서, '자식'으로서, '며느리'로서 잘해준 것이다. 개별적인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요즘 무엇을 하는지, 무슨 관심을 가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그 ‘잘해줌’ 속에,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이 배제되어 있음을, 듣는 사람은 반드시 알아차린다. ..

■   생각 2025.05.24

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5월호 발행 : くる와 する, 삶의 두 축에 관하여

■일단, 5월호 혁신에 대하여“듣고 따라하기” 보-나스 토라쿠(ボーナストラック)가 추가됩니다. 건빵에 별사탕, 치킨에 콜라가 무료로 추가되는 느낌이랄까.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는 이마까라 니홍고의 혁신은 우리집 은행 대출 이자처럼 멈추지 않습니다!그럼, 매월 찾아오는 금과옥조, 편집장님 말씀 있겠습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 くる와 する, 삶의 두 축에 관하여1.来る는 '오다', する는 '하다'입니다. 두 동사는 삶의 두 축입니다.2.삶에는 '오는(来る) 것'과 '하는(する)것'이 있습니다. '来る'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나이, 계절, 행운, 사랑 같은 것입니다. 'する'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노래, 여행, 운동, 식사 같은 것입니다.하나는 통제할 수 없고 하나는 통제할 수 있..

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4월호 발행 : 할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관점

1.지난번 "편집장의 말"에 이어 할아버지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볼까 합니다. 2.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할아버지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의 "나를 사랑하는 노래( 我を愛する歌-われをあいするうた)"를 좋아한 이유는 그의 시가 자신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정밀히 하면 그의 가족사와 닮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할머니는 할아버지가 감옥에 간 이후(물론 나쁜 짓을 해서 간 건 아닙니다. 그 시대 기준으로는 나쁜 일이었지만), 수직 낙하한 생활과 함께 반국가단체 수괴의 아내라는 딱지를 안고 7남매를 홀로 키웠습니다.어느 날, 9살 혹은 10살 즈음인 아버지 손을 잡고 동해 바닷가로 가 수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녀가 자살하려 한다는 걸 직감했습니다.아버지 기억..

이마까라 니홍고 2025년 3월호 발행 : 3.1절 즈음하여 알아두면 좋은 시인이랄까

■3.1절 즈음하여 알아두면 좋은 시인이랄까1.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이따금 시를 읊어 주었습니다. 그가 종종 읊던 시엔 '게와 논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어린 마음에 '게와 논다', 는 부분이 재밌어 몇 번이고 웃곤 했습니다. 개도 아니고 게와 논다니.2.20년쯤 지났을까, 그와 더 이상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없던 어느 날입니다. 문득 이 시를 기억해내고 싶은 열망에 휩싸여, 며칠을 헤맸습니다.그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3.동쪽 바다 작은 섬 하얀 백사장東海の小島の磯の白砂に(とうかいのこじまのいそのしらすなに)나 눈물에 젖어われ泣きぬれて(われなきぬれて)게와 노닐었다蟹とたはむる(かにとたはむる)4.시인의 이름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할아버지가 읊어주던 시의 정체는 이시카와의 ..

이마까라 니홍고 청자 질문 10: なになに~します와 ~するんです의 차이점은 단순히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 인가요?

9997772님 질문 なになに~します와 ~するんです의 차이점은 단순히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 인가요?죽돌 답변 아닙니다! 뉘앙스에 차이가 있습니다. 1. ~します ; ~합니다. 우리가 배운 바대로 "정중” 丁寧(ていねい)한 표현입니다! 즉, する[하다]에 ます[...ㅂ니다]가 붙어 します[합니다]가 된 것이죠. 그 외에 특별히 무슨 어감을 나타내는 뉘앙스는 없습니다. 2. ~するんです ;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 “강조”할 때의 표현으로 “것” 이 들어가 있습니다. “것”은 우리가 배웠다시피 の에 해당하고 구어체에서 ん으로 바뀐 것이지요. “것”으로 대변되는 “강조”안에는 다양한 뉘앙스가 들어갈 수 있는데 무언가를 설명할 수도, 변명할 수도, 화낼 수도, 바랄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설..

이마까라 니홍고 원 스토리 초안 #2 - 백업

이마까라 니홍고 6월호(Vol.9-미발행)는 원래 (극중)마사오의 방백으로 시작하려 했다. 아직 아이코와 제대로 맺지 못한 대화, 혹은 보내지 못한 편지를 흉내 내듯이(그렇다. 원 스토리 상에서 이미 둘은 만났다 헤어졌다!). 다만 실제론 3월호(Vol.6) 이후, 당연히 아이코와의 조우는 일어나지 않는다. (극중)마사오를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기에. 그녀는 그를 몰랐고, 그는 그녀를 알지 못한 채, 아오시마와 온다에게 둘러싸여 있는 중이다. 장르 자체가 많.이. 바뀐 셈인데 큰 틀에서 진짜 이야기는 바뀌지 않았다. 봄이 지나고 겨울이 되고 또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아도 좋아, 라는 마음으로, (극중)마사오는 실제론 고요히, 오래, 그 자리에 머무를 것 같으니 말이다. 내가 생각한 (극중)마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