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16

"매일 해야할 것" - 5년 전의 '나'와 만나는 건 재난 영화를 2번 보는 것과 같다

우연한 계기로 "흑역사 창고(?)"를 정리중이다. 열자마자 쏟아지는 건, 평생 남에게 보여줄 일 없는 글들. 보수적으로 잡아도 30-40만자는 될 듯하다(도대체 혼잣말을 얼마나 한 거냐). 대단한 글은 1도 없다. 60%는 일기, 10%는 그 일기의 변주, 20%는 발췌록 등. 2019년 11월 30일부터 2023년 11월 9일까지 4년간의 자아 탐험은 "별볼일 없는 인간(나)을 왜 이리 파고들었지?"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한다. CSI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현미경을 들이댈 일인가. 아래는 2020년 9월 23일 오전 3시 51분의 '나'다. 사람 구실까진 바라지도 않고 겨우 인간 실격 턱을 넘고자 "매일 해야할 것"이라고 원칙을 세운 시기의 '나'. 몇년간 아래 원칙을 따르려고 했으나 실제 5년 후인..

■   생각 2025.07.21

[드라마]더 페리퍼럴 - 시즌 2 내놔...

삶에서 손꼽히는 슬픔 중 하나는 시즌 2가 취소된 것이다. 당시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평소 대비 3.7% 가량 식음을 전폐할 정도. 원인은 미국작가조합 파업 때문이라지만 천만의 말씀. 이 비극의 뿌리는 OTT랑 제작사 경영자의 탐욕 때문이다. 천년만년 실컷 부려먹으면서 돈은 안주는데 쓰겠냐고 엉?! 공사가 애매한 나로선 이런 분노를 업무에 반영(!?)했고 심혈을 기울여 올린 연재물 중 하나가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 파업 이야기다. 물론 사적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니고 공적으로도 남일이 아니다(한국 사회에도 닥쳐올 문제). 시리즈가 꽤 긴데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부터 참고하기 바란다. 할리우드가 멈췄다 : 넷플릭스는 어떻게 작가를 없애는가(링크)- 필자: 고물상주인 시즌이 계속되었다면 가상현실을 ..

[드라마]애틀랜타 - 진입장벽이 높다니? 뭔 소리야?

1.몇 년 전일까, 문득 흑인 문화에 꽂혀 호기심이 급증해 찾아 본 드라마다. 컴퓨터 앞에서 마르고 닳도록 시간을 낭비하는 후회뿐인 인생에서 그나마 몇 안 되는 의미있는 클릭이었다고 자부한다. 묘비에 " 완주한 사람"이라고 적어 놓으면 약간 쿨한 느낌일 것 같아서 정말로 적을까 고민할 정도. 2. 도날드 글로버가 직.접. 기획하고 직.접. 주인공을 연기하며, 직.접. 정신이 나갔으니 결과는 압.도.적.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 모두 정신이 나가 있는데 걔중 다리우스는 정신 이탈을 예술로 승화하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한국인에겐 진입장벽이 높다는데 뭔 소리? 되려 그 이질감 덕에 또랑~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추신: 몇 년만에 창고 정리하니 이건 이거대로 의외의 소박한 즐거..

코난 오브라이언의 축사와 마지막 인사말

■. 코난 오브라이언에 관한 영상 중, 와닿아 발췌해 둔 부분이다. 메모한 시점은 2021년 3월 8일로 그때의 내게 필요했던 말일 것이며 지금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말일 것이다. 실제 발언 시점은 한참 전, 어딘가에서 했던 축사인 듯하다. 1. 멋진 것은 실망을 통해 여러분은 더 명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명확함과 함께 신념과 진정한 독창성이 찾아옵니다. 2.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우리는 자유로워집니다. ■. 아래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사진을 찾다가 발견한 문구다. 2021년 6월 24일, 28년간 매일 해온 심야 토크쇼를 떠나며 한 말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말이며 누군가에게도 그럴 것이다. So my advice to anyone watching right now,지금 보고 계신..

[영화]로스트 인 더스트 - '묻고' 보는 도시에 '쏘고' 보는 남자들

1.원제는 Hell or High Water. 영어를 잘 모르는 나로선 이 관용구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으므로(의역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도) "로스트 인 더스트"라는 재브랜딩된 제목이 좋다. 영화의 분위기와도 딱이다. 2.2021년 6월에 본 영화로, 당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 월드클라스급 경제 위기의 이면을, 쩌는 기자가, 쩔게 노력해서, 쩌는 사실적 묘사로 다룬 소설을 읽고 있는 중에 보았기에 더욱 좋았다. 만나는 지점이 있다. 3.나는 주위에 민폐만 끼치며 스스로의 잘못(다만 그 잘못은 납득 가능한 철학 혹은 신념에 기인해야 한다)으로 고립된 후, 당대 혹은 자신의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해보려는, 당췌 답 안 나오는 인간유형에 끌리는 '나쁜' 경향이 있다...

[드라마]데브스 - 코펜하겐 해석과 다세계 해석, 자유의지 그리고 결정론

2020년, 심장을 터지게 만들 것 같았던 드라마.자유의지는 물론, 다세계 해석과 시간에 대해 미친듯이 책을 읽게 만든 드라마이기도 하다. 일단 이 드라마는 양자역학에 대한 짧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1.닐스 보어의 코펜하겐 해석은 흔히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실험으로 설명된다.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중첩"된 상태에 있다가 고양이의 생사를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가능성만 현실화되고 나머지는 "붕괴"된다. 즉,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산 고양이" 든 "죽은 고양이"든 단 하나의 가능성만으로 이어진다. 2.(드라마에 등장하는)휴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은 "관측"이 일어난 뒤의 세계는 "분기"된다. 즉, 모든 가능성이 현실화되어 "산 고양이"의 세계는 물론, "죽은 고양이..

[드라마]업로드

공상과학 블랙코미디 드라마. 이 드라마 덕에 한 시기가 즐거웠다. HBO 드라마는 대부분 깊이와 완벽함으로 뇌를 때린다. 아마존 드라마는 "이게 되네?" 싶은 소재와 직진 본능으로 팔목을 낚아챈다. 인간은 철학책만으로 살 수 없다. 이따금 퍼질러져 맥주를 들이켜야 하는데, 그럴 땐 아마존 드라마가 딱이다. 술을 못 먹는 나로선 이 비유가 적절할진 모르겠지만. 1.뭐 하나 말해도 돼요?아이번, 당신은 멋져요. 당신을 좋아하지만 절대로… 그게 아니에요.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당신에게 안 끌려요. 뭐라고요? 지금의 당신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점점 리더가 되고 있잖아요. 오… 고마워요. 정말 고맙네요. 미안해요. 다른 걸 하려는 줄 알았어요. 난 존경하는 사람한테 끌리지 않아요. 그런 적은..

[만화]미지의 세계

오래전 발췌해 놓은 부분이다. 몇몇 논란 탓에 문제작이 되어 회수 후 폐기된 작품. 가격의 몇 배나 되는 프리미엄을 주고 전권을 모았다. 이자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간만에 천재를 만났구만'하고 혼자 읆조렸던 기억이 있다. 일련의 사건으로 진흙탕과 인간의 심연을 보았을 터이고 많은 이들에게 외면 당해 상당 기간,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나로선 작가의 천재성에 더하여 자기해체적이며, 자기파괴적인 진실성에 매료되었다. 이 정도 위악을 간파하지 못해 작품을 외면하면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작가가 현저히 줄어든다. 1.음… 부모님은 외국에 자주 나가셔. 외국에서 일을 많이 하셔서… 원래 나를 프랑스에서 키우려 하셨는데… 난 한국이 좋아서 여기 있어. ‘마약상인가?’ 2.니가 하..

[만화]썅년의 미학 - 왜 나한테 지랄이야?

2020년 10월 7일에 발췌해 놓은 부분이다. 이런 책은 내게 해방감을 준다. 드러내진 않으나 아마도 나와 같은 인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44. 이 컵케이크 중 하나에는 독약이 들어 있습니다. 딱 하나에만 들어 있으니 걱정말고 마음껏 드세요! 사양 마시고요. 아, 제 주위에 독이 든 케이크를 먹은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습니다. 그러니 만약 그걸 먹는다면, 그건 지독히도 운이 나쁜 당신의 잘못이겠죠? 이런, 딱 한 개에만 들어 있다고 말했는데도 나머지 컵케이크도 안 먹겠다니, 컵케이크에 대한 일반화가 심하시네요. 이건 다른 평범한 컵케이크에 대한 폭력입니다! 컵케이크들에게 사과하세요! 67. 아니, 와이프랑은 진즉에 끝났어. 같이 사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룸메이트 같은 거라니까! 솔직히..